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진드기매개질환(tick-borne diseases)을 일으키는 새로운 보렐리아종(種)을 발견했는데, 기존의 종보다 좀 더 심각한 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라임병을 옮기는 진드기 / Wikipedia
미국에서 진드기가 매개하는 라임병(Lyme disease)은 오랫동안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Borrelia burgdorferi)라는 한 가지 나선형세균(spirochete)에 의해 발생한다고 생각되어 왔다. 그런데 지난주에 이 개념이 도전을 받았다. 메이요클리닉의 과학자들이 "드물지만, 다른 종류의 세균이 라임병을 일으켜, 구토에서 신경계 문제에 이르기까지 좀 더 심각한 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잖아도 논쟁많은 라임병 분야에 종사하는 과학자들은 '이번에 보고된 정보가 공중보건학적으로 뭘 의미하는지', 그리고 '다른 세균이 라임병을 유발한다고 보고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인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들에 의하면, “과학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에서 라임병을 초래하는 나선형세균은 생각보다 다양하다'는 개념을 제시해 왔다.”고 한다.
최근 《Lancet Infectious Diseases》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메이요클리닉의 병리학자이자 연구의사인 바비 프릿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2003년부터 2014년 사이에 미국의 라임병 의심환자들에게서 채취한 100,500가지 이상의 임상표본(에: 혈액, 뇌척수액, 조직)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참고 1). PCR(polymerase chain reaction)이라는 특별한 분자생물학 기법을 이용해 세균계통 간의 유전적 차이를 분석해 보니, 6개의 샘플(2012년과 2014년 사이에 위스컨신, 미네소타, 노스다코타 주의 환자들에게서 채취한 것 포함)이 새로운 세균종(種)을 의미하는 DNA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살아 있는 세균 중 일부를 분리하여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지금껏 보고되지 않았던 것임을 확인하고 보렐리아 마요니(Borrelia mayonii)라는 학명을 새로 부여했다. "이번 연구결과가 'B. burgdorferi 이외의 세균이 미국에서 라임병을 일으킬 수 있음'을 입증하는 증거를 최초로 제시하긴 했지만, 과거에도 다른 보렐리아종(種)이 라임병을 일으키는 용의자로 지목되어 왔다."라고 케리 생태계연구소의 리처드 오스트펠드 박사(질병생태학)는 말했다. 예컨대 2011년 UC 버클리의 이브예트 지라드 박사(의료생태학)는 "세 명의 캘리포니아 주민에게서 B. bissettii에 가까운 나선형세균의 DNA를 검출했다."고 보고했는데(참고 2), 이것은 유럽에서 라임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세균이다(참고 3). 그리고 노스플로리다 대학교의 케리 클라크 박사(역학, 생태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미국의 남서주 주민 한 명에게서 B. bissettii의 DNA를 발견했으며(참고 4), 플로리다와 조지아의 몇몇 환자들에게서도 다른 두 가지 보렐리아종의 DNA를 확인했다(참고 5)."고 보고했다.
"이번 논문에서 선행연구에서 발견된 세균들이 하나도 언급되지 않은 것이 석연치 않다. 나는 연구자가 선행연구연과를 적절히 언급하지 않는 태도를 비전문적이고 비윤리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라고 클라크 박사는 지적했다.
이에 대해 프릿 박사는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다른 보렐리아종을 라임병과 연관시킨 선행연구들의 경우, 그 보렐리아종이 감염을 초래할 수 있음을 입증하지 않았다. 그들은 해당 세균이 살아 있거나 환자의 증상을 초래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왜냐하면 이론적으로 볼 때, 진드기가 숙주에게 세균의 일부를 삽입하더라도 아무런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라크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이 한 논문에서 "라임병 환자에게서 분리된 B. bissettii 생균을 배양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밝혀지자(참고 6), 프릿 박사는 다음과 같이 재반박했다. "그들은 온전한 생균을 발견했지만, 그것이 라임병 증상을 초래했음을 입증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발표된 논문들의 공통점은 확정적인 결론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에 의하면, B. burgdorferi를 혈액에서 분리하여 배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B. burgdorferi는 거기서 오래 머물지 않는 경향이 있는 데다, 성장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예컨대 매독을 초래하는 나선형세균의 경우, 1905년에 발견되었지만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것은 지금까지도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에 발견된 B. mayonii는 예외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 알 수 없는 이유로 - 혈액 속에서 증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메이요클리닉의 연구진이 B. mayonii를 분리하여 쉽게 배양할 수 있었던 것은 부분적으로 그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라임병을 초래하는 세균이 복잡한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다. 그것은 '한 가지 보렐리아종 안에서도, 다양성이 광범위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념과 달리(참고 7), B. burgdorferi는 유전자재조합을 통해 다양한 계통으로 재탄생하여, 인체 내에서 다르게 거동할 수 있다(참고 8). 예컨대 어떤 계통은 피부에 머물 가능성이 높지만(참고 9), 어떤 계통은 신경계나 심장에 침투할 가능성이 높다(참고 10). 또한 어떤 계통은 미국의 특정 지역에서 흔히 발견되는 경향이 있다. "처음 연구를 시작했을 때, 한 가지 진드기가 B. burgdorferi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어, 우리는 그것을 표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UC 버클리의 로버트 레인 박사(의료곤충학)는 말했다. "우리는 종에 머물지 말고, 하나의 종을 계열, 유전형, 대립유전자(allele) 등에 따라 더욱 세분해야 한다. 알면 알수록 보렐리아는 더욱 복잡해진다. '자연계에서 전파되는 사이클'과 '일단 인체 내에 침투한 이후에 전개되는 양상'을 규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라고 레인 박사는 덧붙였다.
