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과수에서 온 전화 -
한편 강원도 영월 근처에 있는 산사의 뒷산에서 신원미상인 남자의 주검을 발견했는데 자살인 것 같다는 뉴스가 T.V에서 난지 15여 일쯤 지나 거의 잊혀가던 어느 날 오후 외출했다 돌아오던 영희는 자기 집 편지함에 들어있는 편지를 보고 뽑아 들어 편지의 발신인을 보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국립과학 수사연구소가 발신인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상한 곳에서 나에게 올 편지가 있을 까닭이 없어 잘못 배달된 편지인가 보다도 생각하며 확인하기 위해 다시 수취인을 확인해보니 분명히 자기 집 자기 이름으로 수취인이 되어있다.
이상하고 궁금하게 생각한 영희가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터 안에서 편지를 뜯어보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편지는
「귀댁의 가장인 박기철씨의 자살한 사체를 국과수 영안실에 보관하고 있으니 와서 확인하기 바란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영희는 편지를 읽고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었다.
귀댁의 가장이라면 자기의 남편 박기철을 말하는데 그 사람의 죽은 사체를 국과수에서 보관하고 있다니 도대체 이것이 무슨 말인가?
남편인 박기철이 죽기는 왜 죽고 그 사체를 국과수에서 보관하다니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린가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자기 남편인 기철은 70여 일 전쯤에 자기의 배웅을 받으며 외국 여행을 한다고 떠났지 않은가? 더욱이 자기가 남편이 비행기 타려고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돌아오지 않았는가?
그런데 국내에 있는 국과수에서 남편의 사체를 보관 중이니 와서 확인하란다 이게 무슨 말인가?
그럴 리가 없다. 아니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무엇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편지가 잘못 배달되거나, 사람이 동명이인 이거나, 하여간 경찰이 무엇을 잘못 파악하고 이런 편지를 낸 것이다.
처음에 편지를 읽고 놀라고 황당하고 당황해서 몽롱해지던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한번 기철을 공항에서 배웅하고 돌아온 사실을 떠올리고는 분명히 경찰이 무엇인가 잘못 알고 이런 편지를 보냈을 것이라고 그렇게 확신하고 그렇게 위로하면서 경찰이 확실히 알아보지도 않고 이런 편지를 보내 사람을 놀라게 하고 건강하게 살아있는 사람을 죽었다고 했으니 이것은 분명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생각과 우리나라 경찰의 수준이 이 정도뿐이 안 되니 큰일이라고 생각하며 국과수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려다 공연히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기 싫어 일단 무시하기로 했다.
그래서 영희는 저녁에 집에 들어온 아들과 딸에게도 그런 편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사실이 아닌 것을 애들에게 알려 애들까지 놀라고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륙일 지난 후
오늘은 별일이 없어 외출도 하지 않고 집에 있었는데 저녁때 전화의 벨이 울렸다.
오늘도 전에 늘 그랬던 것처럼 집에 있으면서 몇 번 지인의 전화를 받은 후이기에 영희는 이번에도 친구나 지인들의 일상적인 전화라고 생각하고 무심히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거기가 박기철 댁인가요?”
전화에서는 굵은 남자 목소리가 들려온다.
의아한 생각을 하며
“네! 그런데요.”하고 영희는 대답을 한다.
“여기는 국립과학 수사연구소인데요.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국과수라는 남자의 대답을 듣자 영희는 바짝 긴장한다.
오륙일 전 받은 그 이상한 편지가 생각나서다.
“나는 이 집 안사람인데, 왜 그러세요?”
“그럼! 박기철씨 부인이 되십니까?”
오륙일 전에 편지를 받았을 때의 일어났던 불쾌했던 감정이 생각나 전화에서 이렇게 되묻자 영희는 노여움과 짜증이 난다.
“어디다 전화하셨어요?”
“박기철씨 댁인 줄 알고 전화했는데요. 맞습니까?”
“맞는다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도대체 왜 그러세요?”
그렇게 묻는 영희의 마음이 이상하게 막힌다.
“아! 그렇습니까? 확실히 확인할 필요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실례지만 혹 저희가 보낸 서신 못 받으셨습니까?”
영희의 대답에 짜증이 배어있어도 전화의 남자는 예의를 잃지 않는다.
“받았어요. 그런데 참 전화 잘하셨어요. 알려면 똑바로 알고 일하세요. 우리 집 양반은 70일여 전에 외국으로 여행을 가셨고 이제 며칠 있으면 돌아오실 거예요. 그런데, 무에요? 그런 사람이 죽었다고 와서 확인하라고요? 그게 말이 되요? 국가 공공기관에서 그래도 되느냔 말이에요? 자꾸 이러시면 명예훼손죄로 고발하겠어요?”
영희의 말에 분노가 배어있다.
