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가시고기..
가시고기는 이상한 물고기입니다.
엄마 가시고기는 알들을 낳은후엔 어디론가 달아나 버려요.
알들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듯.
아빠 가시고기가 혼자 남아서 알들을 돌봅니다.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답니다.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으면서 열심히 알들을 보호해요.
알들이 깨어나고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그리고 새끼 가시고기들은 아빠 가시고기를 버려두고
제 갈길로 가버립니다.
새끼들이 모두 떠나고 난 뒤 홀로남은 아빠 가시고기는
돌 틈에 머리를 처박고 죽어버립니다.
가시고기.
..
그 아이.. 다움이는 백혈병입니다.
나이는 아직 초등학교 3학년밖에 되지않습니다.
글두 여느아이와는 달리 생각이 깊구 착한아이입니다.
백혈병을 앓은지두 2년째입니다.
아빠는 시인입니다.
아이는 시인인 아빠가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요즘들어 아이때문에 힘들어보이는 아빠가
아이는 무척 안쓰럽습니다.
아빠는 아이에게, 아이의 병을 한번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아이는 자신의 병에대해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한번도
자신이 아파해야 하는지 항의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알고있습니다.
아이가. 얼마나 많은 양의 항암제와 멸균식을 참고있는지.
다움이는 매일매일 기도합니다
"하나님. 빨리 날 하늘나라로 데려가주세여"
.. 날마다 아빠에게 퇴원하자고 조르지만
아빠는 꿈쩍두 하지 않습니다.
프랑스에서 코털아저씨와 살고있던 엄마는
다움이의 천재성을 발견하고는 데려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아빠는 절대로 허락할수 없습니다.
다움이도 아빠와는 떨어질수없습니다.
일본에 사는 어떤 누나가 다움이에게 골수를 주기로 했습니다.
아빠는 아주 어렵게.. 돈을 구합니다.
사천만원.
그돈으루 성공적인 수술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돈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 일부분을 떼어버리려 하다가
우연히 자신이 간암이라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그래서 다움이를 위해.
어쩔수없이 이젠 각막을 팔기로합니다.
이제 아빠는 애꾸눈 선장님이 되어버렸습니다..
그치만 다움이는 알지못합니다.
아빠가 왜 애꾸눈 선장이 되어버린건지.
이제. 이제야 겨우. 다움이가 건강해질수 있는데
어떻게 찾은 행복인데..
아빠는 이제 여섯달밖에 살지 못합니다..
간암말기..
다움이는 골수이식 수술을 마쳤습니다..
아빠는 마지막으로 다움이를 만납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에
멀찌기 떨어져서 가로등을 등지고 앉았습니다.
다움이는 아빠를 봅니다.
아빠는. 이제 너무 아파서. 너무 말라버린 자신을
다움이에게 보여주고싶지 않았습니다.
사무치도록 그리운 아이였건만,
달려드는 아이에게 냉정하게 말했습니다.
"거기 서라."
아이는..불빛때문에 아빠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빠옆에 앉아도 되냐고 묻습니다.
"안된다. 그냥 거기 있어라."
그리고는. 엄마를 따라가라고 말합니다.
엄마를 따라. 코털아저씨와 결혼한 엄마를 따라.
프랑스에서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아빠에게 전화도. 편지도 하지 말라고합니다.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럼 아빠가 날 보러 올 거죠?
하고 묻지만.
스무살이 되기전에는 이 땅에 돌아오지 말라고합니다.
아빠는 아이에게 이제 아프지 말라는 말을 남깁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지만 소매로 눈물을 훔쳐낼뿐 입을열지는 못합니다.
아빠는 널 잊을거라고.. 그러니 너도 아빠를 잊으라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이가 자신의 품에 안기길 바라지만
아이는 엉엉 소리내어 울고 또 울며
조금씩 그에게서 멀어져갑니다.
그는. 알고있었습니다.
끝이었고..
그러므로 아이가 한번쯤 돌아보아도 된다는 사실을.
..아이는 마지막 순간까지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완전히 사라진 다음..
그는 울음을 토해내기 시작합니다.
잘 가라, 아들아
잘 가라. 나의 아들아.
아빠는 죽어도 아주 죽는 게 아니란다.
세상에 널 남겨놓은 한 아빠는 네 속에 살아있는거란다
네가 지칠까봐, 네가 쓰러질까봐,
네가 가던길 멈추고 돌아설까봐
마음 졸이면서 너와 동행하는 거란다.
영원히, 영원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