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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9 장 : 최후의 대결
1.
천운의 묵검에서도 혈랑과 싸울 때 보다도 강한 검강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진회무의 대환도에서도 녹색의 도강이 일어나 일렁거렸다. 셋은 이무영을 중심으로 흩어졌다.
“모두 단체로 지옥구경이나 해봐라!”
이젠 마인으로 화한 이무영이 이무결이 있는 방향을 향해 손을 내밀어 주먹을 움켜줬다. 등골을 스치는 불길한 예감에 이무결은 급히 신법을 전개해 뒤로 물러섰다. 그와 동시에 “쾅”소리가 들리며 그가 있던 곳이 한자나 움푹 들어갔다.
‘격공강기(格孔剛氣)?! 정말 의지만으로 공간을 뛰어넘어 공격을 가하는 무공이 있었단 말인가? 사람들이 지어낸 거짓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것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시전하다
니…….’
이무결은 방금 전까지 자신이 서 있었던 구덩이를 바라보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천운과 진회무도 놀라 연신 자신들의 평지와 구덩이를 비교하는 데 정신이 없었다.
“시범조로 한 번 보여준 것이다. 천하제일을 자랑하는 멸천대공의 위력이 어떠냐? 크크크크.”
이무영이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조롱하 듯 말했다. 그러나 다들 놀란 나머지 아무도 그의 말에 뭐라 반박하지 못했다.
“이노옴! 녹의도강(綠意刀剛)을 받아봐라!”
가장 좌측에 있던 진회무가 위로 솟구쳐 달려들며 도를 수직으로 쉬둘렀다. 그의 도에서 한자가 넘는 녹색의 도강이 일어나 이무영을 덮쳤다.
“흥! 겨우 이런 걸로 덤비다니…….”
이무영이 코웃음치며 손을 들자, 대환도는 거대한 벽에 막힌 것처럼 멈짓했다.
“구석으로 돌아가 잠시 찌그러져 있어라.”
이무영이 장난하듯 가볍에 팔을 밀치자 진회무가 삼장밖으로 날아갔다. 다행이 중간에 경공을 펼쳐 정확히 착지했으나, 낭패는 면할 수 없었다.
“어디 이것도 받아 보아라!”
이번에는 우측에 있던 천운이 달려들었다. 그는 청영참마의 수법으로 검강을 만들어 검영난무의 초식을 전개했다. 날카로운 검강이 폭우처럼 쏟아졌으나, 상대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겨우 이 정도 실력이니 네가 우리 가문의 수치라는 거다. 못난 놈 같으니…….”
이무영이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젖자 검강이 모두 허무하게 소멸됐다. 다시 손을 내젖자 천운도 허공에 선혈을 뿌리며 삼장 밖으로 날아갔다.
“모두 한꺼번에 공격해라!”
이무결이 외치며 수중의 봉을 번쩍였다. 봉에서 섬광이 쏟아져 이무영의 전신을 덮어갔다. 그리고 주먹 쥔 왼손을 앞으로 뻗어 권풍을 뿜어냈다. 음유한 기운을 담은 권풍은 봉의 섬광을 뒤따라 이무영을 공격했다.
“녹사십이권(綠獅十二拳)!”
진회무의 주먹도 12개로 불어나며 권경을 실어 이무영의 전신을 난타했다.
“우아아악! 화검 월영만천!”
천운도 즉시 화검을 운용해 검에 내공을 주입했다. 그는 불길에 휩싸인 묵검을 어검술의 수법으로 이무영의 목을 향해 던졌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차를 두어 빙장을 다시 상대의 목을 향해 날렸다.
“혈천강막(血天剛膜)!”
이무영의 외침과 동시에 혈무가 한층 더 밝아지며 그의 몸을 감쌌다.
“우욱!”
“크헉!”
공격을 가하던 셋은 오히려 강한 반탄력이 밀려옴을 느끼며 급히 뒤로 물러섰다. 다들 무리하게 내공을 회수했기 때문에, 내상을 입어 입가에 엷은 선혈이 흘렀다. 황당할 정도의 강한 위력에 셋은 잠시 할 말을 잊었다.
“우리 가문의 일이니 버러지는 빠져라.”
이무영이 가볍에 농담하듯 말하며 몸을 움직였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진회무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사자규월하(獅子叫月下)!”
진회무의 오른팔꿈치가 작은 원을 그리며 이무영의 명치를 가격했다. 연이어 좌수의 주먹이 이무영의 가슴에 일격을 가했다. 단전의 내공을 모두 끌어올려 공격했기에 그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확신은 곧 무너졌다. 분명 급소를 정확히 가격했으나, 마치 벽을 친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이게 다냐?”
