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내걸고 처음 등장했다. 트럼프 1기 정부는 ‘미국인 중심’의 무역.산업정책, 조세.재정정책, 이민.대외정책을 펼쳤다. 또한 ‘힘을 통한 평화’를 외교안보정책의 중심으로 삼았고, 미국의 도전국으로 급부상하는 중국에 대해 강력한 압박을 펼쳤다. 그리고 동맹국에 대해 미국의 국익을 앞세우며 강력한 무역압박을 펼쳤고, 이전보다 방위비를 더 분담하고 군사비를 더 지출하도록 요구했다. 나아가 국제관계를 ‘가치중심’이 아니라 ‘이익중심’으로 보면서 푸틴의 러시아와 친밀함을 보였다.
2025년 다시 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 때와 마찬가지의 슬로건을 내걸고 당시에 펼쳤던 정책을 더욱 강한 형태로 펼치고 있다. 경제정책에서 중국만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우방국인 캐나다.멕시코를 비롯해 EU의 동맹국들에게 강력한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바이든 정부가 펼친 친우크라이나 정책과는 정반대로 친러시아 정책을 펼침으로써 러우전쟁을 종결시키려 한다. 프랑스와 독일 등 EU의 국가들은 독자적 핵능력 강화를 추구하기 시작했으며, 유럽의 안보는 유럽이 지킨다는 자세로 군사력을 대대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라 부르고,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주장하자 캐나다는 미국과 적대하면서 EU의 일원이 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1기 정부 때보다 더 강한 압박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중국은 트럼프 1기 정부시기보다 훨씬 강하고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강력함이 드러난 최근의 사례는 ‘딥시크(DeepSeek)’로 대표되는 인공지능과 ‘유니트리’로 대표되는 로봇, CATL로 대표되는 배터리, BYD로 대표되는 전기자동차이다. 21세기를 이끌어 나갈 최첨단 기술제품에서 중국은 벌써 미국을 따라잡고 있다. 2016년,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내걸고 당시 영국.프랑스.한국 수준인 제조업을 2025년까지 일본.독일 수준으로, 2045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 수준으로 혁신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로부터 불과 10년 만에 중국은 이제 21세기를 대표하는 몇몇 분야에서 일본.독일 수준을 뛰어넘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수준을 뛰어넘고 있다.
국제정치학의 패권이론에 따르면 패권국의 일생은 세계대국, 비정통화, 탈집중화, 세계전쟁의 네 단계를 거친다. 미국이라는 세계 패권국은 이제 세계대국의 단계, 비정통화의 단계를 지나 탈집중화의 제3단계로 접어들었다. 이 단계에서 세계의 권력이 좀 더 분산된 다극구조로 이행하고, 세계대국의 지위는 쇠퇴해 세계질서를 유지할 능력을 잃게 되고 도전국이 등장한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패권승계의 투쟁이 일어나는 단계인데, 이전에 패권국가와 연합한 세력 중에서 이탈한 국가 또는 패권국에 적대적인 세력이 새로운 연합을 통해 도전국이 되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과 연합한 EU와 일본.한국 등 민주주의 국가들을 다시 결속하기 위해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만들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캐나다와 멕시코, 그린란드를 매개로 한 덴마크와 러우전쟁의 종전방식을 둘러싸고 EU와 멀어지고 있다. 미국패권연합을 형성해온 구도가 완전히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2017년, 중국의 강대화와 트럼프 1기 정부의 등장으로 1990년 이후 지속된 탈냉전시대는 종식되고 신냉전시대가 시작되었다. 2025년 트럼프 2기 정부의 등장으로 1945년 이후 지속된 미국중심의 패권연합이 종식되고, 미국.중국.유럽(EU.캐나다)이라는 다극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오랫동안 논의되어온 이 3극체제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좌표를 잡아야 할 것인가? 한국과 중국의 산업구조.기술수준을 염두에 두면 중국중심체제에 한국의 공간은 없다. 한국과 유럽(캐나다, 호주 등)은 아주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 또한 아주 훌륭한 분업구조를 형성할 수 있지만, 미국이 모든 제조업을 미국 영토내로 유치하려 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일본, 동남아, 인도, 파키스탄로 이어지는 ‘동·남·서아시아’는 21세기 우리가 주력해야 할 파트너들이다. 러우전쟁을 끝낸 러시아 또한 협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김대중 정부시기에 동아시아협력, 노무현 정부시기에 동북아협력, 문재인 정부시기에 신남방정책이 추진되었다. 이제 미국, 중국, 유럽이라는 3축체제를 맞이하여 우리는 일본, 동남아,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를 하나의 축으로 만드는 아시아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중국이 하나의 독자적인 체제이자 축으로 기능하는 상태에서 중국(15억)을 제외한, 한국·일본·인도·동남아를 포함한 30억의 아시아를 하나의 축으로 묶는 전략을 생존전략이자 번영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들 아시아 국가들은 오늘날 한류가 가장 잘 흐르고 있는 나라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