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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最古’ 직지, 佛국립도서관서 특별전
|유럽 첫 금속활자본도 함께 전시|1972년 故박병선 박사가 존재 알려|현지서 직지 가치 알리는 행사 개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 프랑스국립도서관은 12일(현지 시간)부터 3개월여 동안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를 열고 직지 실물을 50년 만에 공개한다. '직지'. '이사불이' '색공불이' 등 불교 가르침이 적힌 페이지가 펼쳐져 있다./ 프랑스국립도서관(BnF) 제공
‘직지’는 백운 화상 입적 후 제자들이 금속활자로 인쇄
장곡사 불상과 유물이 백운 화상 생전 업적이라면 ‘직지’는 사후의 업적이다. 백운 화상의 제자들은 스승의 저술을 1377년에는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본으로 인쇄하고 이듬해인 1378년에는 여주 취암사에서 목판본으로 인쇄했다. 직지를 인쇄한 흥덕사는 사라졌지만 지금도 청주의 구(區)이름(흥덕구)으로 남아있다. 지금 파리 국립도서관에 전시된 ‘직지’는 내용을 볼 수 있도록 펼쳐진 쪽엔 ‘이사불이(理事不二:이치와 일은 둘이 아니다)’ ‘정난불이(靜亂不二:고요함과 시끄러움은 둘이 아니다)’ ‘선악불이(善惡不二:선과악은 둘이 아니다)’ ‘색공불이(色空不二:색과 공이 둘이 아니다)’ 등이 적혀 있다. 선불교의 핵심 가르침들이다.
백운 화상은 이런 임종게(臨終偈)를 남기고 입적했다고 한다. 선 수행자다운 임종게다.
‘인생 70세는 예로부터 드문 일이다.
77년 전에 와서, 77년만에 돌아간다.
곳곳이 모두 돌아갈 길이요, 모두가 고향이로다.
무엇하러 배와 노를 장만하여 특별히 고향으로 가려 하겠는가.
내 몸이란 본래 없고, 마음 또한 머무는 바 없도다.
재가 되어 사방으로 흩어질 뿐이니,
시주들의 땅을 차지하지 않게 하라.’
프랑스국립도서관이 11일(현지 시간) 공개한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 12일부터 3개월여 동안 열리는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를 통해 50년 만에 일반인에게 선보인다. 프랑스국립도서관 제공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직지)의 실물이 프랑스 현지에서 반세기 만에 공개됐다.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直指)’의 원래 제목은 ‘백운화상(白雲和尙) 초록(抄錄) 불조(佛祖) 직지심체요절’이다. 백운 화상이 선(禪)수행과 관련한 역대 조사(祖師)들의 어록을 모은 책이다. 백운 화상이 저술한 책을 제자들이 금속활자본으로 인쇄한 것은 그가 입적한 이후인 1377년이다.
국사·왕사는 아니었지만… ‘직지’로 세계사에 기록된 백운 화상
불교중앙박물관에 전시된 장곡사 불상 발원문 중 백운화상의 사인(수결). '직지'의 저자인 백운 화상의 초상화는 남아있지 않다. /불교중앙박물관 제공
사인은 그림처럼 보인다. 얼핏 말풍선처럼 보이는 건 한자로 ‘白’, 그 밑에 물결이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글자는 ‘雲’이다. ‘백운(白雲)’이다. 이 사인(수결)은 충남 청양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 내부에서 나온 발원문에 적혀 있다. 길이가 10미터가 넘는 이 발원문은 1346년 장곡사 불상을 조성하게 된 경위를 적고 뒷부분에 모두 1078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불상을 만드는 데 시주한 이들 이름이다. 그 발원문을 적은 이가 ‘백운’이다. 불상 조성 작업을 주도한 고려말 스님 백운(白雲·1298~1374) 화상이다. 백운은 법호(法號)이고 법명은 ‘경한(景閑)’이다. ‘화상(和尙)’은 수행을 많이 한 스님을 높여부르는 표현이다.
