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0일 토요일 설 (구정) 명절 미사
-반영억 신부
복음; 루카12,35-40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35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36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37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38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 하다!39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 다.40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축복을 빌어주는 사람」 구정 명절을 맞이하여 하느님의 복을 풍성히 받으시고 건강 하시길 기원하며 우리보다 앞서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영원한 생명을 누리시길 빕니다. 아울러 오늘‘통,통,통,통’4 가지 복을 선물로 받으시길 기도드립니다. 1.의사소통, 2.운수대통, 3.만사형통, 4. 쓰레기통입니다. 1.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기를 빕니다.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뜻이 서로 통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하느님과 통해야 하고, 이웃과 소통해야 합니다. 하느님과 잘 통하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새기고, 살아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이웃과 잘 통하려면 상대의 말을 경청해야 합니다. 상대에게 가르치려 하지 않고 들어주려고 할 때 마음과 마음이 통하고 공감하게 됩니다. 그런데 의사소통의 일차적 수단은 언어입니다. 고운 말, 바른말, 따뜻한 말을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프란치스코 교황). 말은 마음을 담는 그릇입니다. 마음에 담긴 것이, 밖으로 나옵니다. 그러므로 무엇이든 일상 안에서 마음에 잘 담아놓아야 합니다. 친밀감 있는 언어를 사용할 때 벽을 무너뜨리고 잘 통하게 됩니다. 통하면 생명이 주어지고, 막히면 죽음이 드리웁니다. 혈관도, 바람도 통해야 합니다. 2. 운수대통입니다. 운수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천운입니다. 하느님께서 열어 주신 길에 하느님 전지전능의 은총으로 하는 일마다 크게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잘 되리라는 믿음 안에 지내시길 기도합니다. “ 네 길을 주님께 맡기고 그분을 신뢰하여라. 그분께서 몸소 해 주시리라”(시편37,5). 하느님께 의탁하는 우리의 삶에 그분께서 넘치도록 채워주실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앞길을 활짝 열어 주시고 항상 동행하십니다. 3. 만사형통입니다. 모든 일이 형통하라는 것입니다. 모든 일이 뜻대로 잘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내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대로 잘 풀리기를 바랍니다. 욕심으로 내 뜻을 이루려고 하면 시끄러워집니다. 관계가 어려워집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통해서 이루려고 하는 뜻이 무엇일까? 를 찾는 가운데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주님의 가르침을 좋아하고 그분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사람, 그는 시냇가에 심겨 제때에 열매를 내며 잎이 시들지 않는 나무와 같아 하는 일마다 잘되라”(시편1,2-3). 주님께서 강복하셔서 여러분이 하시는 일이 언제나 잘 되길 바랍니다. 4. 쓰레기통입니다. 쓰레기통’의 동의어는‘성직자’랍니다.
쓰레기통 같은 사람 남들이 인상 찌푸리는 것을 껴안는다. 아무 불평 없이. 가운데 자리 마다하고 구석으로 간다. 아무 불만 없이. 화려한 것, 화려한 곳만 찾는 성직자가 있다면 그는 쓰레기통 같은 사람이 아니라 쓰레기일지도 모른다. -정철-
각자의 본분에 충실하지 못한 사람은 쓰레기가 됩니다. 이러저러한 환경이나 여건을 탓하거나 핑계 대는 일 없이 근본에 충실해야 하겠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걸맞은 삶을 살아가시길 희망합니다. 예수님의 마음으로 모두를 품을 수 있는 소중한 사람, 쓰레기통 같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설은 본디 신일(愼日) 이라고 하여 ‘근신하고 조심하는 날’이라고 하였습니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데에 삼가고 조심하는 마음이 우선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이날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고 웃어른께 세배를 드리며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합니다. 부모님들은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설빔을 해 주고 큰절을 받고 세뱃돈을 주며 가정의 화목과 평화, 부와 안녕을 기원하였습니다. 명절의 의미를 두 가지로 생각해 봅니다. 첫째는 감사하는 생활을 일깨우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고향을 방문하여 조상들을 기리며 차례를 지내고 부모 형제, 친척과 어른들을 찾아뵙는 것은 감사드림의 한 표현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에게는 감사의 원천인 하느님께로 먼저 눈을 돌려야 합니다. “나 무엇으로 주님께 갚으리오? 내게 베푸신 그 모든 은혜를, 구원의 잔 들고서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네”(시편116,12). 그리고 혈족만이 아니라 모든 이웃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살아야 합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하느님의 작품이요, 사랑받아야 할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전혀 필요 없을 만큼 완벽한 사람도 없고, 도움을 줄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도 없습니다. 민수기(6,22-27)를 보면,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하며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을 빌면 주님께서 몸소 복을 내리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복을 받는 일은 먼저 복을 달라고 애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이름으로 복을 비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복을 달라고 하기 전에 주님의 이름으로 복을 베푸는 몫을 차지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축복을 빌어주는 생활입니다. 어른에게 세배를 하면서 한 해의 건강과 무사 안녕을 기원하며 덕담을 받고 이웃 형제와 서로에게“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인사 하는 것이 오늘 하루만의 인사치레가 되어서도 덕담으로 끝나서도 안 되겠습니다. 복을 빌어주는 만큼 삶의 모범으로 진정으로 복된 사람이 되어야 하고, 복을 받는 사람도 복 받을 만한 그릇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 너희 품에 담아 주실 것이다”(루카6,38).“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이 아니라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받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주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축복하는 삶, 생활로써 복을 함께 나누고 지켜주면서 감사의 마음을 키워갈 때 우리 주변은 더욱 빛나고 그리스도의 향기가 풍기는 아름다운 환경이 조성될 것입니다. 감사와 축복의 날에 주님께서는 충성스런 종과 불충한 종의 비유를 통해서 “너희는 준비하고 있어라”(루카12,40). 고 말씀하십니다. 등불을 켜고 주인을 기다리는 충직한 종처럼 감사와 축복으로 매일을 한결같이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조상을 위해 기도하고 서로에게 복을 빌어주며 이웃과 더불어 만남을 기뻐하는 날, 정월 초하루! 모두 모두 주님의 복을 많이 받으십시오.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
[청주교구 내덕동 주교좌 성당:반영억 raphael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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