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소년 불법 도박 무방비 노출, 대책은 없는 건가
강원일보
2019-6-4 (화) 19면
도내 청소년들의 도박 금액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2018 청소년 도박 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도내 재학생 6.3%가 도박 문제 수준 위험집단으로 분류됐다. 평균 사용 금액은 전국(3만4,086원)보다 2.5배 이상 많은 8만5,992원으로 충북(11만371원) 다음이다. 도내에서 돈내기 게임을 한 가지라도 해 본 학생 중 2.9%가 50만원 이상의 금액을 사용했다. 도박에 사용하는 돈은 대부분 용돈(80.4%)이나 아르바이트로 번 비용(12.9%)이었다. 학생들이 도박 비용을 마련하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금액도 늘어나고 있다.
도내 학생 스스로도 청소년 도박이 심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절반이 넘는 58.7%의 학생들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한 학생도 15.3%에 이른다. 반면 돈내기 게임의 위험성을 알리는 예방 교육을 받았다고 답한 학생은 10명 중 2명(23.1%)에 불과했다. 그렇지 않아도 청소년 불법 도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 불법 도박이 청소년층까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청소년 중 도박 중독으로 추정되는 인원만 전국적으로 10만여명에 달할 것이라는 통계도 나와 있다.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청소년들이 또래 친구들이나 SNS를 통해 불법 스포츠 도박 등을 접하면서 게임처럼 즐기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돈을 잃은 청소년들이 사기 등 2차 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급속도로 팽창하는 불법 도박 시장에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청소년들이 도박 중독에 이르지 않도록 정확한 실태 파악과 예방 교육이 절실하다. 교육 당국의 적극적인 노력과 가정에서의 관심에서 시작돼야 한다. 인성을 피폐하게 만드는 도박은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 술이나 마약 중독처럼 성장기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청소년의 도박 경험이 증가하는 것도 걱정이지만 갈수록 성인의 불법 도박 행태를 닮아 가고 있어 더 큰 문제다. 인형이나 경품을 뽑는 게임에서 온라인 내기 게임은 물론 온라인 카지노, 블랙잭 등 불법 인터넷 도박에도 점차 손을 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공식 분류했다. 게임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개인에게 적극적인 치료와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예방이 중요하다. 가정이나 학교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갖고 청소년 도박 문제를 공공의 과제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