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서지에서 생긴 일
금년 봄...교향악이 심상찮게 울려 퍼지더니만.
여름 철...드디어 靑松風이 되어 돌아오도다.
금년도-하기휴가는 1박2일의 여정으로 청송-주왕산을 향해 스케줄이 잡혔다.
가깝고, 알기 쉽고, 조용한 곳을 택한 셈이다. 시간배정을 하다보니 A팀은 아침 일찍 포항을 돌아 동해안을 거쳐 청송으로 가기로 했고, B팀은 내륙으로 안동을 거쳐 저녁 戌시에 현장에서 합류키로 했다. 본인은 운이 좋아 A코스에 한 다리 걸쳤다. 24시간 연속해서 운전을 해도 어깨가 아프지 않다는 예의 그 ‘산타페’를 타고...
영덕-어느 조촐한 해변 가에서... 점심을 겸해 거나하게 한 접시 비우고 바닷가 해상공원에서 잠깐 휴식시간을 즐기고 있는 장면이 디카에 잡혔다.
보이는 면면들의 공통점은 미나리깡의 ‘달초’출신들이다. 그네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달초’다. 자나 깨나 ‘대달초’다.
요즘은 여럿이 모여 틈만 나면 그 ‘비비텤’인가 뭔가 하는 하드로 즐겨 하모니카를 분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진의 배경을 보니 중학교 졸업 무렵 돌리던 sign紙 생각이 난다. 망망대해...희망의 등대...등은 단골메뉴였다. 5o년 동안 지나와서 만난 우정이 고작 백운당-아이스케키 였었나!

드디어...戌時.
객지에서 느닷없이 만나는 것도 대단한 감격이요 풍류였다. 흡사 몇 년 만에 우연히 처음만난 것처럼 안부가 대단히 적극적이다.
많은 가능성을 잉태하고 소주잔이 정답게 배열되었다. 이번 하기휴가의 하이라이트가 야외-살평상에서 그 1막이 오른 셈이다.
공교롭게도 이곳 식당(머시기 여시기)의 안주인이 일행 중 누군가와 40년 전부터 (처녀시절)익히 아는 사이였다. 당시의 호칭이 李孃이었던 탓인지 지금도 이양이다.
굽이굽이 얽힌 사연에 한이 맺혔음인지... 버선발 끌어올리기가 바쁘다.
40년 세월이라! 겉늙었고 헛늙었도다. 누구를 원망하리. 또 무슨 소용이 있으랴!
이양아! 회포는 차차 풀기로 하고 우선 칼카리한 소주나 몇 병 더 가져오려무나. 급하다.

간드라지게 넘어간다.
아리랑고개인가. 서낭당고개인가? 저 표정을 보라. 세상 부러울 게 없도다.
천부적인 자질이다. 양귀비도 녹으리라. 자갈논께나 만졌던 전력이 묻어난다.
하라는 공부는 옳게 했는지 의아스럽도다. 공부보다는 인생의 또 다른 일면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간파한듯하다. 대단한 선견지명이다.

드디어 대형가수등장이다.
비장의 18번 카드를 들고 나왔다. 형설의 멜로디인가!
검은 대륙의 돌풍인가! 청송의 춘양목도 숨을 죽였도다.
the voice of ......저음의 매혹적인 선율에 세기의 감정이 온통 다 들어 있었다.
저 표정을 보라. 당대의 정열이요, 하루아침에 다듬어진 게 아니로다.
이분이 바로 1인 1만불 시대를 연 선두주자였다.
계산을 해보니 식당에서 주안상을 겸한 식사 값이 공교롭게도 9인에 9만불이고...또 가요주점에서 기본안주를 포함해서 6만불을 주니 6인이 시간에 구애됨이 없이 양껏 비비라하고...또 모텔에서 9인에 9만불을 주니 체면 차리지 말고 양껏 주무시라고 한다.

동작은 역시 빠른 자의 것이었나!
자고 나니 벌써 몇 명이 대구로 줄행랑친 후였다. 찌꺼러기 원로급만 남았다.
오냐 두고 보자. 멀리 못 갔으리.
일행은 그 유명한 ‘절골’을 거쳐 주왕산 산행 길에 올랐다. 가보지는 않았지만...금강산의 풍광도 이와 비슷하지 않나싶다.
2007-정해년.8.2일의 한낮기온은 대단히 무더웠다. 가히 폭염이었다.
일행 중 한 두 명이 기어코 인내심의 부족분을 노출시키고 말았다. 풍덩하는 물결 튀는 소리가 이미 고인이 된 주왕을 놀라게 하였는지라...
등산객 누군가가 관리소에 신고를 한듯하였다. 잽싸게 관리요원이 수색대원의 모양새를 하고...현장 취조차 헐레벌떡 나타났다.
그러나 간발의 시간차로 약간의 옷을 걸친 후였다. 자칫 미풍양속의 저촉여부를 두고 실랑이가 붙을 뻔 하였다.
청송주왕산에서 60대 노인이 과다노출로 경범죄를 받는다면?
만일 미니스커트 군단들이 옆에 있었더라면 대단히 억울할 뻔 하였다.

같은 戌時에 봉덕동 대동강식당으로 ‘해단식’ 장소가 정해졌다.
부벽루 없는 대동강은 또 처음 본다. 어제의 용사들이 지時에 속속 모여들었다.
알다시피 ‘해단식’이 갖는 의미는 크다. 회심의 주안상이기도 하다.
충실도, 기여도, 즐감도, 등이 두루 반영되는 종합우정의 권주다. 그러니 1박2일의 재탕인 셈이다. 술잔을 타고 청송의 하룻밤이 한 번 더 무르익었다. 이양이 없어 못내 아쉬웠다.
사진에 보이는 글자는 喜雨亭이다. 尊자인 줄 알았더니만 喜자란다.
방석을 능라도삼아 ‘희우정’에서 만포장으로 해단식을 마쳤다.
선심의 靑松風을 타고 날아온 포항의 韓牛육질이 대단히 신선했다.
07. 8.1~2. <이상, 피서지에서 있었던 일>
첫댓글 본문 중에 불(彿)이 아니고 ...원으로 정정함. 너무 더버서 그만...
42동문 중에서 최고의 피서외다. 이양은 금상첨화!!! 해단식에는 초청인사도 있어야 제격인데--- 그 점이 옥의 티로다.
제목을 보니 우리가 고교시절때 극장가를 수놓은 여우인 산드라 디 생각이 나는구먼 ㅎㅎㅎㅎ 참 예쁘고 깜찍하고 청순의 대명사였는데 지금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글과 그림 모두 과시 문인화에 일필휘지로세. 세족으로 극서하던 양반 분위기가 현대판 버전으로 이 곳까지 물씬하오.
하하 대동강 해단식엔 초청인사 " 신순철 학장과 윤수홍 형"의 드라마가 재미 좋았는데...그리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 포항 촌사람 '문시언' 원장의 골든 벨 축포는 대단히 고마웠습니다. 거금 20만량은 될 것 같았는데 포항 갈 차비는 있었는지........
역시 성현 형의 글이 감칠맛 있다. 보라! ...우리에겐 아직도 불태울 젊음? 이 남아 있으니 어찌 행복치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