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티칸 시국(Città del Vaticano)
바티칸 시국은 이탈리아의 수도인 로마 북서부에 위치한 0.44㎢ 정도의 영토를 가진 세계에서 가장 작은 주권 국가다. 외교상으로는 교황이 바티칸 시국의 원수로서 대표한다. 이같이 규모는 적지만 교회를 위한 독립 국가로 형성된 것은 지난 1천 년 동안의 유럽 역사에서 가톨릭교회와 일반 여러 나라 통치자들 사이에 수없이 일어난 마찰 때문이었다. 특히 근세에 와서는 국가가 교회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이 때문에 교회는 국가의 부당한 간섭에서 벗어나 정치적으로도 교황이 주권을 행사하며 통치하는 국가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1929년 이탈리아 무솔리니 정부와 교황청(비오 11세) 간에 정교 협정인 라떼란(Lateran) 조약이 성립되어, 오늘의 바티칸 시국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바티칸 시국의 인구는 약 1천 명으로, 전 세계에 교황사절을 파견하고 【현재 107개국과 외교관게 수립] 외교사절을 접수하며, 독자적인 화폐, 우표, 신문, 방송국 등을 경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1966년 이후 대사 교환으로 승격되어 오늘에 이른다.
지금 바티칸「바티칸이란 점치는(vaticinia) 고지란 뜻을 지니고 있으며 여기서 바티칸이란 이름이 연유한다. 바티칸 시국은 성벽으로 둘러쌓여 있는데 그 당시 성벽의 축조술을 볼 수 있다. 벽돌은 납작하고 길게 하여 안정성을 추구하고 내부로 경사지게 하여 튼튼하고 매우 높다. 바티칸 시국이 하나의 국가이므로 입장할 때는 배낭을 짊어지고 들어갈 수 없으며 검색대를 통과하고 입국(입장)료를 내야 한다.
◆ 시스티나 성당 (Cappella Sistina)
성모승천을 기념하는 시스티나 성당은 교황 식스또 4세(1471-1484년)의 명으로 1475-1482년에 걸쳐 조반니 데 돌치(Gioovannino de Dolci)의 설계로 건축된 것으로 당시의 교황과 이름을 따서 시스티나 성당이라고 부른 것이다. 이 성당은 교황의 비공식적인 의식을 행하는 성당이며 또 교황이 서거했을 때 전세계의 추기경들이 여기에 모여 교황의 비밀선거(Conclave)가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제대를 중심으로 양쪽 벽에는 12개의 그림이 있는데, 모세와 그리스도의 일생을 나타낸 것으로 일품이다.
원형의 천정은 미켈란젤로가 교황 율리오 2세(Julius, 1503-1513년)의 명을 받아 [창세기]에 나오는 내용을 프레스코(Frescoes)로 나타낸 것이다. 제대에서부터 프레스코는 어둠 속에서 빛을 창조하시는 하느님, 하늘과, 해와 달, 바다와 육지, 특히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는 모습과 선악과를 먹는 모습, 낙원에서 내쫓기는 아담과 하와의 모습, 노아(Noah)의 방주와 홍수, 희생 등의 그림이 연속적으로 그려져 있다. 한참 바라보고 있노라면 눈이 피로하고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천정의 이 그림들은 네 귀퉁이마다 나체의 네 사람이 프레스코에 나타낸 사실을 하나하나 설명이나 하듯 그림을 가리키고 있다. 한참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예언자들의 모습이 나타나는데, 예루살렘의 장래 멸망을 알고 슬피 우는 예레미야 선지자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시스티나 성당의 제대 뒤에 있는 '최후의 심판'(The Last Judgement)이야말로 미켈란젤로의 최대 걸작으로서, 1536-1545년 사이에 완성된 것이다.
교황 바오로 3세(1534-1549년)의 명으로 제작된 이 걸작은 390명 이상의 인물이 나타나는 그 당시에 커다란 충격과 반향을 일으킨 작품으로, 200㎡가 넘는 방대한 작품이며, 현재까지 이것을 능가하는 작품은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걸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을 보면 성모 마리아, 세례자 요한 십자가의 성 안드레아, 교회를 다스리는 열쇠를 가진 성 베드로 사도, 성 바울로 사도가 있는가 하면, 그리스도의 발아래에는 그물을 가진 성 아우렌시오와 성 바르툴로메오가 그 옆에 있고, 중앙에서 왼편엔 여인들이 있으며, 오른편 남자들의 모습 속에는 구세주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는 키레네의 시몬과 도둑이었다가 회개한 디스마가 십자가를 지고 있고 그 밖엔 수레에 탄 성녀 카타리나와 활을 쏘고 있는 성 세바스티아노가 있다. 왼쪽 아래에는 구름 위의 천국에 승천한 착한 사람들이 천사의 나팔 소리의 축복을 받고 있으며 오른쪽에는 저주받은 사람들이 지옥에 떨어지는 참혹한 광경이 나타나 있는데, 지옥의 무서운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왼쪽 맨 아래엔 죽은 이들이 부활하는 모습이 있고, 그 가운데 있는 동굴에는 마귀들이 가득 차 있으며 바로 오른쪽에는 지옥문이 보이고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나오는 삼도의 나룻배가 맨 아래에 그려져 있다.
비평가들은 미켈란젤로(1475-1564년)가 천정을 그릴 때만 해도, 어느 정도 지구상의 인류 불행을 나타내려는 예술적인 사명감을 갖고 있었지만, 후기에 가서는(최후의 심판을 그리기 시작할 때 그의 나이 60세) 예술적인 면보다도 깊은 신앙심이 더 앞서지 않았나 보고 있다. 어찌 되었건 최후의 심판 작품은 가톨릭 교리를 거의 완벽하게 나타내 주고 있다.
그러나 쉽사리 설명할 수 없는 어려운 내용이 담겨 있는 것도 사실이다.
◆ 바티칸 박물관 (The Vatican Museum)
규모나 내용, 오랜 역사적인 면에서 단연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바티칸 박물관은 성 베드로 광장 오른편 성벽을 따라 5~6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데, 그 역사가 거의 500년이나 되어, 세계 각국 박물관의 표본이 되어왔다. 1503년 교황 율리오 2세(1503-1513년)가 아폴로 석상을 교황청 안에 안치함으로써 시작된 이 박물관은 28개의 부분으로 크게 분류되는바, 이곳에는 고대 이집트의 미이라와 상형문자를 비롯 그리스, 로마제국, 르네상스 현대미술 등이 총망라되어, 여기에 소장된 작품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물론 이 가운데엔 아직 미공개의 예술품도 있고 분류가 안 된 필사본 등이 꽤나 된다니 더욱이 그런가 보다. 양쪽 벽에만 작품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닥과 천정에도 가득 차 있다.
그러니 일정한 한 곳에만 눈을 향할 수도 없다. 그 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서 주마간산 격으로 방 전체를 쓰윽 훑어보는게 고작이다. 아아!…하는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말이다. 이 바티칸 박물관이야말로 이곳에 와서 보고 감탄할 뿐, 필설로 표현한다는 자체가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도저히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 시스티나 성당도 이 박물관의 마지막 코스에 해당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