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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침무우(高枕無憂) – 베개를 높이 자면 걱정이 없다.
[높을 고(高/0) 베개 침(木/7) 없을 무(灬/8) 근심 우(心/11)]
‘잠자는 것을 사랑하게 되면 가난하게 된다’, ‘잠은 인생의 절반을 훔쳐가는 도둑이다’ 등과 같이 잠을 시간을 빼앗는 것이라고 경계한 서양 격언이 있다. 반면 잠이 없으면 꿈도 없다는 말이 있다. 인간생활에서 가장 원활해야 하는 三快(삼쾌)에 快食(쾌식), 快便(쾌변)과 함께 快眠(쾌면)이 들어있는 이유다. 과한 잠을 줄이라는 말은 휴식을 잘 취한 뒤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라는 뜻이 담겼다. 베개를 높이 하여(高枕) 자면 근심 없이 지낼 수 있다(無憂)는 말은 편안히 지내는 것을 나타냈다.
앞서 兎營三窟(토영삼굴)에서 나온 대로 이 성어도 戰國四公子(전국사공자) 중의 한 사람인 孟嘗君(맹상군)의 식객 馮驩(풍환, 驩은 기뻐할 환)에게서 유래했다. 齊(제)나라의 재상으로 3000명이 넘는 빈객을 거느렸던 맹상군은 재산이 많았어도 薛(설)땅의 田稅(전세)를 받아들여 고리로 농민들에게 빌려주고 큰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제때 이자를 잘 내지 못하는 농민들도 많아 골치가 아팠다. 이 때 일 년간 빈둥거리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던 풍환이 자청해서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전세를 낼 채무자를 불러 모은 뒤 맹상군이 받지 않기로 했다면서 차용증을 모아 불태워버렸다.
돌아온 풍환이 맹상군에게 전후를 말하고 이 집에 없는 의리를 사왔다고 말했다. 그 후 재상에서 밀려난 맹상군이 설 지역으로 갔을 때 백성들이 백리 앞까지 나와 환영하는 것을 보고 사 온 의리가 이것이라며 탄복했다. 풍환은 재빠른 토끼라도 세 개의 굴을 준비하는데 이제 하나를 팠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웃 魏王(위왕)에 계략을 써서 맹상군을 초빙하게 한 것을 齊王(제왕)이 알아 재상으로 복직시켰다. 또 왕을 설득해 설 땅에 종묘를 세우게 한 뒤 풍환이 말했다. ‘이젠 굴이 셋이니 베개를 높이 베고 근심 없이 잠을 이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三窟已就 君姑高枕爲樂矣/ 삼굴이취 군고고침위락의).’ ‘戰國策(전국책)’ 齊策(제책)편에 실린 내용이다.
베개를 높이 하여 잠을 자면 걱정이 사라진다, 또는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있다며 高枕安眠(고침안면), 高枕而臥(고침이와)란 말도 내려온다. 반대로 高枕短命(고침단명)이란 말도 있으니 실제 베개가 어떤 것이 좋을까. 전문가들은 베개가 높으면 일자목이나 자라목이 될 수 있고, 너무 낮으면 어깨에 부담을 주게 되어 좋지 않다고 한다. 어떤 것이든 충분히 편안하게 자는 것을 가리키는 것에는 같다고 보면 되겠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