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 들어서니 바닥이 온 통 물기로 축축하다 이 양반이 또 물을 쏟았냐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거실에 텔레비젼 보고 앉은 남자 한테 고함을 지르는 그녀다
왜 아무짓도 안한 저 한테 소리 지르느냐 툴툴거리며 억울하다는듯 씩씩 거린다.
깔아놓은 발판을 들어내고 물기를 닦아도 나무 바닥으로 꾸역꾸역 스며 나오는게 이상타 여기며 틀어놓은 수돗물 잠그고 싱크대 가리막을 걷어내고 이것저것 올려놓은 잡동사니들 다 끄집어 내고서 들여다 보니 체인처럼 길게 뻗어 있는 가늘고 긴 수도 관에 매달아 놓은 추를 타고 물이 새고 있다 그 순간,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관리실에서 사람이 올라왔다
"아랫집에 천장에서 물이 샌다고 신고가 들어왔어요"
햐~문제가 심각해 지는 순간이다
천장 벽지가 갈라졌단다
해서 관리사무소 직원 분과 아랫층으로 갔더니 천장 벽지는 쩍 갈라졌지 그 밑으로 크다란 대야가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고 있다
죄송하다고 몇 번을 사과 드리며 안절부절 못하는 그녀에게 안 쪽에서 주인여자가 도배 해 주셔야지 않느냐며 된 소리가 들린다
주방에서 샌 물이 거실 쪽으로 밀려와 현관 들어서자마자 욕실 문 위로 갈라진 천장이 보인다
거실 전체 도배하려면 적어도 백만원은 훌쩍 넘기지 싶다
수도 꼭지 몇만원이면 집에서도 갈아 낄 수 있는데 오랫동안 습하고 축축한 물기 한 가득 머금고 내 뱉느라 열일한 수도관이 더 이상 못버티고 소리없이 터져 버렸다
십 몇 년은 족히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제 풀에 닳고 닳았을텐데 왜 한번도 그곳이 녹슬고 헐어 물이 세고 있을 거라는 생각 조차 못한 것일까?
정작 우리집은 차일피일 미루면서 이사 오면서 못한 도배지 바래고 낡은채 그대로 이건만....
수돗물 새는것, 도배 새로하는 것은 얼마든지 다시 새 것으로 바꿀 수 있는데 사람은 새것으로 바꿀 수 없는걸까?
매일매일이 짜증으로 열불 터지는 날들이다. 별것도 아닌 사소한 것에 목숨 건듯 악 악 거리는 그녀도 징 하게 못할 짓이다.
열 두번도 더 되풀이 하는 지적질에도 돌아서기도 전에 까 먹는 남자의 대글빡, 그 속을 깨 부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는 그녀다. 정작 본인은 언제 그랬냐는듯 아무렇지도 않는 저 평온한 낯짝이 징글징글하게도 싫어서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다
아침마다 백수 앞세우고 걷는 산책길,
맨 앞에는 은발의 허우대 멀쩡한 남자가 마주오는 사람들, 특히 어린 아이들과 강아지들 한테 주책없이 말을 건다
풀숲으로 숨어드는 길고양이,길위로 날아와 앉았는 새들에게조차 말을건낸다
아이들에게 애교섞인 몸짓도 서슴치 않는다 아무한테나 말 걸지 말라며 중당질 하지만 그때 뿐, 저 보라는듯 엉덩이를 실룩실룩 거리고 느닷없이 바지 내리며 똥 마려운것 같은 몸짓을 서슴치 않게 하는 남자.
오는이 가는이 걷는 흉내를 내기도 하고 길바닥에 널려있는 쓰레기를 치우기도 길가에 아무렇게 방치된 공용자전거, 킥보드등 보이는것 모든 사물 들을 만지고 알은체 한다
늘상 다니는 산책 갈림길에서 매번 다른 길로 가버리는 남자. 그 남자가 오기만을 자꾸 뒤돌아 보며 멈춰 서서 기다리는 백수, 그놈도 본능적으로 저 아저씨 정신 줄 오락 가락 헷갈리는걸 아는건지도 모르겠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동네 병원에가서 소파에 대자로 드러 눕질않나 지하철에서 신발을 벗고 양말 벗어서 의자에 발을 올리질 않나 참 난감하고 창피스러운 일들이 벌어지니 어쩌면 좋을까!
염치도 체면도 다 내 팽개치고도 태연하게 능청을 부리니 도무지 통제가 안된다
소리 소문없이 들이닥친 몹쓸놈의 망각, 그 속 기억의 조각들이 야금야금 몸 밖으로 빠져 나가고 있나 보다
누수(漏水)처럼
첫댓글 글을 읽는 내내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 공감이 가고도 남습니다.
저도 이사를 가야하나... 하고 있답니다.
아파트의 문제가 내집에서 그치지 않은 것이 문제이죠.
망각에 대한
마지막 글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동변상련이라.
저의 엄니도 늘 소소한 에피소드를 만드십니다.
