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쉴 때마다 우리는 바람의 일부가 된다 그리고 바람의 목소리를 빌려 우리의 노래를 부른다
바람을 탄 노래는 안으로 감기며 끝없이 퍼져 나가고 나는 너의 일부가 되고 너는 나의 일부가 된다 그렇게 우리는 하나가 된다
어머니 대지 위를 거닐거나 밤하늘의 별을 볼 때 또는 동녘에 떠오르는 해를 맞거나 홀로 숲속을 거닐 때 우리는 어김없이 생명의 노래를 듣는다
그리고 그 바람의 원, 생명만큼이나 오래된 그 원에 형제애를 실어 보낸다 사랑을 실어 보낸다. - 체로키족의 식물확자며 시인인 노만 러셀-
<지금은 자연과 대화할 때> 서정록의 인디언 이야기 중에서 한 부분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 책은 은사님께서 본 책인데 나에게 주셨다. 연필로 밑줄을 그으면서 공부하신 귀한 책이다. 한 사상 연구를 하실 때 본 책이라고 하셨다. 마음이 간지러운 날에는 이 책을 본다. 선생님이 그리운 날에도 인디언 이야기를 읽는다. 내 삶에 가장 많이 영향 받은 책이다. 아끼면서 천천히 읽는 책 중의 하나다. 선생님이 나에게 주신 소중한 선물이다.
한 달 가까이 비가 오거나 흐리거나 바람이 분다. 봄은 이렇게 산고를 겪으면서 오나 보다. 꽃이 피는 일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니라고 말이다. 봄을 기다리며 매화를 그리고 있다. 이제 6송이만 남기고 있다. 밖에는 벌써 홍매화가 피었건만 나의 봄은 기다려야 한다. 내일이 경칩이다. 땅속에서는 봄을 준비하고 있다. 주말에 시골집에서 냉이를 캐는데, 땅속에 지렁이가 얼마나 많은지 화들짝 놀랐다. 괜히 부지런 떤다고 땅을 뒤집어서 벌레들이 놀라는 건가 싶었다. 다시 흙을 덮어주었다. 흙냄새가 좋다. 생명의 노래를 듣고 있다. - 2024년3월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