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한국인의 애송시 II, 청하]===
정희성: 1945년 경남 창원 출생.
서울대 국문과 졸업.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우리가 처한 현실과 노동의 문제를 통하여 삶의 궁극적 가치를 묻는 시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시인. 시집으로 『답청(踏靑)』『저문 강에 삽을 씻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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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부산을 출발했다.
김포공항 출장이다.
고속도로에서 보는 산에는
초록과 연초록이 어울려 수채화를 그려 놓은 듯 아름다운 아침이다.
이천 휴게소, 혼밥 Zone(Solo Dining Zone)에 앉아 이 시를 올리고 식사 예정이다.
혼밥구역도 있고 참 좋은 세상이다. 편한 세상이다.
내 고향 "여주"가 지척에 있어 어린시절이 저절로 난다.
물소리 새소리는 사계절 멈추지 않았다.
열심히 일해도 먹을 것 없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농부의 마음.
우리가 부족함 없이 살게 된것은
저문 강에 삽을 씻은 우리네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니였던가.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