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노동자들이 기후위기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을 어떻게 인 식하고 있는지, 문재인 정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기후위기 대응 방 향과 노동조합 역할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여, 향후 대응 방향을 정립 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민주노총 조합원 대상으로 ‘기후위기와 노동’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조사는 2021년 9월 1일 ~ 9월 29일까지 진행되었으며, 조사 방식은 온라인 조사 플랫폼인 서베이몽키(surevymonkey)를 이용하였다. 전체 조사 참여자는 1,029명 이었으며, 이 중 845명이 모든 질문에 대해 응답하였다. 본 설문조사 결과 분석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노동자들의 기후위기 심각성에 대한 추상적·직관적 체감도는 대체로 높게 나타났지만, 실 업, 전기요금 인상 등 직장 및 일상 삶의 문제로 연관 지어 인식하는 구체적 체감도는 상대적 으로 낮게 나타났다. 기후위기가 ‘미래 세대(자녀들)에 더 큰 영향’, ‘(일자리에) 직접 피해 없지 만 피해 우려’ 등에 대한 동의 정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기후위기가 영향을 미칠 제1·순위 산업으로 본인이 종사하는 산업을 선택한 노동자 비중이 제조업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 전체 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즉, 기후위기에 대한 노동자들의 체감은 ‘구체적’이기보다 ‘추상적’이고, ‘현재’보다는 ‘미래’의 위험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기후위기를 ‘현재의 구체적인 위험’으로 인식하는 노동자 비중도 대략 절반 내외에 달할 정도로 상당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둘째, 기후위기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노동자들의 인식은 양면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측면에서는 ‘(현재) 직접 피해 없지만 (앞으로) 피해가 우려’된다는 진술에 대한 동의 비율이 가장 높았는데, 이는 기후위기를 ‘현재 위험’보다는 ‘미래 위험’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상대적으 로 더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른 측면에서는 노동자 10명 중 6명은 ‘폭연.한파 등 기후위기 영향으로 피해’을 받았고, 10명 중 4명은 ‘산업전환으로 일자리에 직접 피해가 발생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대략 절반 내외의 노동자가 ‘현재 위험’으로서 기후위기로 피해를 받고 있음을 시 사한다. 기후위기가 이미 노동 현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셋째, 기후위기 근본 원인으로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성장 중심성’을 꼽은 노동자 비중이 65% 로 인간의 무책임, 자연현상 등 다른 항목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다만, 이를 근거로 노동자들이 기후위기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문제로 보고, ‘체제 전환’을 해결책 으로 사고하고 있다고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다. 체계적.과학적 분석에 근거한 선택이라기보다 ‘규범적 진술’에 대한 동의라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넷째, 과거 구조조정 대응 사례와 기업별 교섭체제 평가에서 공통적으로 정규직 조합원 중심의 대응으로 인해 비정규직 고용안정 등 불안정.취약노동자 요구를 적극적으로 포괄하지 못한 한계 가 가장 많이 지적되었다. 이러한 한계를 향후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 및 고용전환 대응 과정에 서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정의로운 전환’을 현실에 구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지배적인 교섭체제인 기업별 교섭체제의 초기업 교섭체제로의 전환이 필수 적임을 시사한다.
다섯째,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 기후정책에 대해 ‘정부 대응 의지 및 체계가 부실하고 빈약’하 며, ‘노동자 배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부정적 평가가 우세했다. 다만 ‘그 린뉴딜과 탄소중립 등 기후위기 대응을 적절하게 하고 있다’는 진술에 대해, 거의 10명 중 3명 (28.2%)이 동의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 ‘녹색분 칠’(green-washing)이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민주노총이 조합원 들과의 충분한 소통 속에서 주체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대안적 정책과 실천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결과로 평가된다.
여섯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영역별 정책 조사에서, ‘결사의 자유 등 노동기본권 보장’이 가장 높은 동의를 얻었는데, 이는 다른 사안과 마찬가지로 기후위기도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집단 적 대응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측면과 더불어 다른 한편에서는 조직 노동자로서 ‘원칙적 이고 규범적인 진술’에 대한 동의라는 측면도 함께 존재한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 주체별 중요성을 묻는 질문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동의 비율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 다.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는 노동조합에 대한 조직 노동자들의 양면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집단적 대응의 전제로서 결사의 자유 등 노동기본권 보장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기후위기 대 응 주체로서 노동조합 중요성에 대해서는 낮게 평가하고 있다. 즉, 노동자들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정부, 기업, 시민사회단체 등 ‘노동조합 밖 주체’들의 역할을 ‘노동조합’보다 더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조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양가적 입장은 결국 노동조합 혁신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 역량 강화를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
일곱째, 일자리 대책에 대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인식 차이는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비 정규직 노동자는 영역별 정책 중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회복 을 위한 업종 활성화 대책’의 필요성에 대한 동의가 높았다. 이는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 노동 자의 특성상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그를 위한 지역 경제 활성화 대책을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반면, 정규직 노동자는 결사의 자유 등 노동기본권 보장, 재벌 규제 및 경제민주화 정책, 환경과 노동권 관련 기업규제 정책 필요성에 대한 동의 정도가 다른 영역별 정책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집단적 대응과 기업규제 대책 등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고용형태에 따른 정책 선호도의 차이는 노동조합 중 심의 기존 대응이 비정규직 고용보장까지 포괄하지 못한 한계를 드러내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노동조합 중심의 집단적 대응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한 동의 정도가 상대적으 로 높게 나타난 것으로 평가된다.
여덟째, 노동조합이 주력해야 할 정책 관련하여, ‘작업장 에너지 이용 절감, 재생에너지 사용 확 대’ 등 작업장 차원의 실천에 대한 동의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점은 시사적이다. 작업장은 노동조합 활동의 가장 기본적인 공간이면서, 노동조합 영향력이 일정하게나마 실효적으로 작동 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앞으로 기후위기 대응전략 마련 과정에서 작업장 차 원에서 시행할 수 있는 다채로운 사업이 적극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작업장 수준의 실천 은 단체교섭 및 협약 체결과 연계하여 추진될 필요가 있다. 최대한 초기업교섭을 성사시켜 기 후위기 관련 의제를 다루도록 노력하되, 기업별 교섭이 불가피한 경우에라도 공통의 요구를 포 함하는 식으로 작업장 실천과 기후위기 대응 규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