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아침에 청주와 천안지방에 내린 장대비는 재앙 수준이었습니다.
서울이 아니어서 그날 저녁 까지도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간 당 80mm가 넘는 비가 오면 버텨낼 곳이 없다고 하는데 일요일 아침에 청주에는 시간 당 90mm의 비가 내렸다고 합니다.
기상청 기준으로 볼 때, 시간 당 30mm 정도의 비가 오면 호우주의보가 내려지고, 50mm 이상이면 호우 경보가 발령된다고 합니다. 호우 경보라고 하면 비가 집중으로 내려 큰 피해가 우려되니 저지대와 산 아래 주민은 대피하라는 경고가 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시간 당 90 mm 정도가 되면 사람의 힘으로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닌 것입니다. 시간당 50mm 정도가 되면 양동이로 물을 퍼붓는 수준의 비가 내린다고 하는데 90mm 면 저수지 둑이 무너저 물이 넘치는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게 밤이 아니고 아침이라 다행이었고 또 출근하는 날이 아닌 휴일이라 다행인 점도 있지만 대형 재난이 올 때마다 얘기가 되는 것이 항상 인재(人災)가 겹친다는 것입니다. 좀더 미리 경계령을 발효하고 좀더 미리 대비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얘기인데 막상 그 현장에서 있었던 관계자들은 그 말에 동의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많이 올 줄 몰랐다는 거지요,,,
그나마 큰 다행이었던 것은 괴산댐이 붕괴직전까지 갔는데 위험을 넘겼다는 것입니다. 그 댐이 붕괴되었더라면 엄청난 피해가 따랐을 것입니다.
<충북 청주시가 상습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한 우수저류시설 인근 지역마저 22년 만의 기록적 폭우 피해를 입으면서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17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개신동 충북대 정문 앞에 10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우수저류시설을 준공했다. 시는 이 시설이 시간당 80㎜의 비를 감당하며 총 1만 3000여㎥의 빗물을 임시 저장할 수 있어 상습 침수지역인 개신동, 사창동, 복대2동의 비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시는 앞서 2014년 10월 내덕지구와 2012년 9월 내수지구에도 우수저류시설을 지었다. 3곳의 총사업비는 259억원이다. 지하에 설치된 이 시설은 집중호우 때 하수관로가 넘치는 것을 막기 위해 빗물을 담아 두는 그릇 정도로 보면 된다.
하지만 지난 16일 시간당 최고 91.8㎜의 물폭탄이 청주를 강타하자 이 시설들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불과 10여㎜ 차이로 폭우 피해를 당한 셈이다. 충북대 정문 앞 도로와 상가는 물바다가 되면서 주차된 차량들이 물에 휩쓸려 뒤엉켰고 지하상가에는 흙탕물이 가득 찼다. 내덕지구 역시 도로에 물이 가득 차면서 가전제품이 둥둥 떠다니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내수에서도 학평 지하차도가 물에 잠기고 주택·농경지가 침수됐다.
충북대 앞에서 복사집을 하는 정영배(51)씨는 “가게 안에 있던 3000만원짜리 복사기까지 물에 잠겨 언제 장사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우수저류시설이 생겨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내덕지구 건물주 유재찬(61)씨는 “우수저류시설이 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30분 만에 상가 앞 도로 100여m가 물바다가 됐다”며 “제때 수문을 열지 않았거나 오래전 내린 비가 저류시설 안에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빗물이 저류시설로 들어가는 곳이 1개밖에 없는 것 같다”며 “설계를 제대로 했는지 따져 봐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시 관계자는 “정부 기준에 따라 50년에 한 번 올 수 있는 강우량을 따져 시간당 80㎜의 비를 감당하는 시설을 만든 것”이라며 “16일 새벽 저류시설은 텅 비어 있었고, 폭우가 내리면서 정상 작동됐다”고 말했다. 연규방 충청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시설이 어느 정도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저류시설을 크게 만들면 좋지만 공사 기간 불편으로 인한 주민 반발로 지자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청 직원들의 동원령이 폭우 시작 3시간 뒤인 16일 오전 10시10분에 내려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의 늑장 대응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시민들에게 안내 문자메시지가 발송된 것은 오전 8시로, 누적 강수량 109.1㎜가 기록되고 난 뒤였다. 청주에서 가장 심한 물난리가 난 복대동·비하동 일대의 위험성을 알리는 안내 문자는 이날 오전 내내 한 차례도 없었다.
한편 충북도는 이날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건의했다. 현재 도내 농경지 2989㏊가 침수·매몰·유실됐고, 주택 457채가 침수되거나 반파됐다. 4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으며, 가축 4만 2000여 마리가 폐사했다. 이재민은 441명이 발생해 이 중 126명만 귀가했다. 도는 폭우 피해액이 청주시 90억원, 괴산·보은 60억원, 진천·증평 75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서울신문,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통계에 따라 90mm 수치가 아닌 81mm 수치를 예상하고 만들었기 때문에 91mm의 비가 온 것을 감당하지 못했다는 항변이 조금 황당하기도 하지만 이번 비는 재앙 수준이었습니다. 사실 10mm면 1cm입니다. 그게 그렇게 큰 차이가 있다니 놀랍니다. 새 정부 들어서 4대강에 대한 말들이 또 많지만 아직 제대로 된 비를 겪어보지 않았습니다.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려면 충분한 시간이 지난 뒤에 가능합니다. 정권만 바뀌면 앞 정권에서 추진한 일들을 다 폐기하고 비난하고 하던데 이것은 참 낯 간지러운 일입니다. 그들도 얼마 뒤에는 전 정권이 될 것이고 똑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