불교중앙박물관 기획전 '만월의 빛, 정토의 빛'에 전시된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 '직지'를 저술한 백운 화상이 이 불상을 조성했다. 불상과 그 안에서 나온 복장유물들은 국보로 지정돼 있습니다./채널A 스마트리포터 이영일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 발원문. 시주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위에 새로 천을 덧대어 이름을 추가해 막판까지 모금을 이어갔음을 보여준다. /불교중앙박물관 제공
백운·태고·나옹 선사는 ‘고려말 3대 화상’
태고 보우(普愚·1301~1382), 나옹 혜근(惠勤·1320~1376) 화상은 생몰연대를 보면 백운, 태고, 나옹 화상은 동시대 스님들이다. ‘고려말 3대 화상’으로도 불린다. 나옹 화상의 출생 연도가 두 스님과 20년쯤 늦지만 입적한 때는 비슷하고 생전에 서로 돕고 영향을 주고 받으며 지냈다. 세속의 관점에서 보자면 백운 스님은 보우·나옹 스님에 비해 덜 유명하다. 태고, 나옹 화상의 초상화(眞影)는 남아있는데, 백운 화상의 진영은 없다.
세 스님 중 가장 젊었던 나옹 스님은 20대(1347~1358년) 때 원나라에 유학하고 1371년엔 왕사(王師)가 됩니다. 나옹 스님은 무학 대사의 스승으로도 유명하지요. 태고 스님은 1346~1348년 원나라 유학 후 1356년엔 왕사(王師), 1371년 국사(國師)가 되었다. 태고 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의 ‘중흥조(中興祖)’로 꼽힌다. 태고 스님은 간화선(看話禪·화두를 들고 하는 참선) 수행법을 고려에 도입한 분이다. 현재 조계종은 기본적인 수행법으로 간화선을 택하고 있다. 따라서 조계종 스님들은 수행법에 관해서는 태고 스님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태고·나옹 화상은 국사·왕사 역임
이에 비해 백운 스님은 전라도 고부 출신으로 10대에 출가했다는 것 외에는 50대까지 이력이 제대로 전하지 않는다. 그러다 1351년 원나라에 유학해 약 1년 정도 머물다 귀국한다. 이미 50대에 접어든 나이였다. 원나라에서는 석옥(石屋) 선사라는 임제종 스님 문하에 들었는데, 석옥 선사는 태고 스님의 유학 시절 스승이기도 하다. 백운 스님이 유학했던 해는 이미 보우 스님이 석옥 선사에게 법통(法統)을 인정받고 귀국한 3년 후였다. 엘리트 코스를 걷고 있었지만 태고, 나옹 스님에 비해 백운 스님은 반 발짝씩 늦었던 것 같다. 그래도 세 스님은 서로 존중하는 사이였던 것 같다. 백운 스님은 태고 스님과 나옹 스님의 천거와 소개로 공민왕을 만나기도 하고 주요 사찰의 주지로 임명되기도 했단다.
11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파리에 있는 프랑스국립도서관은 12일(현지 시간)부터 7월 16일까지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를 열고 직지를 선보인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전시 개막 전날인 이날 언론 초청 행사에서 직지를 공개했다.
인류의 인쇄술을 다루는 이번 전시에서 직지는 인쇄술의 발명과 역사를 짚는 첫머리를 장식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양 판목(版木)인 ‘프로타 판목’(1400년), 유럽 최초의 금속 활자본인 ‘구텐베르크 성경’(1455년) 등도 함께 전시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직지가 세계 최고의 금속 활자라는 중요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직지는 고려 말 승려 백운(1298∼1374)이 고승들의 어록을 가려 엮은 것으로 1377년(고려 우왕 3년) 충북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됐다. ‘구텐베르크 성경’보다 78년 앞선다. 전체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로, 원래 상·하 2권인데 남아있는 것은 하권이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아시아의 인쇄 기술은 유럽보다 몇 세기 앞섰다”고 평가했다.
