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정의당 이상한 논리에 가로막힌 김건희 특검
[시민언론 민들레] 김호경 2023.02.15 00:48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연루 혐의가 더욱 짙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특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과 정의당이 완고하게 반대하거나 유보적인 입장을 고수해 특검법 처리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시대전환과 정의당의 몽니에 가까운 행태에 극적인 변화가 없는 한 의석 수가 부족한 민주당으로서는 특검법의 국회 통과를 현실화할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민주당은 오는 24일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 김건희 특검과 대장동 특검에 관한 두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라 특검법 상정을 거부할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이를 우회하려는 것인데, 문제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려면 법사위 재적 위원 5분의 3(11명) 또는 본회의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둘 다 민주당 의석만으로 단독 처리가 불가능하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실에서 조 의원과 면담 전 악수하고 있다. 2022.11.28. 연합뉴스
특검 수사가 민생 죽이기? 조정훈식 정치공학
우선 법사위의 경우,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위해선 법사위원 11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은 10명으로 정족수에 딱 1명이 부족하다. 그러나 법사위 캐스팅보트인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지금까지 "제일 쪼잔한 게 배우자 건드리기" "김건희 특검은 민주당 정치쇼"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물타기" 등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조 의원은 지난 13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서도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을 추진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바탕에 깔려 있다"며 "이재명 대표의 뉴스, 검찰 소환 뉴스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직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특검은 모든 민생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정치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아직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찬성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 의원은 "검찰 수사를 끝까지 지켜보는 게 맞다"고 거듭 주장하면서,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선거 전부터 불렀지만 안 왔고, 아직까지 소환이 안 되고 있는데 조사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진행자 질문에는 "필요하면 본인도 스스로 소환 같은 경우에 나가셔서 자신의 무죄를 떳떳하게 밝히는 것이 맞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어야 빨리 모든 정쟁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건희 특검에 집요하게 정치적 의도를 결부시키려는 조 의원이 오히려 지나치게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윤석열 정권과 정치검찰이 거꾸로 민생은 외면하고 정적 죽이기에 집중하면서 이재명 대표 일가족과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 관한 수십 건의 수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있는데, 이 같은 '모든 민생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의식이 없는 것이다.
권력 핵심인 김건희 씨를 둘러싼 숱한 의혹에 관한 문제 제기와 수사 필요성을 '배우자 건드리는 쪼잔한 짓' 정도로 인식하는 사고방식의 단순성도 심각한 수준이다. 민주당이라는 정치결사체가 설혹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한들 자신도 정치인인 조 의원이 그걸 특검 반대의 명분으로 삼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수년째 계속된 '이재명 사법리스크'의 실체가 있든 없든 그와 별개로 영부인의 비리 혐의에 관한 독립적인 수사가 더 늦기 전에 필요하다는 건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상식적인 당위론에 해당한다. 그러나 조 의원은 '특검 수사=민생 죽이기'라는 기이한 논리에만 고집스럽게 매달리고 있다. 이렇게 민생 타령을 하는 조 의원이 정작 어떤 민생 이슈에 천착해서 이렇다 할 결과물을 냈는지는 국민들에게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특검을 안 한다고 검찰 수사가 신속하게 진척되거나 여야 정쟁이 종식될 리도 만무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들이 구속기소 되고도 1년 3개월이 지나 첫 판결이 나올 때까지 검찰은 김건희 씨에 대해 단 한 차례의 압수수색이나 소환조사는커녕 서면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조 의원은 근거 없는 '검찰 맹신론'에 집착하면서, "필요하면 김건희 여사 스스로 검찰에 나가 무죄를 떳떳하게 밝혀야 한다"는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공허한 희망사항을 내세우고 있다.
결국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해 적당히 넘어가자는 속내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아울러 그는 '대장동 특검'에도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 의원이 사안의 본질을 일부러 비틀면서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에 동조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 방어에 주력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깔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의당 이정미 당대표가 13일 오전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서 열린 제28차 상무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2.13. 연합뉴스
정의당, 지지율 바닥에 비호감도 최고인 이유
김건희 특검 추진에 더 큰 장애물은 정의당이라고 할 수 있다. 특검법을 본회의 부의를 통해 패스트트랙에 태우려면 재적의원 5분의 3인 18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169석을 가진 민주당으로서는 정의당의 6석 참여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기본소득당 1석, 야권 성향의 무소속 의원들이 모두 찬성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정의당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의원단·대표단 연석회의를 열어 김건희 특검 도입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정의당은 14일 '50억 클럽 특검' 법안 발의를 공식화했지만 김건희 특검은 당장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며 여전히 거리를 뒀다.
