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지키는 여신상
김 성 문
1996년 여름, 뉴욕 미드맨해튼에서 배로 출발해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섬으로 향했다. 미국의 상징이고 1984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자유의 여신상은 평소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배는 미드맨해튼에서 로어맨해튼을 지난다. 유명한 맨해튼의 아름다운 고층 건물들이 바다 위에 떠 있는 모습이 수상 궁전처럼 보인다. 바다를 편도 40분 정도 달리니 ‘자유의 여신상’이 우뚝하다. 맑디맑은 리버티섬의 하늘과 바다 너머에서 오는 감미로운 바람에 내 얼굴을 맡긴다.
리버티섬에 오기 전에는 여신상이 맨해튼 제일 남단 육지에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여신상은 맨해튼 옆을 흐르는 허드슨강과 어퍼만이 만나는 조그마한 섬 위에 있어 놀랐다. 여신상의 원래 이름은 ‘세계를 밝히는 자유’라고 했는데 요즈음은 ‘자유의 여신상’으로 부른다.
높이가 46.1미터인 여신상은 속이 빈 강철 프레임 위에 구리판을 덮어씌웠다. 지면에서 횃불까지 높이가 93.5미터이고 무게가 225톤이라니 더욱 웅장하게 느껴진다. 오른손에는 도금한 횃불을 높이 쳐들고 있어 힘차 보이며, 세계를 비추는 자유의 빛을 싱징 한다고 한다. 왼손에는 1776년 7월 4일이 새겨진 독립선언서의 책자를 안고 있어 미국의 독립 선언일을 잊지 않도록 하고 있다. 머리에 쓰고 있는 왕관의 뾰족한 부분 일곱 개는 지구에 있는 일곱 개의 바다와 일곱 개의 대륙에 자유가 퍼져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니 여기에 남북 평화 통일의 염원도 함께 얹어본다.
지상에서 81미터 높이에 있는 왕관 둘레에 25개의 유리창으로 외부를 조망할 수 있다. 왕관까지 올라가는 데는 비좁은 나선형의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므로 화재에 안전하지 못하여 개방을 안 하고 있었다. 요즈음은 예약하면 전망대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전망대까지는 통제로 못 갔으나 다음 기회는 꼭 가서 여신상에서 맨해튼 시가지를 조망해 보고 싶다. 여신상의 발은 쇠사슬을 밟고 있어 노예 제도가 없는 평등한 세상을 추구하는 것 같다.
여신상의 색깔이 청록색으로 보인다. 원래는 구리로 만들어 황동색이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원래의 색깔로 복원 작업을 시도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지금의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원래의 색깔보다는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청록색이 더 좋은 것 같다.
여신상은 작가 프레데리크-오귀스트 바르톨디가 자신의 어머니 18살 때의 모습을 모델로 조각했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대단한 미인인가 보다. 에펠 탑의 설계자이기도 한 구스타브 에펠이 내부 철골 구조물에 대한 설계를 맡았다. 구스타브 에펠은 자유의 여신상을 미국으로 옮기기 위해 분해하고 조립하는 역할도 맡았다. 여신상의 거대한 받침대는 건축가 리차드 헌트가 디자인한 것으로 대단한 설계 능력을 갖췄다.
여신상은 1884년 프랑스에서 만든 완성본을 해체하여 뉴욕으로 옮겼다. 350개의 조각을 214개의 나무상자에 담아 1885년 6월 프랑스 군함으로 옮겨 재조립했다. 1886년 10월, 현재 위치에 세웠다니 운반과 재조립 기술이 뛰어나다. 여신상 기념관 로비에는 1987년 이전에 여신상이 들고 있던 횃불을 전시하여 당시를 회상하게 한다. 내부에는 해체된 여신상을 조립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가 시선을 끈다.
미국은 보답으로 1/4 크기의 ‘자유의 여신상’을 만들어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 기념으로 보냈다. 파리 센(seine)강의 인공섬인 시뉴섬에 자유의 여신상이 자리하고 있다. 여신상 복제본은 일본 오다이바 해변공원에도 있어 세계에 자유의 빛이 전달되기를 염원한다.
여신상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미국에서는 받침대 제작을 맡았다. 프랑스에서는 조각상을 제작하여 선물했다. 그런데 조각상 제작비의 일부를 미국 학생들이 기부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영국 식민지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독립선언이 있었고, 프랑스에서는 모든 사람은 자유롭고 평등해야 한다는 시민혁명이 있었다. 이에 따라 두 나라는 자유와 평등을 찾은 공통점으로 여신상을 주고받았다.
여신상을 서로 주고받은 프랑스와 미국은 우정이 대단하다. ‘우정은 두 육체에 있는 한 마음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프랑스와 미국은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한 마음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서로의 우정이 영원하기를 기원한다. 여신상을 자세히 보면, 얼굴은 고대 로마나 그리스 신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성상이다. 그리스 신화 속의 여신들은 신비로울 정도로 아름답다. 이들은 그리스 여성들의 모습이 투사된 것은 아닐지.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가 그린 「아프로디테의 탄생」에 나오는 조개 위에 비스듬히 서 있는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 같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그리스령 키클라데스 여러 섬 중 한 개의 섬인 밀로스(Milos)에서 한 농부에 의해 발견된 두 팔 없는 미의 여신인 「비너스」의 얼굴 같기도 하다.
바닷가 산책길을 걷다가 여신상의 뒷모습을 보니 더 웅장하고 미국을 찾는 이에게 든든함을 주는 것 같다. 여신상은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기회 등을 의미한다. 여신상은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뉴욕 항구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으로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자유를 지키고 있다.
이민자들이 건설한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역사가 240여 년밖에 안 된다. 짧은 역사 속에서 세계 최고 강국으로 존재하는 이면에는 이민자들의 숨어 있는 잠재 능력을 엿볼 수 있다. 약 만 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의 우수성도 자랑할 만하다. 우리 민족의 우수성이 세계로 뻗어나가길 염원하면서 리버티섬을 떠나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리버티섬. 자유의 여신상. 출처: 자유투어, 2015
첫댓글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오셨군요.
한 때 기행문이 유행하기도 했어요. 그때는 외국여행한 사람이 흔하지 않아 이렇게 쓴 글이 독자에게 많이 읽혔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도 발달하고 여행가 본 사람도 많지요. 해서 수필의 형식이라면 자기 생각이 좀 더 많이 보태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이만큼도 쓰지 못하지만 ㅎ
읽어주시고 좋은 멘트에 감사드려요.
더 좋은 글이 되도록 노력해 볼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