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 “거짓말한 대법원장이 탄핵감, 연판장 돌려야”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변호인 측이 지난해 5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핵을 염두에 두고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는 발언을 담은 녹취록을 4일 공개했다.
변호인이 공개한 녹취록에서 김 대법원장은 “사표 수리, 제출 그런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한다”며 “(여당에서) 탄핵하자고 하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며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선 판사들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핵감이다”, “대법원장이 사법 독립성을 지키긴커녕 사법부를 정치화하는데 앞장섰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녹취록 관련해 침묵을 지키고 별도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임성근 판사와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화 녹취가 공개됐다.
◇일선 판사들 “충격, 분노와 배신감. 연판장 돌려야”
대법원은 3일 국회에 제출한 답변 등에서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을 이유로 말한 적도 없고, 사표가 대법원장에게 실제로 제출되지도 않았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날 임 부장판사의 변호인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김 대법원장이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그걸 생각해야 한다.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하고”, “툭 까놓고 이야기하면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 말이야”라며 국회의 탄핵 절차,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할 경우 본인이 받을 비판 등을 언급하며 사표 수리를 거부하는 정황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한 부장판사는 “충격적, 법원 내에서도 공론화해야 한다”며 “과거 같으면 벌써 대법원장 물러나라고 연판장을 돌렸을 것”이라고 했다.
◇김명수 대법원, 전날 국회에 ‘허위 답변’ 제출도 논란
앞서 대법원은 3일 국회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 등에 제출한 답변에서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에게 일단 치료에 전념하고 신상 문제는 향후 건강상태를 지켜본 후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말했다”며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없고, 임 부장판사가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임 부장판사의 변호인이 공개한 녹취록과 정반대의 답변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같은 날 임 부장판사 측은 대법원 입장 발표 이후 약 3시간 뒤 입장을 발표하고 대법원 주장을 조목조목 반복했다. 임 부장판사 측은 “대법원장 면담 전에 (김인겸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사표를 제출했고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 보고한 뒤, 면담에서 대법원장에게도 보고했다”고 반박하며 “사표는 현재 대법원이 보관 중”이라고 했다. 이후 대법원은 추가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장이 ‘대법원’ 조직을 이용해 국회에 허위답변을 제출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대법원장이 허위공문서 작성을 지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안철수 “김명수, 후배 목을 권력에 뇌물 바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일 탄핵을 이유로 판사 사직을 불허한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해 “후배의 목을 권력에 뇌물로 바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권력 핵심에서 시작된 이념과 정파적 이익의 바이러스가 이제 법원까지 퍼져 대한민국의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3부 모두를 파탄 낼 지경이 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안 대표는 “김명수 대법원장은 건강상의 문제로 사직 의사를 표명한 임성근 판사의 사직을 불허했다. 이유가 걸작”이라며 “사직하면 탄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사법부 스스로가 권력의 노예가 되기를 자청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자신의 인사청문회를 도운 법관이, 그것도 1심에서 무죄 판결까지 받은 사람이 이런 꼴을 당할 때까지 방치했다면 이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 통제에 실패하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라는 권력의 시녀를 만든 이 정권은 지속적으로 법원을 압박하고 이제는 대법원장까지 나서서, 우리 사법부를 권력의 시녀보다도 못한 권력의 무수리로 만들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의회민주주의는 질식 상태에 빠지고 전체주의의 검은 유령이 어른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을 향해 “법관 탄핵, 당장 철회해야 한다”며 “당신들 입맛에 맞는 판결만 내리는 법원을 바란다면, 차라리 광화문 한복판에서 인민 재판을 여는 건 어떠한가”라고 비꼬았다.
김 대법원장과 법관들에게는 “헌법과 국민이 부여한 법관직의 신성함을 잊지 마시고, 오직 국민을 위하고, 법 앞에, 양심 앞에 떳떳한 법원으로 남아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