부디 힘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리진님도 힘 내시길요^^~
누수 때문에 마음고생도 크고 아랫집 변상 문제까지 여러모로 걱정이 많으시겠네요 집도 작은 이상이 생기면 바로 손봐야 하나 봅니다
남편분 이야기 읽으면서 마음이 참 짠했어요
예전과 다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가족이 가장 힘드실 것 같아요
요요님
너무 혼자 마음 무겁게 안고 계시지 마시고 부디 몸과 마음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
아랫집 변상은 마침 아들의 실비보험에서
해결을 할 수 있을것 같아요
비록 자부담이 20만원 들어가긴해도
메리츠 보험에 그런 약정이 있나 봅디다
실비보험도 그런 약정을 잘 살펴 봐야 할듯요
리즈향님
감사해요^^~
일상적인 누수 이야긴 줄 알았는데 읽다 보니 삶의 균열까지 같이 보이네요.
물 새는 일 하나로 이렇게 많은 감정이 쌓일 수 있구나 싶었어요.
담담한데 여운이 큽니다. 생각이 많아지는 글이네요.
마지막 “누수처럼” 참 좋습니다.
누수도 속 터지지만
서방 치매가 더 힘듭니다
화장실에도 오래 못앉아 있어요
마눌 찾아 댕기느라 ㅎㅎ
어딜가나 따라 나서야하고
같이 댕겨야 마음이 놓이는지
은근 사람 질리게 한답니다
둘째님
감사합니다 ^^~
@요 요 아~ 그랬군요.
억장이 무너질 일이지만 희망 가지시길 바랍니다.미안해요 미쳐 몰랐습니다.
@둘째 아니오
본문에 치매 단어가 안들어 가게 쓰니라 ㅎㅎ
에공
어휴 읽는내내 내속이 더 답담하네요
요요친구
다행이 아들로 인해 해결되었다지만 참 대략난감하다는 생각에 갠실히
고마워요
치매 조심합시다
제일 몹쓸병이랍니다^^~
일상을 담담하게 쓰셨지만
묵직한 울림이 있는 글입니다.
필력이 참 좋으시네요.
집안의 누수와
기억의 상실이 같은 맥으로 이어져서
글을 읽는 내내 명치끝이 아렸습니다.
어젯밤에 저희 부부가 나눴던 대화도
한쪽이 치매나 사망에 먼저 이르면
살아남은자의 고통이 얼마나 클 것인지
미래의 연민을 미리 느껴보았답니다.
이렇게 좋은 계절에
불안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한 번에 딱 하루씩만 살아야겠습니다.
저희부부도 가끔 나누는 대화입니다
누군가 먼저 아프거나
먼저 가버리거나 했을때
어떻게 살아내야 할것인가에 고민도 하고 이야기합니다
나하고는 먼 이야기 같지만 내일을 모르니ㅠ
오늘 소중히 잘 살아냅시다
@정 아
반가워요 정아님.
정아님은 저보다 훨씬 결이 고우신 분이지만
닮은꼴도 많아 보여요.^^
감사합니다
산다는게 쉽지가 않네요
매일이 서방감시 하느라
하루가 지나갑니다^^~
술 술 잘 읽혀지는 글이
마음은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집안의 누수는 아드님 덕분 잘 해결이 되는것 같은데
기억의 누수는 갈수록 더 심해질텐데
돈으로 해결될 일도 아니고
정작 본인은 아무 고통이 없고 가족의 힘듦 ㅠ
친정엄마도 기억력 급격히 떨어지더라구요
이제 겨우 딸, 엄마 남동생정도 기억하시지만
본인은 고통이 없이 편안하셔요
맞아요
아들이 요즘 집에 같이 사니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저 아빠를 설득하고 달래느라
아들도 못할 짓이랍니다
마눌은 꽥 소리부터 지르니
대화가 안되고
하긴 말할때 그때 뿐이고
일분도 안되서 다 잊어버리니 쩝
정아님
감사합니다 ^^~
진솔하며 마음을 쨘하게하는 삶의 이야기이네요.
아무쪼록 마음의 답답함이 무난하게 풀어지기를
바랄뿐입니다. 본인의 건강도 신경 잘 쓰시고요.
힘내시기를....화이팅~!!
감사합니다
도배 일은 보험사로
해결이 되나 봅니다
문제는 그넘의 치매가
여러사람 힘들게 하네요
남은 시간도 즐거우시길 요^^~
어쩌나 ㅠㅠ 저는 누수 같이 흘러 가버리는 망각을 안타까워 하며 쓴 요요님 글이
아까워서 죽겠습니다 이 기회에? 속상한 거 달랠겸 글 좀 써서 모아 놓으세요
아들이 도와서 누수는 해결 되었군요 돈으로 해결 될 누수 처럼 망각의 누수도
어디 돈이나 보험으로 치유 되지 않을까요 앞으로 치매도 해결된다는 기사도
읽었는데 시일이 좀 걸린다고 금방은 못하는 가봐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 아까운 요요님 어려운 현실에서도 이런 보석같은 글 실을 빼 올리시다니...
운선님 말씀대로
글 모아 책 한권 내 볼까요?ㅎㅎ
감사해요
얼마전에 끝난 모자무사 보며
글이라는걸 한번 제대로 써 보고싶은
충동을 느꼈답니다
더 녹쓸기 전에 덜 무뎌진 감성으로다
ㅎㅎ
우얗던둥
감사합니다 ^^~
@요 요 꼭 그러 하시길요 화이팅!
아효 어쩌나요
천장누수는 보험이 해결하지만
남편분께서 점점 더 힘들게 하실텐데
요요님 마음도 몸도 잘 챙기셔서
이겨내시길 바래요
누구나 피해갈수없는 겪을수
일들이라 ㅠㅜ
힘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점점 힘들어 지긴 하네요
그럼에도
견뎌 봐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