직지(直指)는 조선 말기 주한 대리공사를 지낸 프랑스인 콜랭 드 플랑시(Collin de Plancy, 1853∼1922)가 수집해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최초로 전시했다. 이후 경매로 직지를 구입한 프랑스 예술품 수집가의 유언에 따라 프랑스국립도서관에 1950년 기증됐다.
오랫동안 도서관 서고에 묻혀 있었으나 1972년 이 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고 박병선 박사(1928∼2011)가 재발견하며 세상에 존재가 알려졌다. 1972년 ‘세계 도서의 해’에 이어 1973년 ‘동양의 보물전(展)’에서 마지막으로 실물이 공개됐다. 이후 50년간 수장고에 보관돼 왔다. 인쇄사적 의미를 인정받아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전시 기간에 프랑스 현지에서는 직지의 가치를 알리는 행사도 열린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대한불교조계종,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은 13일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직지의 편찬 배경과 한국 불교의 인쇄 문화유산을 다루는 콘퍼런스를 연다.
조계종 총무원 범종 스님은 직지의 우수성과 한국 불교문화 유산을 소개한다. 조계종은 “범종 스님은 직지의 불교 선어록으로서 가치와 의미를 설명할 예정”이라며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8세기 중엽),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1237∼1248년) 등 통일신라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한국 불교문화도 함께 소개한다”고 밝혔다.
박병선이 ‘직지’ 첫 발견자 맞나...50년만의 공개가 불러낸 논란
- 50년 만에 일반에 공개… 프랑스 국립도서관 현장 -
박병선 박사가 1972년 12월 ‘직지’흑백사진을 들고 귀국해 국내 학자들에게 감정을 의뢰하는 모습.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인쇄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직지)’은 1972년 프랑스국립도서관(BnF) 임시직으로 일하던 한국인 박병선(1928~2011) 박사가 도서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던 것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11일 개막한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를 계기로 새로운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이 전시에서 ‘직지’를 50년 만에 일반에 공개한 프랑스국립도서관은 13일 “1952년 ‘직지’를 기증받기 이전부터 이 서적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도서관 측이 세계 최고 금속활자 인쇄본이란 사실을 모르고 방치하던 유물을 박병선 박사가 새롭게 발견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이날 본지 질의에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1853~1924)가 직지를 구입해 프랑스에 가져갈 때부터 금속활자로 만든 가장 오래된 책임을 알고 있었고,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한국관에 전시될 때도 ‘금속활자로 인쇄된 가장 오래된 책’으로 소개했다”고 했다. 그리고 “동양학자 모리스 쿠랑이 1901년 펴낸 ‘한국 서지’에도 직지가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이라는 언급이 있다”며 “그때부터 직지의 존재와 (직지를 만드는 데) 사용된 기술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틈만 나면 서고를 뒤져 먼지 쌓인 서고에서 ‘직지’를 발견했다.”
생전 박병선 박사는 본지를 포함해 여러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암 투병 중이던 2009년 병실 인터뷰에서 그는 “6·25전쟁 직후 프랑스에 건너갔다. 애초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취직한 것은 외규장각 도서를 찾기 위해서였는데, 직지를 먼저 발견했다”며 “고활자본을 해독하기 위해 백지 상태에서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최고 금속활자본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활자를 직접 만들어 찍어보다 세 번이나 집에 불을 낼 뻔했다는 언급도 있다.
국내 서지학자들은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도서의 가치를 알고 귀중본으로 관리해왔기 때문에 박병선 박사가 ‘직지를 발견’했다는 건 과장을 넘어 왜곡”이라고 말했다. 직지는 1377년 충북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됐다. 초대 주한 프랑스 공사를 지낸 플랑시가 조선에서 구입해 프랑스로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프랑스 경매에 나온 직지를 수집가 앙리 베베르(1854~1942)가 매입했고, 1952년 베베르의 상속자가 프랑스국립도서관에 기증했다.