“그렇습니까? 미안합니다. 그러면 오셔서 확인만 해주십시오. 확인해 보시고 주인 양반이 아니면 좋은 일 아닙니까?”
“좋긴 무엇이 좋아요? 건강하게 살아있는 사람을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해요? 나는 싫으니 좋은 당신들이 알아서 하세요.”
그렇게 말을 하고 영희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고 저쪽 남자가 다급하게 부르곤
“미안합니다. 제가 말을 잘못했습니다. 우리 수사를 협조해 주시는 뜻에서 확인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탁합니다.”
하고 정중히 부탁한다.
“당신들 수사와 내가 무슨 상관이에요? 그리고 왜 내가 남의 남자 시신을 보아요? 싫어요.”
“심정은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수사에 협조해 주시는 뜻에서 확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야 수사가 진전되겠습니다.”
“참! 귀찮게 하네. 싫다니까. 무슨 수산지 모르지만, 당신들이 알아서 하셔요.”
“미안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못 해요. 남의 남자 죽은 시신을 무서워서 어떻게 보아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저희 직원에게 부인을 잘 모시라고 하겠습니다. 부인이 확인하시는 동안 우리 직원이 곁에서 지켜드리고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참! 살다 보니 별일 다 있네. 살아있는 사람을 죽었는지 확인해 보라니. 무슨 이런 경우가 있나?”
완강하게 거절하던 영희의 말에 다시 짜증이 묻어난다.
“부인! 저희 수사가 잘못되지 않도록하기 위해서 확인이 필요하니 협조해 주십시오. 부인께서 불편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부인께서 말씀하신 것 같이 무능한 경찰이 안 되려면 부인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왜 남의 말꼬리는 잡고 그래요. 댁이 내 입장이라면 그렇게 말 안 하게 됐어요.” 영희는 화가 났다. 일도 제대로 못 하는 경찰이 말꼬리나 붙잡고 시비를 하나 하는 생각에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부인께서 그렇게 이해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하니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이렇게까지 하는 남자의 청을 듣고 정말 죽은 사람이 자기 남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영희의 뇌리를 스쳤으나 영희는 도리질하며 남편의 외국 여행은 자기가 확인한 사실이 아닌가, 공항에서 유럽행 비행기를 타는 것을, 자기가 직접 보았으니 확실히 죽은 사람은 자기 남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사람 말처럼 수사를 위해서는 확인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까지 부탁하니 가서 확인해 주자 나도 이런 이야기를 듣고 찝찝한 마음을 가지고 그이가 돌아오기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보다 지금 확인해보는 것이 나을 것이고, 또 혹 그이가 귀국하기로 한 예정 시간보다 하루 이틀 늦어지면 불안한 마음으로 그때 확인해 볼 걸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지금 확인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렇지만 아무래도 죽은 남의 남자 얼굴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무서운 생각이 들어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제가 바빠서요.”
하고 발뺌을 한다.
“죄송합니다. 우리의 수사를 도와주시는 뜻에서 바쁘시더라도 시간을 좀 내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상대는 또다시 정중하게 요청을 한다.
이러는 상대의 행동으로 보아 영희가 승낙하기 전에는 전화를 끊을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영희는 자기가 전화를 끊어 버릴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미 자기 집 전화번호를 알고 있으니 또 전화할 것이 분명하여 그렇게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이상한 말을 안 들었으면 모를까 듣고 난 후라 그렇게 전화를 끊어 버리고 남편이 돌아오기 전까지 찜찜하고 혹시나 하는 걱정하는 마음으로 보내는 것보다 사체를 확인하여 주고 남편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해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다시 든다.
영희가 침묵을 지키니까
“부인 부탁을 드립니다.”
웬만하면 영희의 완강한 태도에 화가 나고 짜증이 났을 텐데 상대는 또다시 정중히 청한다.
“알았어요. 언제 어디로 가면 되요?”
영희는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대답을 하고 만다.
“고맙습니다. 내일 11시까지 국과수 부검관리실로 오시어 정형사를 찾으십시오. 우리 직원에게 대기하라고 일러두겠습니다.”
“알았어요. 그런데 물론 아니겠지만 우리 집 그이가 아니면 정신적인 피해보상을 해주셔야 해요.”
말하는 동안 잠시 일어났던 불길한 마음을 달래고 자신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영희는 이런 말을 덧붙었다.
“알겠습니다. 꼭 보상하지요.”
이렇게 말하는 남자의 말소리가 이상하게 영희를 다시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럴 리가 없다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하고 수화기를 놓고 돌아서며 아무래도 이번에는 아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에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첫댓글 과연? 그러다 신랑이면 어쩌려고 나중이더 궁금하네요
즐~~~감!
잘 보고 갑니다
잘보고 갑니다~~
지키미님!
무혈님!
구리천리향님!
초록캔디님!
감사합니다.
내일 날씨가 또 추어지는 모양입니다.
추위에 감기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