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변 강마을 중에서도 오지로 손꼽히던 문희마을. 동강이 래프팅 명소로 소문이 나면서 찾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1년전만해도 마을버스 종점인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 마하본동에서 강변 오솔길을 따라 1시간 이상을 걸어가야 했는데, 지난해 절벽을 깎아 만든 도로가 생겨 접근이 쉬워졌다. 그러나 길이 험해 승용차로 접근은 금물. 차를 버리러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지마을을 찾아가는 기대와 설레임으로 잠시 걸어보는것도 색다른 맛이 있다. 마하본동에서 30여분 동강의 물줄기를 따라 거슬러 오르면 소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자갈밭이 펼쳐지고 90도로 꺾이는 물줄기가 급류를 형성하는 곳이 황새여울이다.
옛날 정선의 뗏목을 나르던 뗏꾼들도 어라연의 된까꼬리여울과 함께 가장 두려워하던 곳. 다시 30여분 꼬부라진 물줄기를 따르면 멀리 산자락에 앉아 있는 문희마을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로는 여기서 끝나고 건너편 절매마을과는 줄 배가 이어준다.
문희마을
천연기념물 260호로 지정된 백룡동굴을 비롯 백운산(882.5m), 칠족령 등 동강의 대표적인 트레킹 명소가 산재한 문희마을에는 1976년 백룡동굴을 최초로 발견하여 세상에 알린 정무룡 씨 등 3가구가 살고 있다. 고추와 옥수수 농사를 주업으로 하던 이들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교육의 어려움이 생기자 잠시 도회지 생활도 했다.
정무룡 씨도 영월에서 공사판 노동일도 했다는데, 고향 땅이 물에 잠길 것이라는 소식에 다시 짐싸들고 되돌아 왔다고 한다. 특히 마을 뒤 백운산의 '백'자와 자신의 이름에서 '룡'자를 따서 이름 붙인 백룡동굴이 세상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생업도 포기하고 댐건설 반대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동강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그는 문희마을 맞은편 절매마을에서 동강을 찾는 이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살고 있다. 행정상으로는 영월군에 속하는 절매(折梅)는 마을의 모습이 꺾어다 놓은 매화송이처럼 생겼다하여 붙여진 지명으로 외부와의 연결은 줄 배가 유일한 육지 속 섬마을이다.
어라연
동강의 대명사인 백룡동굴을 마주하고 있어 동강의 여러 명소 중 어라연과 함께 가장 찾는 이들이 많은 곳으로 현재 한 가구만이 살기에 마을이라고 부르기에는 어색하다. 여름 장마철 종종 고립되는 경우가 있어 오지 속에 와있음을 실감나게 해준다.
마을 앞 강물은 2백리 동강에서도 유난히 물빛이 아름답다. 물 속에서 솟아나는 샘물 때문인데, 수심이 5-6m나 되지만 강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 수심이 얕은 여울에선 다슬기가 지천에 널려있고 백사장과 자갈밭으로 이루어진 드넓은 강변은 야영장소로 최적이다.
백운산
마을 뒤로는 사행천(蛇行川)인 동강의 '산 태극 물 태극' 곡선을 한눈에 바라 볼 수 있는 백운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다. 정상에 서면 새끼줄을 풀어 놓은 듯 구불구불 굴곡진 모습이 한눈에 보여 동강의 참모습을 감상하기에 최고의 장소이다. 동강 상류 정선군의 제장마을로 넘어가는 산행 시간은 5시간 가량. 곳곳에 깎아지른 절벽길이 있어 초보자는 위험하다.
대신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칠족령 코스는 두어 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어 가족단위 산행지로 알맞다. 일반적으로 강마을 여행은 여름철을 많이 이용하지만 문희마을은 사철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물놀이의 시원함이 있는 여름, 산벗꽃과 진달래가 만발한 봄이나 울긋불긋 돌단풍이 멋스러운 가을, 석회암 절벽에 달라붙은 노송과 하얀 백설이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하는 겨울. 사철 모두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메모
영동고속도로-새말IC-42번 국도-안흥-방림삼거리-평창-미탄면 소재지에서 정선 방향 2km 직진후 수하계곡 표지판을 따라 우회전하여 7km가량 달리면 마하본동 버스 종점이다. 마을 앞 개울을 건너 남동쪽으로 300m 가량 내려서면 동강과 만나고, 강을 거슬러 상류로 강변 길을 따라 문희마을까지는 4km, 1시간 거리. 문희마을 세가구 모두 민박을 친다.
트레킹 코스
문희마을에서는 찾는 이들이 늘면서 백운산 등반로를 주민들이 잘 정비해 정선 쪽 제장마을까지 5시간 거리의 코스가 닦여있다. 산행 초보자는 무리지만 사행천 동강의 물굽이가 한눈에 내려다 보여 한번쯤은 가볼 만하다. 가벼운 트레킹을 원한다면 두시간 거리의 칠족령을 다녀오는 코스나 칠족령으로 올라 거부기마을로 내려오는 코스가 적당하다. (문희마을-칠족령-백운산-제장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