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영성 사계절의신앙손희송 p35-37
근심 어린 얼굴을 한 신자 한 분이 본당 신부님을 찾아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부님, 저는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어요. 새로운 삶을 살고 싶지만 늘 작심삼일이어서 새해에 세운 계획도 지금은 모두 잊어버렸습니다.”
신부님은 그의 말을 듣고 창고로 가더니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낡은 소쿠리를 들고 나왔습니다. 신부님은 그 소쿠리를 그에게 건네며 말했습니다. “이유는 묻지 말고 여기에 물을 가득 담아오시기 바랍니다.” 구멍이 숭숭 난 소쿠리에 물을 담아 오라는 말에 그는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신부님의 말을 따라 우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구멍 뚫린 소쿠리에 물이 담길 리 없었습니다.
그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돌아와 신부님에게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쿠리를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신부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쿠리에 물을 담지는 못했지만 소쿠리의 먼지는 깨끗이 사라졌지요? 마음먹은 대로는 안 되어도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려고 노력하는 그 자체가 의미 있는 것입니다.”
당장 달라지는 것이 없는 듯해도 꾸준하게 노력하면 변화가 일어납니다. 콩나물을 키우려면 밑바닥에 천을 깔아 놓은 시루에 콩을 깔아놓고 매일 물을 부어 줍니다. 물이 그냥 흘러내려가는 것 같지만, 조금씩 콩을 적시어 뿌리가 나오게 됩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별 느낌이 없는 기도라도 꾸준히 하면, 분심과 잡념이 들더라도 묵주기도를 계속하다 보면 요동치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마음이 변화되면 마음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도 변화될 수 있습니다. 신속한 결과와 업적에 집착한 현대인들은 당장에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것이 없으면 견디지를 못합니다. 하지만 큰 인내 없이는 결코 변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맵고 짠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성질이 참 급합니다. 세월이 갈수록 점점 더 성질이 급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맛나고,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 되려면 시간이 지나야 합니다. 밥도 뜸이 푹 들어야 맛있는데, 뜸이 들려면 어느정도 시간을 두어야 합니다. 몇 분 만에 완성되는 즉석 사진은 작품사진이 되기 어렵습니다. 같은 대상이라도 이리 찍고 저리 찍고 해야 겨우 작품 한장 나옵니다. 시간과 인내가 들어가야 제대로 된 것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우리 주위에 만연한 ‘빨리빨리’의 습성을 극복하기 위해 ‘기다림’, ‘인내’, ‘꾸준함’을 기르는 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하느님도 구세주를 세상에 보내시기 위해 몇 천 년을 기다리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도 3년의 공생활을 위해 30여 년을 준비하셨습니다. 우리도 조급함을 버리고 인내를 배워야 합니다. 바보스럽게 보이더라도 꾸준하고 우직하게 기도하고 인내하는 신앙인이 되면 좋겠습니다. 예수의 성녀 데레사(대 대레사 또는 아빌라의 데레사. 1515-1582)의 말을 기억합시다.
“인내로써 모든 것을 얻게 되리라.”
* 3C (따뜻한 편지 2349)
미국에선 지도자의 조건을 실력(Competence), 인격(Character), 헌신(Commitment)으로 3C이라고도 합니다. 지도자의 자질인 3C를 익히고 배우는 데에는 학교 교육보다 가정교육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특히 긍정적인 태도와 올바른 가치관은 가족 구성원의 평소의 삶 속에서 체득된다고 합니다.
교육학자 에릭 에릭슨은 이렇게 말합니다. “자녀교육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무덤까지 이어집니다. 처음 30년 동안은 부모와 학교에서 영향을 받고, 남은 30년은 거기에서 배운 것으로 자녀를 양육합니다.”
슈바이처 박사는 자녀 교육에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첫째도 본보기요, 둘째도 본보기요, 셋째도 본보기다.”
자녀는 가르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보는 대로 산다는 평범한 진리를 말한 것입니다. # 오늘의 명언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부모의 삶은 자녀에게 그 무엇보다 강한 심리적 영향을 미친다.
– 카를 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