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선수들이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할 길이 열릴 전망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디온 플리투킨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사무총장은 30일 러시아 선수들의 파리올림픽 참가를 위한 절차와 방식을 개발할 것이라며 "IOC도 각 종목 국제연맹(IF) 측과 러시아-벨라루스 선수들의 국제대회 참가 방식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4년 올림픽은 7월 26일~8월 11일 파리에서 열린다.
러시아 올림픽위원회(ROC), 러시아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방식을 연구/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러시아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는 IOC가 최근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을 지지하지 않는 중립적인 러시아와 벨로루시 선수들을 참가시키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가시화했다. 러시아와 벨로루시가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중립적 지위로 출전할 수 있다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발언도 뒤이어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즉각 IOC의 입장에 실망했다고 반발했고, 올림픽 주최국인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을 막아달라"며, 우크라이나는 보이콧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IOC의 입장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러시아-벨라루스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를 위한 기준과 절차, 방식 등에 관해 각 종목 국제연맹 측과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IOC의 입장은 확고한 것 같다. 올림픽 헌장에 따라 모든 선수의 출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적 때문에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출전 조건은 엄격하다. 중립국 소속의 선수, IOC의 평화 임무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지 않은 선수, 세계도핑방지기구(WADA)의 기준을 전적으로 따르는 선수들이 출전 대상이다. 러시아 특수 군사작전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선수나, 부분동원령 등 군사작전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선수들은 출전 대상에서 제외될 게 분명하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이름으로 출전한 러시아선수들의 올림픽 입장식 모습. 위는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아래는 2020도쿄올림픽/사진출처:ROC 공식계정
러시아 선수들은 이미 국가 차원의 도핑 위반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러시아라는 국명 대신 '러시아출신올림픽선수'(OAR), 2020 도쿄올림픽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라는 중립단체 이름으로 출전했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도 비슷한 중립적 단체 소속으로 참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IOC는 지난 25일 IOC 위원들과 선수 대표, 종목별 국제연맹(IF), 국가올림픽위원회(NOC) 관계자들과 화상 회의를 열고,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에게 올림픽 참가의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회의는 18∼20일 열렸다고 했다.
회의에서 전 세계 스포츠 관계자들은 먼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IOC가 러시아와 벨라루스 두 나라에 내린 징계 유지를 만장일치로 재확인했다. 징계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어떤 국제 대회도 개최할 수 없고 △두 나라 선수들은 국제 대회에서 국기, 국가 등 자국을 대표하는 어떠한 상징물도 사용할 수 없으며 △두 나라 정부 관계자들은 어떠한 국제 스포츠 회의나 행사에 참석할 수 없다는 것 등이다.
2020도쿄올림픽 개막식 중계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 모습 대신 광고를 내보낸 현지 TV채널 '러시아-1'에 대한 기사를 다룬 '렌타.ru' 24일자/캡처
두 나라에 대한 징계는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와는 관련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고 했다. IOC는 회의 참가자 대다수 견해라며 "올림픽 헌장에 따라 모든 선수의 (출전) 권리를 차별 없이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각 나라 정부는 어떤 선수가 대회에 참가할 수 있고, 없는지를 결정하지 말아야 하며, 국적 때문에 선수가 대회에 아예 참가하지 못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IOC는 이같은 원칙에 따라 '엄격한 기준'하에 두 나라 선수들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방법을 더 모색하기로 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도 "자격을 갖춘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에게 아시안게임을 포함한 아시아 대회에 참가할 기회를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일부 외신은 아예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올해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