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3~4일 전국에 한파가 몰아쳤습니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입니다.
나 소년 시절에도 무척 추웠습니다. 보통 영하 15도 오르내렸습니다. 한강이 꽁꽁 얼었습니다.
겨울에 두껍게 언 얼음을 떠서 서빙고 동빙고에 저장하여 궁궐에서 썼습니다.
지금은 어느 집마다 냉장고가 있어 얼음이 귀(貴)한 것을 모르지만, 옛날엔 여름에 정말 귀했습니다.
그러니까 한 70~80여년전 이야기입니다. 노량진 한강 인도교 밑에 스케이트장이 있었습니다.
인산인해를 이룬 스케이트장 좀 떨어진 곳에 얼음을 깨고 잉어 낚는 강태공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김없이 찾아오는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있어 그 추위를 이기고 숨을 돌리고 살 수 있었습니다.
겨울 하면 매서운 추위보다는 하얀 눈과 장독대에 소복소복 내린 새하얀 눈이 먼저 생각이 납니다.
요즘처럼 좋은 방한복도 없었지만, 맨손으로 눈사람을 만들던 소년 시절이 그립습니다.
함박눈이 오는 날 강아지 모양 괜스레 좋아 아무 소득도 없이 이곳저곳 걷던 생각이 납니다.
하얗게 내려 쌓이는 눈을 보면서 어린 시절 놀던 친구들이 그리워집니다.
이렇듯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것은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천년 백설이 되고 싶은 까닭일까요?
이 시를 보면 가마득한 소년 시절 한강 인도교 밑 스케이트장 생각도 나고 지금은 보기 힘든 삼한사온
(三寒四溫) 날씨 생각이 절로 납니다.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않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겨울 사랑/문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