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런..... 배가 고파 쓰러질 것 같다는 아이의 성화에 "엄마는 물을 끓일 터이니, 너는 컵라면 준비를 하여라" 근엄하게(??) 일러 놓고, 저는 전기 포트에 물을 끓일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저도 간혹 컵라면의 겉 비닐이 벗겨지지 않아서 가위로 구멍을 낸 뒤 뜯어내고는 하는데, 얼른 먹고 싶은 마음에 아이도 허겁지겁 비닐을 벗기려고 하니 잘 안됐나 봐요. 뒤적뒤적 가위를 찾아 벗기나 보다 했더니 갑자기 아이의 '헉'하는 탄식이 들려 옵니다.
돌아보았더니 힘 조절이 잘 못 돼서 가위 끝이라면 용기를 뚫고 들어 가 버렸네요. 라면 용기의 위쪽이라면 어떻게든 먹어 볼 수 있겠지만, 밑 바닥이라 도저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없어서 다시 라면을 사와 우선 먹이고, 구멍 뚫린 라면은 며칠째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기를 2-3일 후. 컵라면을 냄비에 끓여 먹어도 기가 막히다는 걸 형부에게 배워 알고 있었지만, 컵라면 용기와 기능이 제일 비슷한 뚝배기를 한 번 사용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컵라면 용기의 특성이 열이 쉽게 식지 않는 거니까, 집에 있는 것 중에 제일 비슷한 게 뚝배기가 아닐까 생각됐거든요.
일반 라면도 뚝배기에 끓이면 남편은 가마솥 라면 맛이 난다며 좋아하더군요.
재료; 대왕뚜껑사발면, 물
증거물이에요. 구멍이 뽕 났어요.
컵라면의 라면과 스프를 꺼내고 라면 용기에 표시 되어 있는 물의 양 만큼 물을 받아 뚝배기에 부었어요. 조금 지나서 생각해 보니 뚝배기째 끓일게 아니라, 끓는 물을 붓는 게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왕 하는 거니까 버섯등 채소 몇 가지도 넣어서 물이 끓으면 가스불을 끕니다.
라면과 스프를 넣고 뚜껑을 덮어 3분쯤 있다가 먹어요. 저는 이야기 하다가 2분 정도 더 시간이 지난 것 같아요. 그래서....
뚜껑을 여니 이렇게 좀 불었어요. ㅜㅜ
뚝배기의 열기 때문에 점점 불어 가는 느낌?? 소면으로 변해 가는 라면발..... s라인이 점점 없어 지고 있어요. ㅜㅜ 뚝배기에 끓는 물을 부었어야 됐다는 후회가 물밀 듯이 밀려 옵니다.
아직 해 보진 않았지만 컵라면 용기가 찜찜하다면 뚝배기에 끓는 물을 붓고 컵라면의 라면과 스프를 넣은 후 뚜껑을 덮어 2 -3분쯤 지나서 먹으면 컵라면과 똑 같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음엔 꼭 그렇게 해 봐야 겠다고 굳게 다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