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세보고] 쿠테타 발발 9일째 - 정중동의 움직임이 감지됨
2014년 5월 30일 금요일 심야 현재
내용정리 : 크메르의 세계

태국 육군사령관 대국민 연설
금요일(5.30)은 쿠테타 선언일(5.22)로부터 9일째이며, 계엄령 선포일(5.20)로부터는 11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또한 그간 '전승기념탑' 주변에서 쿠테타 반대시위도 계속 이어져왔지만, 어제는 군 당국의 강력한 봉쇄로 시위도 거의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쿠테타 지도자인 쁘라윳 짠오차(Prayuth Chan-ocha) 육군사령관은 어제 밤 9시45분 TV 생중계 대국민 연설을 했습니다.
그는 이 연설에서 개헌과 국가개조(군부의 표현으로는 '국가화합')은 물론이고, 경제분야와 외교분야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포괄적인 내용의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이 연설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차기 총선이 실시되기까지 "향후 최소 12~14개월 정도는 군정을 실시한다"는 것입니다.
쁘라윳 장군은 또한 통행금지 시각(자정~새벽 4시)을 유지하겠다면서 현재보다는 더욱 엄격하게 시간을 지켜달라고 했고, 무장세력의 위협이 여전히 존재하므로 "5인 이상의 집회금지"를 비롯한 경계조치도 강화할 것을 시사했습니다.
[참조] 태국 쿠테타 지도자, 권력이양 3단계 방침 발표 - 최소 1년 이상 총선실시 유예 (뉴스1 2014-5-31)
(연설문의 비공식적 요약 번역문)


미묘한 시기의 발표
쁘라윳 장군의 발표는 상당히 미묘한 시점에 나왔습니다.
- <깔리육> 논문의 저자 앤드류 맥그레거 마샬(Andrew MacGregor Marshall)이 심야에 공개한 첩보에 따르면, 쿠테타 이후 그 동안 런던에 머물고 있던 마하 와치라롱꼰(Maha Vajiralongkorn: 1952년생) 왕세자가 금요일 귀국길에 올랐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쿠테타는 왕세자게는 적대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고,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왕세자는 독자적인 군권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왕세자의 귀국은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참조).
- '트위터' 상에서 계엄령 선포 소식을 가장 빨리 전한 바 있는 앤드류 스푸너(Andrew Spooner)는 어제 밤 자신이 단독으로 입수했다는 집권 '프어타이 당'(Pheu Thai Party) 고위 인사의 성명서를 공개했습니다. 그가 입수했다는 성명서는 집권 '프어타이 당' 의장(=대표)인 짜루퐁 르엉수완(Charupong Ruangsuwan) 전 부총리 겸 내무부장관 명의로 되어 있습니다(참조: 영문본 보기). 이 성명서는 (1)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한 조속한 민정이양, (2)친정부 및 재야 인사들에 대한 구속과 탄압의 중지, (3)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해 시스템 외부의 "보이지 않는 힘"의 개입 및 이중잣대를 동원한 사법부의 개입 반대를 촉구하고 있고, 이에 대항하여 일치단결된 힘으로 반격을 가할 의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스푸너는 이 성명서가 향후 강력한 저항운동을 시시하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 태국 북부와 북동부지방에서 군 당국이 '레드셔츠 운동'(UDD)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펼치고 있어서, 지방의 레드셔츠 중간급 지도부는 체포되거나 잠적한 상황입니다. 또한 한화 약 3조원을 긴급 투입해 농민들에 대한 쌀수매 대금을 지급하면서 민심을 추스리고 있기도 합니다.
'프랑스24'(France24) TV는 치앙마이 현지에서 직접 취재한 내용을 금요일 방송했습니다(참조: 방송보기). 이 보도는 신변안전에 위협을 느낀 레드셔츠 운동의 주요 지지자들이 잠적한 상황과 강력한 단속 및 억압적 분위기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런 탄압 분위기 속에서도 현지 주민들의 "쿠테타 반대" 투쟁의지는 매우 강고하다고 보고했습니다.
특히 태국의 저명 학자인 타넷 짜런므앙 교수는 인터뷰에서 "이제 남아있는 길은 쿠테타 정규군과 민주진영(레드셔츠) 군대 사이의 내전밖에 안 남은 것 같다. 둘 중 하나가 이기든지, 아니면 남북 분단일 것"이라며 매우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이 르뽀의 후반에는 태국 레드셔츠 운동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프랑스 여류학자 유진 메리유(Eugenie Merieau) 교수의 해설도 들어 있습니다. 메리유 교수는 "레드 진영은 복잡하지만 크게 두개의 그룹으로 나눠질 수 있다. 하나는 북부 및 북동부 농민들이 주축이고, 다른 하나는 방콕의 지식인 및 하급 중산층 등 민주화 세력이다. 민주화 세력은 원래 반-탁신 성향을 보였지만, 2006년 쿠테타가 발생한 후 두 그룹이 공통의 적에 대항해 단결하면서, 민주화 진영도 친-탁신 세력으로 돌아섰다. 따라서 레드셔츠 운동은 매우 강한 세력"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태국 군사정권은 경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만, 서서히 정중동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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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군부 입장에서 보면,
전국적인 장악력을 위해 군대를 총동원하고 있는 형국인데요..
이 상황에서 왕세자가 귀국한다면,
당장 충돌은 안 할지라도..
만일을 대비하여 '왕세자근위대'(904부대)에 대한 잠재적인 대항병력까지 구성해야 하므로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계엄령 선포(5.20)를 기점으로 하면 태국 쿠테타는 이제 열흘을 넘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국면전환의 징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친정부 진영이 초기에 거의 항복에 가까운 행보를 보인 것은
충돌을 피해 주력 전력의 보존을 노린게 아닌가도 추정될 정도입니다.
사실 작년 11월30일 태국 레드셔츠가 방콕 라차망갈라 경기장에
일시에 10만명을 운집시켰지만 불과 몇시간만에 완전히 해산시킨 바가 있습니다.
태국 군부 입장에서 보면 레드 주력군을 일시에 학살할 수 있는 찬스였죠.
즉, 유혈 쿠테타 기회를 한번 놓쳤던 것입니다..
이후 레드셔츠는 최근까지 방콕 외곽의 개활지에서 집회를 가졌었죠..
저는 그것이 몰살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0년에 태국 기득권 진영에서는
왕후의 발언이라면서 "붉은 역적 20만 도륙설"이 유포된 적도 있을 정도죠.
또한 최근까지도
"레드 역적" 3천명의 명단이 적힌 살생부가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습니다.
따라서 태국 군부가 계엄령 선포 후 이틀 후에 쿠테타 선언을 하는 영악한 시간차 쿠테타를 성공시키자,
레드 진영은 일단 항복하는 인상을 주어 도리어 군부의 초반 기세를 느슨하게 만든 것은 아닌가도 추정될 정도입니다.
어쨌든 태국 상황이 대단히 급변할 가능성이 살짝 엿보이고 있습니다.
태국 십년 넘게 살며 쓰나미.사스.조류독감.2006년쿠데타.공항페쇄.물난리.레드셔츠시위대충돌.엘로우셔츠에 또 쿠데타......ㅎㅎㅎ
태국에 살면 감수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쿠테타에서도 양상이 예전 과 다르게 전개 됩니다..빠르게 진화 하는 미래에 어떻게 전개 될지....불안 합니다. 예측 힘든 태국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