황정하 세계직지문화협회 사무총장은 “한국학 학자인 고(故) 다니엘 부셰 박사에 따르면, 경매시장에서 직지가 앙리 베베르에게 팔린 후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직지의 세계사적 가치를 알았고, 도서관장이 세 번이나 베베르를 찾아가 팔거나 기증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사후 기증하겠다는 약속을 받았고 상속자가 이를 지킨 것”이라고 했다.
직지 간행부터 공개까지
직지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건 본지 특종 보도였다. 1972년 5월 28일 자 1면 머리기사로 보도된 ‘고려 금속활자본 직지심경 세계 최초 공인’ 기사다. 신용석 당시 파리특파원은 “유네스코가 ‘책의 역사’ 종합전에 새로 발견된 고려 ‘직지심경’을 전시함으로써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임이) 공인됐다”고 썼다. 이 기사에 박병선이라는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신 전 특파원은 통화에서 “평소 친분을 쌓았던 도서관 동양문헌실 책임자 마리 로즈 세규이 여사로부터 ‘한국에서 오래 전 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이 전시된다’는 얘기를 들었고, 열흘 뒤 세규이 여사가 수장고의 귀중본 보관소에서 장갑을 끼고 책을 직접 보여줬다”고 했다.
◇ “이제라도 잘못은 시정돼야”
11일 프랑스 파리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개막한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특별전에서 관람객들이 '직지'를 살펴보고 있다./ 문화재청
그런데도 왜 ‘직지 대모(代母)’의 신화가 만들어졌을까.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실장을 지낸 황정하 사무총장은 “1996년부터 박병선 박사를 만나기 시작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직지는 내가 찾았다고 하지 말라’고 본인이 얘기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직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고, 본인이 부각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언론에서 물으면 그냥 씩 웃고 대답을 안 했다. 기자들은 그걸 긍정으로 받아들이고 ‘직지 대모’라고 계속 썼다. 말년이 되면서는 본인도 자신이 발견했다고 굳게 믿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병선 박사는 당시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일주일에 15시간 일하는 임시직으로 근무했다. 도서관에서 그의 역할은 사서들의 한국 관련 자료 정리를 도와주는 일이었다. 1972년 ‘세계 도서의 해’ 전시회가 끝난 후 그는 동료 직원에게 부탁해 인화한 직지의 흑백 사진을 가지고 12월 17일 한국에 왔다. 당시 강주진 국회도서관장 등 3인이 사진을 감정했으나 의견이 서로 달라 금속활자본이라는 명확한 근거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다. 12월 27일 관련 학자 20여 명이 국회도서관장실에 모여 ‘직지’ 사진을 재감정했고, 이 자리에서 금속활자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2021년 ‘직지,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펴낸 황 총장은 “박병선 박사의 공은 원본 크기 사진을 가지고 와서 국내 서지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도록 발판을 놓은 것”이라며 “이제라도 잘못 알려진 진실은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조선일보 2023년 04월 14일(금), 파리=정철환 조선일보 특파원 ‘ 허윤희 기자]
“인쇄 역사 시작은 한국” 직지에 감탄… 最古 금속활자본 ‘직지’ 佛 50년만의 전시 현장
|佛관람객들 “실물 본다니” 긴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직지)이 1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프랑스국립도서관(BnF)에서 취재진에게 공개되고 있다. 취재진이 조명을 켠 채 촬영하자 BnF 관계자들은 “직지가 훼손될 수 있으니 조명을 줄여 달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뉴스1
11일(현지 시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직지)을 보기 위해 프랑스 파리 프랑스국립도서관(BnF)을 찾은 피에르 드비즈몽 프랑스연구소 직원이 말했다. 드비즈몽은 “난 이미 직지가 구텐베르크 성경에 앞선 가장 오래된 활자 인쇄본임을 알고 있지만 이를 모르는 유럽인들이 많다”며 이같이 덧붙였다.
