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이었습니다.
일찌감치 저녁을 챙겨 먹고 창을 닫으려고 했는데,
밖이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보니 눈발이 흩날리는 거 아니었겠습니까?
무슨 눈이지? 하면서도, 그냥 말 수가 없어서... 핸드폰으로 그 사진이라도 찍어두었지요.(아래)
눈은요, 갈피를 못 잡고 아래 위로 날아다니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만 연출하고 있드라구요. 그래서,
이런 눈, 와 봤자지. 하면서 문을 닫아버렸지요.
근데요, 새벽에 밖이 훤해서,
눈이 제법 왔나 보네? 하기만 했을 뿐,
아침잠까지 자고 일어났는데,
웬걸?
아침에 보니, 밖은... 눈이 하얗게 쌓여 있는 거 아니었겠습니까?
그러니까 간밤에 내린 눈이 적지 않았던 모양이고,
그 눈은 습기를 많이 품고 있는지, 땅에 내린 건 거의 녹았던데 나무들에만 쌓여 있는 특징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보기엔 좋았습니다.
그래서 역시 사진을 찍어, 바로 멕시코에 있는 K씨와 미국의 신부님 등에게 보냈지요.
제가 그랬던 이유는요,
멕시코의 K씨는 지난번 눈이 제법 내렸을 때 제가 동영상을 찍어 보냈더니,
감동까지 한 답장을 보내왔드라구요.
외국에 살다 보면, 한국의 그런 조그만 일에도 가슴이 뭉클해질 때가 있거든요.
그렇지만 그 신부님이야 눈이 오거나 비가 오거나 그저 무덤덤한 분이라,
'한국엔 눈이 내렸다'는 소식만을 알렸을 뿐이지만요.
근데요,
오전 중에 저는 대형마트 운송 팀으로부터 식료품을 배달 받았는데요,
어제 저녁, 위 사진을 찍었던 눈이 내릴 즈음... 제 조카딸의 전화가 왔었는데,
"삼촌, 곧 '설'인데,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하고 묻기에,
(그 집안의 큰며느리인 조카는 명절 때마다 이런 걸 챙기고 있기에)
"없다." 했는데도,
"제가 고기 좀 보낼 건데, 필요한 게 있으면 얘기해 주세요. 보낼 게요." 하기에,
"나 한테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니네 집안의 다른 곳에나 해라." 했는데도,
(제 조카딸은 명절 때마다 최소한 '선물 세트' 같은 거라도 보내는데, 제가 특히 그런 걸(선물 세트 같은 포장된 것들) 싫어한다는 걸 아는지라, 일부러 전화를 걸어 이렇게 물어왔던 거지요.)
"어차피 보내는 거, 삼촌한테도 보내야 하지 않겠어요? 빨리 말씀하세요!" 하고 자꾸만 성화이기에,
"그럼, '소고기' 보내지 말고 '돼지고기'로 하고, 여기 '간장'이 떨어져가고 있으니 간장도 하나 보내든지......" 하자,
"삼촌 필요한 '우유'하고 '김' 같은 것도 보낼 게요." 하더니,
그 식료품이 오전에 도착한 것이었답니다.
그렇게 어느덧 설 얘기가 나오는 즈음이 되었네요.
그러고 보니 또, 며칠 남지 않았구요.
근데요,
오늘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저는 또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는데,
여든이 넘은 어르신으로부터였습니다.
왜, 여러분도 기억하시겠습니다만... 제가 작년 가을(10월)에 경북 '상주'로 사람을 찾으러 '자전거 출타'를 했잖습니까? 그때, 고속버스에서 만났던 아주 깡깐하셨던 어르신요.
그 뒤로도 서울 시내에서 만났고, 한 번은 제가 사는 여기 공릉동에도 오셨으며,
이따금 한 번씩 전화 통화도 이어지고 있는 분인데요,
(비록 사람은 못 찾았지만, 그렇게 만난 인연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답니다.)
그렇잖아도 사흘 전에 그 분한테서 전화를 받았었는데, 오늘도 또 전화가 왔기에 제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아이고, 선생님! 어쩐 일로 이렇게... 전화를 거셨습니까?" 하고 여쭸더니,
"내가 오늘 일이 있어서 '답십리' 쪽에 있는 00 사무실에 갔었는데, 거기 '사무장'이 젊은 사람이던데, '군산'이 고향이라기에, 남궁 화백 생각이 나서 전화를 걸었다오."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 그러셨군요." 하자,
"근데, 그 사람이... 젊은 사람인데, 어찌나 싹싹하고 착하던지... 내가 남궁 화백 얘기를 했더니, 모르는 분이라고 하드라고." 하시기에,
"선생님, 저... 유명한 사람 아닙니다. 그런 사람이 고향이 같다고, 저 같이 이름도 없는 사람을 어찌 알겠습니까? 하 하 하..." 하고, 그 분의 순짐함 때문에 웃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러면서 몇 마디 얘기를 더 나누었거든요.
근데요, 그 어르신은 지금 댁으로(경기도 가평군의 '설악'면에 위치) 돌아가는 중이셨는데,
(그 분은 그 연세에도 활동량이 저보다 훨씬 많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정하시거든요.)
전화를 끊으면서는,
"그럼, 남궁 화백...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예? 아이... 선생님! 제가 인사를 드리는 거지, 어떻게 선생님께서 저 같은 아랫사람에게 자꾸만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저 곤란하게요......" 하고, 뭔가 편치 못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긴 했는데요,
사흘 전에도 전화 중에 그러시기에,
"선생님, 그렇잖아도 제가 설 임박해서 선생님께 전화를 드릴 텐데, 저 곤란하게 하시지 마시고, 선생님께서는 그저 제 인사만 받으시면 됩니다." 하고 당부드렸었거든요? 그런데 오늘도 그러시니,
이거,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할 수밖에 없긴 했지만요,
아무튼,
설이 가깝긴 한가 봅니다.
이런저런 '설 얘기'가 저에게도 벌어지고 있는 걸 보면......
첫댓글 인사가 늦었네요,
아무쪼록 새해에도 무탈하시고 건강하십시요. 복도 많이 받으시고....^^
감사합니다. '오리발'님께서도 그러시길 빕니다.
선생님, 매번 글만 읽고 가다가 새해 인사가 늦었습니다. 선생님 새해는 더 편안하고 무탈한 시간 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0년 고마운 마음 안고사는 인연입니다. ^^
그렇게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의무적으로 하지 않으셔도 괜찮으니, 자유롭게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부담이 없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