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코스트너라는 배우가 있습니다. 늑대와 춤을 (1990), 로빈 훗(1991), 보디가드(1992) 등을 줄줄이 히트시켜 한때 아주 유명했습니다. 이후 영화 몇편을 연달아 말아먹어서 지금은 예전만 못하죠. 그가 한참 영화를 말아먹을때 나온 영화중 포스트맨 (The Postman, 1997)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줄거리를 대략 말씀드리면...
대규모 핵전쟁으로 황폐해진 미래의 지구, 생존자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여기저기에 소규모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독재자가 마을간의 연락을 차단하여 세력을 약화시키고 필요한 정보만을 주어서 그 나라를 지배합니다.
떠돌이 방랑자인 주인공(케빈 코스트너)은 방랑도중 오래된 우편배달부의 복장및 편지가 가득찬 가방을 주운 후에, 먹을 것과 잠자리를 쉽게 제공받을 수 있으리란 기대에 마을간의 편지를 배달하는 알려지지 않은 조직이 있고 자신은 그 요원인 포스트맨이라 거짓말을 하며 마을을 방문합니다.
처음엔 가방 안에 든 편지중 몇통만 배달되었으나(핵전쟁 발발전 발송한 편지의 수취인이 우연히 그 마을에 있었음) 이를 신뢰한 사람들이 실제로 마을간의 연락을 케빈 코스트너에게 맡기게 되고, 친척 또는 친구로부터 편지를 받고 소식을 듣게 된 여러 마을의 사람들은 기뻐합니다. 떠돌이에 불과한 케빈 코스트너도 점점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고 나중엔 위험을 무릅쓰며 포스트맨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리고 결국 상황을 파악한 여러 마을 사람들과 주인공이 힘을 합쳐 독재자를 물리칩니다. . . .
인터넷이 없던 시절...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정보로만 상황을 파악해야 하고, 부당하다는 것을 알아도 세상에 알릴 수 없고, 부당하게 밟혀도 밟힐 수 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내게 필요한 정보를 내가 찾아 나설 수 있고, 부당한 것이 있으면 세상에 알려야 하고, 부당하게 밟히면 저항을 해야 합니다.
1997년이면 아주 오래된 영화입니다.
요새들어 이 영화가 문득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요.
P.S. 제목에 쓴 '단상'의 한자가 짧을 단을 쓴 '短想'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끊어질 단을 쓴 '斷想'이더군요. 쪽팔릴 뻔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