BnF는 7월 16일까지 열리는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특별전을 통해 직지 실물을 공개하기 하루 앞선 이날 언론 및 VIP 전시를 진행했다. 초청받은 프랑스의 대학교수, 연구원 등 100여 명은 폭우 속에도 길게 줄을 서며 직지 실물을 본다는 기대감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BnF가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는 직지 하권을 일반 대중에게 공개한 것은 1973년 ‘동양의 보물’ 전시회 이후 50년 만이다.
로랑스 앙젤 BnF 관장은 “인쇄술 발달의 역사는 ‘유럽’이 아닌 ‘극동’에서 시작된 점을 어떻게 강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며 “직지가 1952년 BnF 품에 들어온 이후부터 보편적인 유산을 보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폭우에도 ‘직지’ 관람 행렬… “인쇄로 지식 전파된 사실 일깨워”
|‘직지’ 50년만의 전시|佛 도서관 초청행사 100여명 몰려|‘직지’ 일부 변색됐지만 활자는 선명|조명-기온 통제하며 특별관리 받아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보러 왔어요”프랑스 파리의 프랑스국립도서관(BnF)에서 11일(현지 시간) 실물이 공개된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절’ 앞에 취재진이 모여 조심스럽게 촬영하고 있다(왼쪽 사진). 일반인 공개에 하루 앞서 언론과 VIP 전시가 진행된 이날 폭우 속에도 100여 명의 관객이 긴 줄을 섰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인쇄를 통해 모든 지식이 전파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매우 중요해요.”
1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프랑스국립도서관(BnF)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장 앞에서 줄을 서고 있던 다니엘 골리넬리 씨는 인류 지식 전파의 시발점이 된 인쇄술의 기원을 접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인쇄매체가 디지털 콘텐츠에 밀려 힘을 잃고 있는 시대에 오히려 인쇄물의 영향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교육자들은 젊은 세대가 이번 전시를 통해 인쇄물의 중요성을 널리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마리 클레르 토맹 프랑스16세기문학연구회 회장은 “학교에서 프랑스 르네상스 문학을 가르치고 있어서 인쇄술에 관심이 많다”면서 “내 학생들이 전시를 보도록 초청하고 싶다”고 했다.
● “인쇄술의 시행착오와 실험 드러나”
이번 전시에서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직지)은 인쇄술의 발명과 역사를 짚는 첫머리를 장식했다. 관람객들은 주로 유럽인들에게 익숙한 구텐베르크 성경(1455년)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보다 78년 앞선 동양의 직지에 대한 이해도도 꽤 높았다.
전시장 입장을 기다리던 레미 지메네즈 프랑스 투르대 교수는 “예전에 인쇄 역사 관련 책을 읽으면서 직지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본이라고 익히 알고 있는데 실제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직지가 어떤 모습일지 매우 궁금하다. 직지는 (인쇄사에서) 중요한 국면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
직지는 1377년(고려 우왕 3년) 충북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됐다. 원래 상·하 2권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현재 하권만 BnF에 남았다.
50년 만에 수장고 밖에 나온 직지 하권은 전시장 정중앙에 유리관으로 덮인 채 관람객을 맞았다. 조금이라도 손대면 으스러질 듯 얇고 낡은 직지는 전반적으로 얼룩덜룩하고 누렇게 변색돼 세월의 흔적을 보여줬다. 활자들은 대부분 선명했으나 일부는 검게 변색됐거나 거품이 낀 채 인쇄된 듯 흐렸다.
