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속 '작은 파리' 서래마을
서래마을 100배 즐기기 영화에서 본듯한…갓 구운 바게트 이른 아침 늘어선 줄 프렌치와 어울려…마실나온 동네사람들 틈에서 브런치 곱창에 떡집도…럭셔리하지 않지만 묘한 맛의 곱창
한국에 거주하는 프랑스인의 절반가량이 살고 있는 '서래마을'. 서울 서초구 방배본동과 반포동 일대의 서래마을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85년 주한프랑스학교가 들어서면서부터
다.
이를 계기로 프랑스인들이 대거 몰려들었고,그들이 거주할 고급 빌라들이 생겨나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부촌 중 하나가 됐다
중국인과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의 미식가임을 자랑하는 프랑스인들이다. 그래서일까. 서래마을에는 파리의
'먹자골목' 생 미셸 거리 뒷골목에서나 만날 수 있는 맛집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잭 니콜슨 주연의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 나오는 이른 새벽에 불이 켜지는 프렌치 베이커리처럼,서래마을의 '파리 크라상'에는 매일
아침 갓 구운 바게트를 사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프랑스인들을 만날 수 있다.
'서래마을'하면 '프랑스'부터 떠오르지만,서래마을 방문기를 얘기할 때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서래로 입구에 있는 '서래양곱창'부터 언급하게 된다. 외관은 그리 깨끗하지 않지만 한 번 맛본 곱창맛은 꽤나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곳이다.
곱창이 입에 안 맞는다면 유럽 왕궁에서나 볼 수 있는 화려한 실내장식을 자랑하는 '서래본가'의 한정식도 권할 만하다.
본격적으로 서래로에 들어서면 '데일리 브라운'이나 '스테이크 춘자'처럼 잘 알려진 업소들이 눈에 띄지만,'담장 옆에 국화꽃'에 들러 맛깔스런 우리 떡으로 출출해진 배를 다스려보면 어떨까. 파란 눈의 프랑스인들이 조그맣게 낱개 포장된 전통 떡을 손에 쥐고 음미하는 모습은 이제 서래마을에선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친구들과 정담을 나눌 수 있는 카페로는 서래마을 언덕 위에 위치한 '카페 몽마르뜨'와 '아프레 미디'를 들 수 있다. 특히 딸기,녹차 빙수로 명성이 자자한 '아프레 미디'에서는 독특한 프랑스산 향초와 아기자기한 문구류를 구입할 수 있어 여성들에게 인기다. 아직 해가 지기 전 간단한 식사를 위해서라면 서울에서 제일 맛있는 샌드위치 가게 중 하나로 꼽히는 '프레쉬밀'에 들려보는 것도 좋다.
서래마을을 찾는 이들에게 정통 유럽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은 통과의례같은 곳이다. 유럽 요리의 양대 산맥인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프렌치 레스토랑들이 골고루 퍼져있는데,저마다 셰프들의 음식 철학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이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는
△밀라노 어느 골목의 소박한 레스토랑같은 정통 이탈리안 요리를 내놓는 '심빠띠꼬'
△제대로 된 이탈리아 가정식의 '누볼라'와 '톰볼라'
△정통 이탈리안 화덕 피자를 맛볼 수 있는 '아르떼'
△행복한 식탁이라는 낭만적인 뜻을 가진 '라 타볼라 펠리체'
△2~3일에 한 번씩 바뀌는 메뉴 때문에 늘 설레는 마음을 안고 찾게 되는 '키친 플로'까지 어느 곳
하나 지나칠 수 없는 풍미를 자랑한다.
다음으로는 서래마을의 입맛 까다로운 프랑스인들조차 인정하는 프렌치 레스토랑들이다. 이곳 레스토랑들의 특징은 청담동의 으리으리한 대형 음식점들과 달리,아담한 대신 그만큼 셰프와의 거리도 가깝다는 점이다. '라 트루비아'에 가면 동네에 마실 나온 프랑스 사람들과 함께 브런치를 먹을 수 있고,'라 싸브어'에선 잇몸만으로도 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운 진경수 셰프의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다.
물론 전통 유럽 요리뿐 아니라 서래마을에서는 '왕가'같은 중국요리,'포하이산 420'같은 아시안 요리,미국인들조차 인정하는 케이준 요리(미국으로 강제 이주된 캐나다 태생 프랑스인들의 요리.돼지기름에 치킨이나 해산물 등을 넣고 각종 양념으로 매운 맛을 낸 요리) 음식점 '사이바나' 등 다양한 국적의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와인바에 들러 연인과 함께 늦가을 정취을 만끽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해보자.서래마을의 와인바들은 값이 그리 비싸지 않으면서도 꽤 수준 있는 와인 리스트를 자랑한다. 고급스럽고 이국적인 '비노애'와 독특한 컬트 와인을 만날 수 있는 '스토브' 등은 이른바 '작업' 장소로 추천할 만한 곳들이다.
서래마을은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삼청동' 혹은 '홍대 앞'과 달리 '마을'이라는 이름부터가 그렇듯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최근 서래마을을 찾는 외지인들이 급증하면서 이곳 풍경 역시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점심시간에 두 시간 정도는 할애하는 프랑스인들의 여유보다는 골목골목 빼곡히 주차된 차들로 인해 번잡함이 느껴진다. 서래마을의 참매력을 맛보기 위해선 이곳을 찾을 때 잠시 내려놓아야 할 것들도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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