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를 받고 6일만에, 이력서, 연간 계획서를 포함하여
8가지 죄다 사인하여 담당자의 메일로 전송하고 카톡을 보냈다.
속이 후련할 틈도 없이, 내일부턴 다른 기관의 서류를 준비해야한다.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해마다 이맘 때면, 이것저것 챙기고,
꾸역꾸역 머리를 써야하는 일들 땜에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해마다 쓰는 자기소개서를 쓸 때마다 같으면 안된다고 하니,
이번에는 또 뭐라고 쓰야하나? 마음에 없는 말까지 갖다 부쳐서
내가 써놓고도 읽어보면 낯 간지럽다.
여기 저기 뛰어다니느라, 운동화 밑창만 닳지, 사실 돈은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여느 해처럼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강사를 속된 말로 보따리 장사라 부르던데, 이 일도 4년차에 접어 들었다.
내 친구 옥희는 매월 350을 벌어도 자신의 직업을 숨긴다.
피아노학원/ 어린이집/ 혜성학교 특활강사를 거쳐서
지금은 장애인 활동지도사로 일하고 있지만, 스스로 자존감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그런 옥희에게 나는 말한다.
- 옥희씨~ 당신 한달 봉급이 내 일년 연봉이거덩~ 우째 생각하노?
건이는 나에게 말한다.
- 누나~ 빌어먹기 딱 좋은 직업이다. 그만 두고, 내캉 놀자.
그래도 300이상 버는 사람들이 짜드라 부럽지 않으니, 이것도 병 아닌가 몰러~
어떤 때는 이마저도 매인 것 같은 생각이 들때가 있던데, 이건 또 무슨 병인가?
70을 바라본다. 남앞에 설 날도 얼마 안남았다. 나처럼 숫기없는 작자가 어쩌다
이 길을 가게 된 걸까? 참 희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