인쇄가 잘 안돼 붓으로 다시 쓰거나 금속이 아닌 나무 활자로 찍은 부분도 있었다. 한문 옆에 한자로 우리말을 표기하는 구결(口訣)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카롤린 브랭 BnF 큐레이터는 “인쇄기술의 시행착오, 실험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흥미로운 부분이라 이 장을 펼쳐 전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4만5000권 동양고서 중 특별 관리”
직지는 1950년 BnF에 기증된 뒤 서고에 방치돼 있었다. 1972년 이 도서관 사서였던 박병선 박사(1928∼2011)가 이를 찾아내 세계에 그 존재와 가치를 알렸다. 이날 한국 취재진이 직지를 향해 조명을 켠 채 촬영하자 BnF 관계자들은 연신 “조명을 줄여달라” “직지가 훼손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만큼 희귀한 유물인 직지는 특별 관리를 받고 있었다. BnF는 직지를 펼칠 때 가해지는 압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시할 때 유리관 뒷부분을 열어뒀다.
동양 고문서 부서를 총괄하는 로랑 에리셰 BnF 책임관은 “BnF는 100개가 넘는 언어로 쓰인 고서를 수십만 권 보관하고 있다. 동양 고서만 약 4만5000권인데, 직지는 그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위치에 있다”고 소개했다. 직지는 잠금장치가 설치된 곳에 특별 보관되며 보관 중엔 흠이 생기지 않도록 기온 등이 통제된다.
출처: 동아일보 2023년 04월 13일(목) 파리=조은아 특파원
‘직지’에 담긴 뜻은 “마음을 바르게 깨달으라”
|[직지 50년만에 공개]
|고승들 어록과 선 수행법 담아
|전시본엔 “이치-현상은 하나” 구절
“법성(法性)은 본래부터 둥글고도 밝으니 병이 나았는데 왜 약에 집착하는가. 모든 법이 평등한 줄 안다면 고요하고 맑고 상쾌하리라.”
프랑스 파리에서 50년 만에 일반에 공개된 ‘직지’의 내용 중 일부다. 직지의 전체 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로 고려 말 백운 스님(1298∼1374)이 가려 엮은 ‘직지심체’의 요약본이라는 뜻이다. 직지심체는 ‘직지인심견성성불(直指人心見性成佛)’이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으로, 사람이 마음을 바르게 깨달으면 그 심성이 곧 부처라는 의미다.
직지는 선종(禪宗) 역대 조사(祖師)의 어록 등을 간추린 내용과 무심선(無心禪)이라는 선 수행법을 담고 있다. 무심선이란 분별에 물들지 않고, 시비와 선악에 동요되지 않는 마음인 무심을 도의 본체로 보는 선관(禪觀)이다. 이번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전시를 위해 펼쳐 놓은 장은 154장 지공(誌公) 화상의 14과송(科頌) 중 4번째 이사불이(理事不二·이치와 현상은 둘이 아니다), 5번째 정란불이(靜亂不二·고요함과 산란함은 둘이 아니다), 6번째 선악불이(善惡不二·선과 악은 둘이 아니다)를 담고 있다. 이 중 정란불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소란을 피하고 고요함을 구하니, 밀가루를 버리고 떡을 구하는 것과 같네. 떡은 본래 밀가루에서 생겨났는데, 만드는 사람 따라 다양하게 변하네. 번뇌가 곧 보리이고, 마음이 없으면 경계 또한 없는 것이요, 생사가 열반과 다르지 않고, 탐욕과 성냄은 아지랑이나 그림자와도 같네. (후략)’(동국대 동국역경원 번역)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佛 “직지 한국 전시, 현재로서는 할 말 없어”… 5년전엔 대여조건 ‘압류 면제법 제정’ 요구
|[직지 50년만에 공개]
|“약탈 아닌 佛공사가 구매한 유물”
|‘압류 면제법’ 실익 찬반 갈려 무산
|전문가 “양국기관 우호교류가 우선”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조선 말기 프랑스로 건너간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절’(직지)을 국내에서도 볼 길이 열릴까.