혈무가 씨익 미소를 짓는다고 느낀 순간, 진회무는 다시 10장밖으로 날아갔다. 그가 주먹으로 진회무의 배를 가볍게 친 것이었다. 날아간 진회무는 바닥에 얼굴을 묻고 움직이지 않았다.
“흑백조화(黑白調和)!”
갑자기 이무결의 우측이 검게 변하고 좌측은 하얗게 변했
다. 단전을 둘로 나누어 흑마와 백선의 독문내공심법인 흑무결(黑武潔)과 백무결(白武潔)을 운용했기 때문이었다. 흑과 백의 서로 다른 두 기류는 공중에서 서로 뒤엉키며 이무영의 등을 향해 날아갔다. 부상을 입은 몸으로 무리하게 내공을 운용해서인지 그는 공격을 날림과 동시에 다시 한 사발가량의 선혈을 뿜었다.
쾅!
자신했던 호신강기를 뚫고 충격이 전해지자, 이무영이 놀란 눈으로 뒤를 돌아봤다. 상처를 입을 만큼의 충격은 아니었으나, 은은한 통증이 느끼져 꽤 놀란 얼굴이었다.
“만영일출!”
틈을 주지 않고 이번에는 천운의 묵검에서 빛이 번쩍이며, 이무영의 가슴을 향해 공격했다. 천운이 내공을 최대한 모아 의형검강을 작은 점의 형태로 만들어 상대를 공격한 것이었다. 그의 공격은 놀란 얼굴로 멍하니 서 있던 이무영의 가슴에 정확히 명중했다.
“이 놈들이……. 감히 누구의 몸에 상처를 내는 것이냐?”
이윽고 이무영이 고함을 지르며 고개를 숙여 가슴을 바라봤다. 이무결이 호신강기를 무너뜨리고 천운의 공격이 상처를 입혀, 그의 가슴에는 손톱 반만한 크기의 구멍이 뚫려있었다. 그리고 구멍으로 검붉은 피가 끊임 없이 나오고 있었다.
“우리 부자의 협공이 어떠냐?”
이무결이 억지로 애써 매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서 있기도 힘든 듯 봉을 겨우 의지하고 있었다.
“하하하하. 그래도 죽기전에 한 방이라도 때려서 억울하지는 않군.”
천운도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그도 방금 전의 공격으로 내공을 소진해 묵검을 의지해 겨우 서 있었다. 둘 다 이제 남은 힘이 없었고, 진회무는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엎어져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래. 너희도 위대한 피의 가문의 일원이라는 것을 깜빡했구나. 내 실수야. 내 실수…….”
다시 정신을 차린 이무영이 가슴을 쓰다듬으며 자책하는 어조로 말했다. 그가 손을 몇 번 움직이자, 가슴에서 피가 멈추고 구멍이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아물어갔다.
“역시 멸천대공은 회복력 또한 뛰어나군.”
이무결은 비록 적이지만, 너무 뛰어난 회복력에 감탄하며 엄지손라가락을 치켜 세웠다.
“이제 진짜 끝이다. 혈지(血指)!”
이무영이 이무결의 단전을 향해 오른 손의 중지를 튕겼다. 그의 손가락에서 작고 붉은 구체가 일어나 이무결을 향해 날아갔다.
“내 무공을 폐할 셈인가?”
이무결은 피할 힘도 없어 조용히 눈을 감았다. 정상인 상태에서도 막아낼 자신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포기하자 의외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안돼!”
갑자기 그의 귓가에 천운의 비명에 찬 고함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이무결이 눈을 떠보니 천운이 자신의 앞에서 단전을 움켜쥐고 무릎을 꿇고 있었다.
“천운아!”
이무결이 놀라 천운의 몸을 일으키며 상세를 살폈다. 혈지가 그의 몸을 때리려는 순간, 천운이 달려와 앞을 가로 막은 것이었다.
“쿨럭! 쿨럭!”
천운은 연신 피를 토해냈다. 온몸이 나른하고 모든 기운이 빠져 나가는 것 같은 무력감이 들었다.
“흑흑흑. 네가 왜......?”
이무결이 천운의 몸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렸다.
“사위!”
멀리서 정신이 든 진회무도 천운의 몸을 보곤 눈물을 흘리며 통곡했다.
“아...... 아무리 서로를 미워해도 역시 우리는 부자지간이 맞는가 보네요. 그 동안 가끔 진짜 우리 아버지가 맞나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헤헤헤.”
천운이 억지로 처량한 미소 지으며 말했다. 중간중간 끊어지고 발음도 부정확해 알아듣기 힘들었으나, 이무결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눈물을 흘렸다.
