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그 말은 곧 ‘이야기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로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도널드 밀러의 『천년 동안 백만 마일』(IVP펴냄, 2010년)은 이 가을날 우리를 멋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초대해 주는 책이다.
자 이제 멋진 이야기가 펼쳐지는 영화 한 편을 떠올리자. 이 영화의 감독은 우리 아버지이신 하나님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이 위대한 이야기 속의 주인공으로 캐스팅하신다. 과연 어떤 작품일까?
이 멋진 영화의 시나리오는 당연히 주인공의 해피엔딩이다. 문제는 엔딩에 이르는 과정이다. 수많은 갈등과 상처와 고통의 시간들로 이어지는데 덕분에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한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다.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지만 어느새 상상하지 못한 놀라운 엔딩에 도달한다.
파란만장한 스토리의 전개과정은 어쩌면 주인공의 ‘꿈’ 때문이다. 결코 시시하지도 상투적이지도 않으면서 주인공의 ‘꿈’을 성취하기 위하여 시나리오는 어쩔 수 없이 시시하지도 상투적이지도 뻔하지도 않은 전개 과정을 밟아야만 했다. 주인공의 꿈이 성취하기 어려울수록 대작의 향기가 나게 마련이니까.
좋은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그만한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그 대가가 두려워 주인공이기를 포기한 채 단역배우의 길을 선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서 하나님을 거장의 위치에 둘지, 그저 그런 삼류 감독으로 머물게 할지 선택할 수 있다. 혹시 지금 내 인생이 위대한 스토리의 한 장면으로 나아가는 문 앞에 서 있다면, 귀 기울여 거장의 음성을 들어야 한다.
“너, 두려워 말고 이 문으로 들어오라! 이 영화의 결말은 결국 네 혼인잔치의 기쁜 자리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