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고 하찮고 짜증나는 방가지똥(풀).
뙤약볕에서 호미질하는 아낙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호미질을 하는 그녀의 손짓이 왠지 힘이 없어 보인다.
"이래 살아서 뭐하나? 에고 내 팔자야."
그녀는 푸념과 함께 한숨을 내뱉는다. 서방이라는 작자는 허구한날 술만 처마시더니 간경화에 걸려 복수를 빼내고 있고 자신은 가슴에 몽우리가 만져져서 검진을 받았더니 유방암이란다. 없는 살림에 수술은 엄두도 나지 않았고 무엇보다 가슴을 도려낸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죽으면 죽었지. 그리는 못한다."
아무리 꿔다놓은 보리자루 같은 가슴이라도 그녀에게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과도 같은 것이었다. 호미질을 하던 그녀의 눈길이 방가지똥에 꽂힌다. 절로 짜증이 나는 풀이다. 호미로 파내도 잘 뽑히지도 않거니와 손으로 잡아당기면 하얀 진액이 나와 손바닥을 끈끈하게 한다.
"우라질 놈의 잡초 같으니라고.."
그녀는 신경질을 내며 방가지똥을 호미로 마구 파낸다. 잘 뽑히지도 않는 것이 줄기는 조루가 있는 서방처럼 잘도 끊어진다. 짜증이 절로 난다. 술만 처마실 줄 알았지. 조루증까지 있어 살큰하고 달착지근한 밤?을 언제 보냈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방가지똥이 얌통머리 없어 보였고 미운 서방처럼 얄밉고 다라웠다.
햇빛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한심한 듯 더 뜨거운 열기를 발산한다. 햇빛은 그녀에게 따가운 충고를 주고 있었다.
'우매한 중생아. 눈앞에 있는 것을 보지 못하니.. 쯧쯧..'
방가지똥풀. 흔히 볼 수 있는 풀이다. 때로는 엉겅퀴와 혼동을 하기도 한다. 뽑으려고 하면 뿌리만 남기고 줄기만 똑 부러지는 얄미운 잡초기도 하다. 그리고 줄기와 뿌리에서 하얀 진액이 나와 손바닥을 끈적이게 해서 더욱 기분이 나쁘다. 뿌리도 뽑을라치면 땅속 깊이 박혀 잘 뽑히지도 않고 잘 끊어져서 완전히 뽑기도 어려운 짜증 제대로 나는 잡초 중에 잡초다. 하지만 이 녀석은 뽑으려 애쓰는 사람들에게 쓴소리 한 마디한다.
"에라이.. 바보들아! 나를 알면 이처럼 함부로 대할까? 언제 쯤 나를 알아주려나? 혹 거기 누구 없소?"
방가지풀이라고도 하고 한방에서는 고거체, 고초, 고마체, 고채, 유동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잎이 갈라지지 않고 큰 것은 큰 방가지똥이라 불리며 성분은 같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그리고 다시 우리나라에 들어온 귀화식물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지천으로 널린 이녀석이야말로 진짜 진국 중에 진국인 약초일지도 모른다.
이 녀석은 거의 만능재주꾼에 가깝다. 벌레나 말벌, 뱀에 물린데 해독제가 되기도 하고 항암작용은 물론 우리 몸의 바이러스를 잡아준다. 면역을 강화시키고 해열, 불면증, 시력향상, 위장병, 간해독, 이질, 악창, 종기, 임질(성병)의 치료제가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기관지염, 식도염, 인플루엔자, 황달, 치루, 유종, 간경화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이 녀석은 나물로도 먹을 수 있다. 어린 순과 잎을 따서 소금을 간한 물을 끓여서 살짝 데친 후 올리브기름을 넣고 버무리면 쌉싸름한 맛이 입맛을 돋궈준다.
꽃은 고채화자, 뿌리는 고채근이라한다. 암을 치료코자 할 때는 이 녀석의 전초를 질경이와 감초를 조금 넣고 푹 달여서 장복한다. 간경화나 간암, 유방암에 탁월한 효능이 있어 우리 가까이 있는 항암식물 중에 으뜸이다.
그리고 뿌리 말린 것을 괭이밥 말린 것과 함께 쓰면 기관지염, 식도염, 이질, 황달, 인플루엔자, 치루, 간경화를 치료한다. 이 녀석을 뜯으면 하얀 진액이 나온다. 베타락투세롤이라는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소화를 촉진시키고 빈혈을 치료하며 항암작용을 한다.
이 녀석의 씨앗을 가루내어 약 6g 정도를 1일 2회 복용하면 황달을 치료하고 중열을 식히고 심신을 편안케 한다.
전초(잎과 줄기)는 푹 달여서 대추를 넣고 다시 달인 후 대추껍질이 터질 때 쯤 모두 건져내고 다시 푹 달이면 엑기스가 된다. 이 엑기스 한 수저와 대추 한 개를 곁들여 하루 3회 복용하면 만성기관지염을 치료한다.
꽃과 전초는 효소를 담글 수도 있다. 주의할 점은 꿀을 사용하면 좋지 않다. 꿀과는 상극이다. 이녀석만큼은 설탕으로 효소를 담그는 것이 좋다. 그리고 닭이나 젖소의 사료로도 사용하면 좋다. 달걀과 우유가 잘 나온다고 한다.
이래도 이 녀석이 잡풀인가?
주변에 널려있어 흔하디 흔한 녀석이지만 결코 하찮치 않은 녀석이다.
해강.
약초연구소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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