“크하하하! 꼴 좋다! 그래봤자 순서의 차이만 있을 뿐, 날 거역하는 자는 모조리 염라대왕앞으로 갈 것이다!”
그들이 슬퍼하는 것 과는 달리, 이무영은 허리를 살짝 뒤로 꺾으며 앙천대소했다.
“이노옴!”
이무결이 살기 가득한 눈으로 이무영을 노려보며 다시 무기를 들었다. 비록 상대가 힘이 모두 빠진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이무영은 잠시 두려운 생각에 몸을 움찔했다.
“혈장인(血掌刃)!”
두려움을 이기려는 듯 이무영이 둘을 향해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의 손바닥이 온 시야를 가린 것 같은 환영이 들며 강기가 상대를 덮쳐갔다. 비록 노기가 하늘을 찔렀지만, 아무 힘이 없었기 때문에 이무결은 피할 기색도 없이 천운의 몸을 꽉 안았다.
퍽!
이무영이 공격이 성공했다고 득의의 미소를 짓는 순간, 어찌된 일인지 갑자기 손바닥의 강기가 천운의 앞에서 방향을 우측의 나무를 때렸다. 마치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 진로를 바꾼 것 같았다.
“이 무슨 사술이냐?”
이무영이 다시 장력을 날렸지만, 이번에도 장력은 천운의 앞에서 방향을 바꿨다. 어느새 천운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흐르고 있었다.
“과대망상증 환자 같으니……. 네 녀석과 다른 사람들이 뭐
가 다르단 말이냐?”
몸을 일으킨 천운이 묵검을 잡고 천천히 이무영을 향해 걸어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어가던 그였기에, 중인들은 모두 놀라 눈을 부릅떴다. 천운의 심상치 않은 기세에 이무영은 자신도 모르게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잠시 후, 그는 벼랑끝까지 몰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혈마파천(血魔破天)!”
이무영은 자신의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일부로 큰 소리를 지르며 천운의 가슴을 향해 장력을 날렸다. 지금까지 보다도 더욱 강한 기운이 나와 천운을 덮쳐갔다.
“천운아, 피해라!”
10장이 넘게 떨어져 있는 자에게신까지 혈마파천의 어두운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에, 이무결이 급히 외쳤다.
“이미 늦었다! 어떻게 되살아 났는 지 몰라도 다시 한 번 저승 구경을 시켜주마!”
천운이 피할 기색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무영은 안도하고 앙천대소했다.
“너나 죽어라.”
순간, 천운이 작게 중얼거리며 장난치듯 검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아무 것도 보이진 않았지만, 뭔가 다른 기운이 묵검에서 뻗어나왔다. 뭔가 거대한 것이 전신을 옭죄는 듯한, 두려움과 경외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형용하기 힘든 기운이었다. 그 기운과 혈마파천이 충돌했으나, 아무런 충격이나 폭음도 들리지 않았다. 혈마파천의 기운은 소리없이 소멸하고 그 알 수 없는 기운은 여전히 살아있는 것 같았다.
“설마……. 무룡검(無龍劍)?”
이무영이 설마 하는 경악의 표정으로 놀라 눈을 부릅떴다.
‘무룡검은 전설의 검황과 검선의 최후의 무공이 아닌가? 듣기로는 혈교를 막아낼 때, 마지막으로 썼던 무공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천운이 그런 무공을 알고 있는 거지?’
이무영의 무룡검이란 외침에 이무결의 머릿속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의문이 들었다.
피하기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 이무영은 급히 혈천강막의 기운을 일으켜 몸을 보호했다. 이 정도면 막아낼 수 있다고 자신했으나, 천운의 그 정체 모를 기운은 혈천강막마저도 소리없이 뚫고 지나갔다.
“으악! 이천운!”
가슴이 불에 데이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이무영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의 뒤는 절벽이었기 때문에, 그는 갑자기 발밑이 허전해짐을 느끼며 아래로 떨어졌다.
“이천운! 천하가 바로 눈앞에 있었건만……. 내 유일한 실수는 네 녀석을 너무 얕잡아 본 것이구나!”
이무영은 그렇게 절규하며 절벽으로 떨어졌다. 높이가 만장이나 만장이나 되고 안개가 워낙 자욱했기 때문에, 그의 몸은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털썩
이무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천운이 갑자기 맥 없이 쓰러졌다.
“천운아!”
아버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걸 마지막으로 보고, 천운은 천천히 의식을 끈을 놓았다.
“난 이대로 죽지 않는다! 언제고 반드시 다시 돌아올 것이다! 반드시!!”
메아리인지 절규인지 모를 이무영의 목소리가 장내에 은은하게 퍼졌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독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ㅈㄷㄱ~~~~~```````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 입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잘봅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