라임병 환자들은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고 치료결과도 다양한데, 이상과 같은 차이들을 이해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 헌터 칼리지에서 보렐리아의 유전학을 연구하는 추 웨이강 박사(생물학)에 의하면, '모른다'고 한다. "그것은 가장 중요한 질문이지만, 우리는 아직까지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B. mayonii는 기존의 보렐리아와 달리 특이하고 심각한 증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환자들은 구역질과 구토, 그리고 광범위한 반점성 발진을 경험하는데, 이는 전형적인 라임병 증상(과녁 모양의 발진)과 매우 다르다. 지금까지 B. mayonii에 감염된 환자 중 절반은 신경계 문제를 나타내고, 1/3은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라임병을 연구하는 분야의 과학자들 사이에서 많은 균열의 조짐이 보이는 이유는, 라임병이 제기하고 있는 과학적 문제가 이렇게 복잡하기 때문이다. 보렐리아는 연구하기가 어렵고 유전적으로도 다양한 데다, 그 생태가 너무 복잡해서 추적하고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게다가 이 분야의 과학자들은 배경, 방법론, 증거의 기준, 예상 등이 제각기 다르다.
라임병의 진단기준은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세균이 추가됨으로써 진단기준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B. burgdorferi에 의한 라임병의 경우에도, 미국 정부가 권고하는 진단방법은 처음 4주 동안 전형적인 결과를 보이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혈중 항체의 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이번에 메이요클리닉의 연구진이 보고한 B. mayonii 감염환자 6명의 경우에도, (항체를 기반으로 하는) 표준 진단방법으로 진단하는 데 실패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과 같은 어려움 때문에, 라임병을 초기에 진단하는 의사들은 임상적 단서(예: 과녁모양 발진, 발열, 통증, 피로)에 전적으로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에 환자가 구토나 반점성 발진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럴 경우, B. mayonii 감염이 진단되지 않아 치료를 받지 않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프릿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PCR을 이용하여 초기에 B. mayonii 감병을 진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B. mayonii는 B. burgdorferi와 달리 혈액 속에서 빠르게 증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존스홉킨스 라임병 임상연구센터의 존 오콧 박사는 "그럴 경우, 의사들이 샘플을 메이요클리닉에 보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런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오콧 박사에 의하면, B. burgdorferi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과녁모양 발진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2012년 이후 B. mayonii에 감염된 미국인은 6명에 불과하다. 진화계통도의 관점에서 보면, B. mayonii는 아마도 새로운 종이 아닐 수도 있다."라고 추 박사와 오스트펠드 박사는 말했다. 어쩌면 B. mayonii는 오랫동안 환경 속에 숨어서 소규모로 존재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지 모른다. 또는 - 다른 진드기매개 질병들이 최근에 그랬듯이 - B. mayonii가 다양한 생태적 요인 덕분에 더욱 흔해져서 지리적으로 확산될지도 모른다.
이번 논문은 그밖에도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이번 논문이 '라임병이 단순하거나 간단한 질병이 아님을 입증한 논문'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단언컨대, 라임병은 단순하거나 간단하지 않다."라고 레인 박사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www.thelancet.com/journals/laninf/article/PIIS1473-3099(15)00464-8/abstract 2. http://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3067736/ 3. http://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2566110/ 4. http://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743114/ 5. http://www.medsci.org/v10p0915.htm 6. http://www.ncbi.nlm.nih.gov/pubmed/26673735 7. http://www.pnas.org/content/90/21/10163.abstract 8. http://www.pnas.org/content/90/21/10163.abstract 9. http://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3775742/ 10. http://www.ncbi.nlm.nih.gov/pmc/articles/pmid/21829670/
※ 출처: Nature http://www.nature.com/news/new-cause-for-lyme-disease-complicates-already-murky-diagnosis-1.19393 ※ 원문: Scientific American http://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new-cause-for-lyme-disease-complicates-already-murky-diagnosis1/
| | 바이오토픽 양병찬(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풍부한 인생경험을 살려 의약학, 생명과학, 경영경제, 스포츠,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번역 출간했다. 매주 Nature와 Science에 실리는 특집기사 중에서 바이오와 의약학에 관한 것들을 엄선하여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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