12일(현지 시간)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를 통해 50년 만에 직지를 일반에 공개한 프랑스국립도서관의 로랑스 앙젤 관장은 11일 직지의 한국 전시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말씀드릴 게 없다”며 확답을 피했다. 다만 직지를 고해상도로 디지털화해 대중과 공유해 왔다고 덧붙였다.
직지는 프랑스가 병인양요 때 약탈했다가 2011년 영구대여 형식으로 사실상 한국에 반환한 ‘외규장각 의궤’와 달리 약탈 문화재가 아니다. 고문헌 수집가로 조선 말기 주한 대리공사를 지낸 프랑스인 콜랭 드 플랑시(1853∼1922)가 구매해 가져간 유물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1970년 채택된 유네스코 협약은 전쟁과 식민 지배 등을 통해 약탈되거나 도난된 문화재를 원소장처에 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직지는 여기 해당하지 않는다.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직지의 국내 첫 전시를 추진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당시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직지 대여 조건으로 한국이 해외 소재 한국 문화재를 들여가 전시할 때 압류나 몰수를 금하는 ‘한시적 압류 면제법’(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는 한국 절도범들이 일본 관음사에서 훔쳐온 금동불의 소유권을 충남 서산 부석사에 넘기라는 1심 판결이 2017년 나온 여파로 해외 주요 박물관들이 한국 문화재의 대여를 기피하던 상황이었다. 법무부는 이 법안이 사법부의 압류 면제 결정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국회에 심사 보류를 요청했고, 결국 법안은 폐기됐다.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외 소재 문화재가 약 23만 점에 달하는 우리 상황을 고려하면 ‘한시적 압류 면제법’ 제정으로 얻을 실익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법안의 존재만으로 국외 소재 한국 문화재를 대여 전시할 수 있는 협상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이전 법안의 한계를 보완해 새로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제정되면 약탈·도난 문화재를 점유국 소유로 인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불법 반출 문화재나 소유권 분쟁 중인 문화재는 압류 면제에서 제외하면 된다는 반론도 있다.
직지의 한국 전시를 위해서는 양국 기관의 교류가 우선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지현 건국대 세계문화유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법 제정도 필요하지만 직지 대여 전시 논의가 진전되기 위해서는 양국 기관의 우호적 교류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문화재청은 11일 프랑스국립도서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프랑스국립도서관 소장 한국 문화유산에 대한 학술조사와 연구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 등 한국 문화유산 2000여 권을 소장하고 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
원명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며, 약칭으로 〈직지심경(直指心經)〉이라고도 한다. 이 책은 여러 문헌에서 선(禪)의 깨달음에 관한 내용만을 뽑은 것으로, 내용면에서도 고려 선종사에서 귀중한 문헌이지만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으로 더 유명하다.
1372년(공민왕 21)에 저술되었는데, 1377년 청주목의 흥덕사(興德寺)에서 금속활자로 인쇄되었다. 현재 이 책의 하권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도서의 해 기념전시회에 출품되어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공인받았다. 사찰 나름의 재래방법으로 활자를 만들어 인쇄한 것으로, 목활자가 섞이고 크기와 모양이 고르지 않으나 그 역사적 의미는 매우 크다.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 1377년 청주목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되었다. 선(禪)의 깨달음을 담고 있으며, 내용면에서도 고려 불교 선종사에 있어 귀중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더 유명하다. 상권은 행방은 알 수 없고 하권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직지와 구텐베르그 금속활자 원본(출처: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 프랑스 전시)
❁ 세계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직지(直指)와 , 정유정 시인 가수의「직지를 기억하다」출판기념회:
201family | 세계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직지(直指)와 , 정유정 시인 가수의「직지를 기억하다」출판기념회 - Daum 카페
출처: 동아일보 2023년 04월 12일(수) 사람속으로 최훈진 기자, 이진구 기자/ 조선일보 2023년 05월 10일, 김한수 종교전문 기자/ Daum 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