이정미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지금은 수사를 제대로 하라고 먼저 촉구하고 검찰을 세게 압박하는 것이 필요할 때"라며 "검찰이 김 여사를 소환 조사하는지 지켜본 다음 (특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를 한동안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당장은 김건희 특검에 협조할 뜻이 없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앞서 이은주 원내대표도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 "검찰이 수사를 진행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그때 국회가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역시 김건희 특검 '시기상조론'이다.
나아가 정의당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 가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는 "김건희 특검보다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이 우선"이라며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 꼼수'로 김건희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재명 방탄 꼼수' 공격은 국민의힘을 방불케 할 정도다. 정치적 중립과 공정 의무를 내던진 채 극단적인 편파 수사에 권력을 남용하는 검찰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체포동의안 찬성이 윤석열 정권의 정치 공작과 정적 제거 작업에 힘을 보태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최소한의 고민도 없이 일차원적 인식 수준을 드러내고 있다. 정의당이 이재명 대표의 불체포특권에 대해선 극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반면 검찰도 손을 못 대는 김건희 씨의 압도적인 불체포특권엔 안이하다는 점도 의문을 자아낸다.
김건희 씨 직접 조사에 대해 지금껏 요지부동이던 검찰 수사를 신봉하며 지켜보자거나, 김건희 특검을 이재명 수사와 연결시키는 이 같은 정의당 논리는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의 시각과 궤를 같이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의당 지지층의 80% 이상이 김건희 특검에 찬성하고 반대는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당심(黨心)과도 완전히 배치되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다.
2013년 경찰이 내사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전인 2012년에 이미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건을 적발해 검찰에 수사 의뢰했지만 석연치 않게 수사가 안 됐고, 2020년 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고발을 한 뒤에도 진척이 없다가 2021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를 위해 검찰을 나오고 나서야 겨우 수사가 진행된 일련의 과정에는 눈을 감은 셈이다. 게다가 지금은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과 그 오른팔인 한동훈 법무장관이 검찰을 철저히 장악한 명실상부한 검찰공화국 체제인데, 김건희 씨 수사를 최대한 회피하던 검찰 태도가 갑자기 달라지기라도 한다는 것인지, 정의당의 정세 판단력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정의당은 이른바 '민주당 2중대'로 비치는 것을 우려해 김건희 특검 공조를 거부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의당이 지지율 3%대의 바닥권에 비호감도는 원내 정당 중 가장 높은 60%대를 기록하는 이유는 민주당과의 차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진보정당으로서 검찰개혁 같은 중대 현안 때마다 존재감이 없고, 도리어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에 반대하는 등 윤석열 검찰 및 수구언론 등과 단호하게 전선을 형성하지 못한 채 미온적인 대처에 급급한 데서 원인을 찾는 분석이 합리적이다.
사실 정의당은 지금까지 국민의힘보다는 민주당을 비판하는 데 힘을 쏟으며 '2중대' 탈피에 강박적으로 집착해왔지만, 정작 시민들 대다수는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인지 아닌지에 별 관심이 없다. '민주당 2중대'보다는 '진중권 2중대'로 보이는 점이 당세 악화에 훨씬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대선 때 심상정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허경영 후보한테까지 지지율이 뒤질 정도로 외면당하고 실제 투표에선 고작 2.37%를 얻어 당의 존립까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도 갈수록 기층 민중에게서 멀어지며 동아리 수준으로 전락하는 이유를 본인들만 모르는 듯하다. 윤석열 정권의 전방위적 폭주와 실정에 대해 민주당보다 더욱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오히려 김건희 특검을 주도하는 등 행동으로 견제해주길 바라는 게 옛 지지층 및 시민들 다수의 기대로 보이지만 정의당은 여론을 읽지 못하고 정체성 확립도 못한 채 갈지자 행보만 되풀이하고 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장동·김건희 특검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2.13. 연합뉴스
용혜인은 특검 앞장…진보당도 정의당과 차별화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과 정의당과는 대조적으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김건희 특검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용 의원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 '쌍특검'이 필요하다며, 국회가 2월 임시회 중에 결단을 내리자고 촉구했다.
용 의원은 정의당을 향해 "모든 일에는 시의성이 있는 것이고, 이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하면서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사실상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결과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정의당도 이 논의에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진보당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진보당은 논평에서 "이재명 대표는 이미 검찰에 세 차례 출석을 했고, 공당의 대표이기에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도 없다"며 "검찰의 체포동의안 제출은 수사의 목적이 아니라 이 대표를 체포 구금함으로써 범죄자로 낙인찍고 여론재판을 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진보당은 "그동안 검찰의 불법적인 정치 개입에 반대해온 야당이라면, 검찰 독재에 단죄 없이 오히려 면죄부를 안겨주는 체포동의안 처리에 찬성해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 또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까지 신속히 추진해 '법 앞의 평등'을 반드시 증명해야 한다"고 전했다.
기본소득당과 진보당은 진보정당으로서 선명성을 부각시키며 정의당과의 '차별화'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URL복사(으)로 기사보내기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