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업계 관계자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디비-즈원(DB-Zwirn)이 조만간 국내에 법인을 설립, 토종 기업 사냥에 본격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디비-즈원의 전체 운용자산은 27억5000만달러(2조7500억원)로 론스타(10조원) 등과 비교할 때 글로벌 ‘톱’ 수준은 아니지만 펀드 자산의 대부분을 한국시장에 ‘올인’한다는 계획이어서 산업은행 등 국내 토종 사모투자펀드(PEF)들과 일대 격돌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디비-즈원은 하이닉스반도체와 현대건설 등 주로 대형 업체들의 M&A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한국의 자산운용법이 사모펀드들의 활동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개선되고 있어 시장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설립될 디비-즈원의 한국법인은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납부 문제를 고려해 주로 M&A 대상 선정 및 자문역할 등 투자 자문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디비-즈원 측은 법인 설립을 앞두고 국내 자산운용 분야와 회계법인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스카우트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업계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KR)가 삼성생명 지분 인수에 나선데 이어 디비-즈원까지 토종 기업 사냥에 나서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국내 PEF가 걸음마 단계에 있는 가운데 해외 초대형 사모펀드들이 잇달아 국내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국내 기관들이 펀드 운용의 노하우가 쌓인 해외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등 대응 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