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를 택하든가 참을 수 없는 담배연기를 택하든가
창밖 거리의 풍경을 택하든가 푹신한 탄력을 택하든가
카푸치노의 달콤함을 택하든가
음악을, 수다를……
내가 아는 이야기는 그도 알고 그녀도 아는
너무나 평균적인 세상 속에서
주말 빗속 계획한 여행을 택하든가
하느님도 안 하던 짓을 하려 하면 깽판을 놓는 법
안경을 택하든가 벗은 눈으로 활자를 택하든가
성남 시청 앞
HOLLYS coffee
모두들 우산을 썼다
깜짝 천둥이나 번개처럼 찾아온 호사의 시간
거느리고 있던 식솔 하나가 공동경비구역을 이탈하고
이제껏 채찍을 불빛처럼 내장하고 살았다
괭이가 돈다
성냥을 긋듯 꽁무니를 바닥에 한 번 그어주면 돼요
꽁무니와 바닥이 섬광처럼 몸을 부빈다
채찍 없이도 팽이가 돈다
돌 때마다 불빛이 켜진다
켜지는 불빛의 힘으로 연신 팽이가 돈다
시내라고 할까 또랑이라고 할까
우주라고, 바다라고 할까
밤마다 이마를 맞대고 궁리하다가
친구에게 전화를 걸다가
친척 할아버지 안부를 묻고
아직 붓기 빠지지 않은 발로 황급히 언덕을 오른 적 있다
큰 방이 두 개 있는 집이어야 해요
방과 방 사이를
앞 산과 뒷산처럼 벌려놓은 거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웅웅거리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딸각딸각 언덕을 오른 적 있다
성남 시청 앞
HOLLYS coffee
봄비는 사람들을 싹 틔우지 못하고 플라스틱 간판들이 줄줄이 비를 맞는다
[파스타치오의 표정], 천년의시작,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