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
손 원
맹물에도 양념이 들어가면 시원한 냉국이 되고 끓이면 해장국이 된다. 모든 산해진미에도 양념이 들어가 맛을 내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양념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 인 듯하다.
시골에 조그마한 밭 한 뙈기를 경작하고 있다. 파종기가 되면 무얼 심을까 고민을 하지만 매년 기호작물 위주로 심는다. 즉 양념재료인 마늘, 양파, 고추, 들깨 등을 주로 심는다. 소위 양념류 작물이다. 선대 때에는 주곡이 우선이었기에 좋은 밭, 좋은 논에는 쌀, 보리, 밀, 옥수수를 심었고 짜투리 땅에 찬거리나 양념류 농작물을 재배했다. 당시에도 양념류가 결코 가치가 덜한 것은 아니었다. 배고픈 시절, 배고픔을 해결하기에는 주곡이 절대적이어서 전통적으로 주곡이 숭상되어 왔던 것이다. 배고픔을 면하고 부터는 주곡 보다는 양념류 작물재배가 비교적 고소득으로 지금은 양념류 작물에 더 많은 공을 들이기도 한다.
안방에서 TV 음식프로그램 시청을 많이 하는 편이다. 특히 아내는 유명 셰프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눈여겨 본다. 때로는 같이 보고 눈요기도 많이 한다. 음식만드는 전 과정에 눈을 때지 않지만 특히 양념장 레시피에 관심이 많다. 음식 마다 특유의 양념장 레시피가 있고, 재료도 다양하다. 음식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음식의 맛과 퀄리티를 결정하는데 양념장은 절대적인 것 같다. 특히 아내는 양념장 레시피를 귀담아 듣고 기록 해 둔다. 그 덕을 톡톡히 보는 듯 하다. 셰프의 흉내를 낸 양념 불고기, 갈비찜, 닭볶음, 무침회 등을 가끔은 먹을 수 있다.
고급 음식점이나 호텔에서 식사 한 번 하는 것이 서민의 로망일 것이다. 그런 곳에서는 좋은 식재료에 솜씨 좋은 요리사가 있기에 맛 있는 음식이 만들어 진다. 소위 일류음식인 것이다. 일류음식은 서민이 쉽게 접할 수 없지만 정보화 시대에 요리 방법을 알 수가 있어 비슷한 요리를 직접 해 먹을 수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양념이다. 슈퍼나 마트에 가면 각종 요리용 양념이 진열되어 있어 호텔음식에 버금가는 요리도 가능하다.
음식의 맛을 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소금과 양념이다. 양념은 마술과도 같아 음식 맛에 천차만별의 효과를 낸다. 음식에 양념은 필수이고 음식의 맛과 질에 절대적이다. 훌륭한 셰프는 양념의 달인이다. 양념은 음식 맛믈 좋게 하는 필수 요소다. 그렇다면 모든 만물의 가치를 더하는 양념도 있을 법하다. 우리의 삶의 모든 영역에 양념이 있어 늘 사용하고 있지는지도 모른다. 부부사이, 가족사이, 친구사이 등 수많은 인간 사이에도 삶의 양념이 역할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삶의 양념이 있다면 무수한 종류가 있고 농도도 천차만별일 것이다. 인간 관계에서 사람에 따라 어떤 양념을 어느 정도로 하여 관계할 것인가는 개인별 특유한 사항이다. 부부사이에도 양념을 계속 쳐 가며 살고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양념의 종류와 농도가 달라지기에 일생토록 똑 같은 양념을 쓸 수가 없고, 쓰려고 해도 불가능 할것이다. 하지만 적절한 양념을 쓰고 있고 같은 상황이라면 비슷한 양념을 쓰게 될 것이다. 남편은 늘 어떤 양념을 쓸 것인가를 고민하게되고 아내도 마찬가지다.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는 양념이 질리지 않고 오래간다. 맛깔나는 사랑의 양념이 양념이 떨어지는 것은 생각하기 조차 싫다. 대인 관계에서모두에게 양념을 쓸 수는 없겠다. 경우에 따라서 양념을 쓸 것인가 안 쓸 것인가를 결정하고, 쓴다면 어떤 양념을 어느정도로 쓸 것인가를 고민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사가 아닐까?
대인관계에 쓰이는 양념은 어떤 것일까? 심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으로 대별 할 수가 있겠다. 들어서 기분 좋고 힘이나는 말 한 마디가 전자라면, 선물이나 밥 한 끼 하는 것은 후자일 것이다. 양념은 여러가지를 섞어서 하면 효과가 좋다. 선물하나를 건낼 때도 덕담을 하면 훨씬 효과가 있다.
입맛을 내는 양념재료인 간장, 참기름, 젓깔, 식초, 마늘, 양파, 고추가루, 설탕 등이 우리들 찬장에 가득 있어 조리할 때마다 사용을 하고 있다. 어떤 재료는 일시적으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큰 문제는 없다. 양념은 양념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배고플 때 양념으로 배를 채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맛있는 식사를 위하여는 양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양념은 부재료로 음식의 맛과 가치를 더하는 역할을 한다. 외출 할 때 대인관계에서 양념적 요소가 너무 많다. 화장품이나 각종 악세사리는 양념역할을 한다. 양념은 본래의 가치를 더하고 맛깔스럽게한다. 부모와 아들, 딸 4명의 가족이 있다고 하자.아버지에게 가족은 양념이 되어 아버지의 삶을 맛깔스럽게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양념이 되어 주길래 가정이 화목하고 사랑이 넘치는 것이다. 반면에 서로간에 양념이 되어주지 못한다면 미움과 원망으로 가득차고 관계가 무미건조하여 사는 맛이 없어 지게 된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서로에게 양념이어 주어야 건전하고 발전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오늘의 행복한 일상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에게 양념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양념이 되지 못하 사회인은 사회악이 되어 모두가 경계하게 될지도 모른다.
맛깔나는 음식을 위하여 찬장이며 냉장고에 양념감을 가득채워 두듯이, 맛깔나는 삶을 위하여 가슴속 깊이 마음의 양념을 가득 채워 두도록하자.(2022.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