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는 다른 말로, ‘용의자의 딜레마’, ‘수인(囚人)의 번민’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메릴 플로드와 멜빈 드레셔의 연구에서 시작된 게임이론인데 서로 협력하면 가장 좋은 결론을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불신하여 가장 나쁜 결과를 이끄는 모형을 말하는 것입니다.
1992년 수학자 앨버트 터커가 죄수의 유죄인정 협상에 적용하면서 '죄수의 딜레마'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경찰은 독방에 수감된 두 공범에게 동일한 제안을 한다. 공범 둘 다 묵비권을 행사한다면 양쪽 모두 6개월만 복역하면 된다. 반면에 둘 다 자백하는 경우 모두 2년 징역형에 처한다. 하지만 어느 한 쪽만 자백하고, 다른 한 쪽이 묵비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자백한 사람은 풀려나고 묵비권을 행사한 사람은 징역 5년을 살아야한다.>
결과적으로는 경찰의 제안에 두 범죄자는 모두 자백을 하게 되는데 상대방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자신이 자백하면 자신이 유리하고, 상대방이 자백하고 자신이 침묵하면 자신이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자백하지 않을 것을 믿고 협력하면 6개월만 살면 되지만,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만을 선택할 경우 최선의 결과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딜레마라고 합니다.
이 딜레마는 개인이 최대의 이익을 추구할 때 사회 전체가 최선의 결과를 얻는다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고전경제학 이론에 대한 반증으로 거론되면서, 신자유주의 이론가들이 고전경제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국제정치적 상황들을 해석하는 데 활용되었습니다.
존 내쉬(John Nash)는 서로 협력하고 경쟁을 줄였을 때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최악의 사태를 면할 수 있다는 개념을 제시했는데, 이것이 '내쉬의 균형(Nash equilibrium)'이론 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위기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다.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구속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을 둘러싼 이 대표 수사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대장동 의혹 관련 천문학적 개발이익금의 존재만 확인됐지 그 돈의 종착지가 어디인지를 파악할 수 없었는데, 그 물꼬가 트이기 시작한 것이다.
원내 제1당이자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의 위기는 민주당의 위기로, 다시 2024년 총선의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야당 발 정계개편이나 ‘포스트 이재명’ 시대를 여는 ‘정당 재편’ 혹은 ‘정치 재편성(realignment)’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불법 대선자금으로 받은 것으로 보이는 돈과 이 대표 간의 연결고리를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대장동 일당이 일제히 ‘죄수의 딜레마’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는 상호 의존적이고 이성적인 의사결정에 관한 게임이론이다. 개인이 어떠한 행위를 했을 때, 그 결과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참가자의 행동에 의해서도 결정되는 상황에서 죄수는 자신의 최대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을 추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죄수들은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자백을 한다. 다시 말해 자백을 하는 것이 ‘우월전략’이 된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남욱, 김만배 등은 서로 살기 위해 ‘자백 경쟁’에 들어간 것으로 봐야 한다. 침묵을 지키면 자기가 모든 것을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죄수들보다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말하고 먼저 자백하는 것이 의리를 지키면서 침묵하는 것보다 플리바게닝이나 형의 감경 등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된다.
검찰에 불법 대선자금 일체를 진술하기 시작한 유동규는 1년 전 구속 당시만 해도 ‘이재명 방어 전략’을 택했었다. 하지만 죄수의 딜레마 속에서 그는 ‘이재명 공격 전략’이 자신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자백을 우월전략으로 택했다. 그는 “내가 지은 죗값은 내가 받고, 그 사람들이 지은 죄는 그 사람들이 벌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측근이라면 정진상·김용 정도는 돼야…”라고 지목했던 김 부원장은 아직 ‘이재명 방어 전략’을 택하고 있지만, 좋든 싫든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 돌입했다. 침묵을 지키면 자신이 모든 것을 뒤집어쓴다고 판단되는 순간 ‘자백 경쟁’ 대열에 합류할지 모른다.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 측근이 자백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민주당의 2024년 총선 승리를 방해할 수 있고, 나아가 이 대표가 차기 대선에 나설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정치 지도자의 위기는 당파적 지지층의 지지 변화를 초래하고 이는 새로운 균형을 구축하려는 경향성을 갖게 하는 법이다.
문제는 벼랑 끝에 선 ‘이재명의 운명’이 민주당의 분열과 야당 발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지지도가 답보 상태에 돌입한 지는 오래됐다. 이재명 체제 출범 이후 당 지지율은 30% 박스권에 갇힌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직무 긍정률이 30% 안팎에 머무는데도 반사이익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입법 독주, 안보 포퓰리즘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간조선·케이스탯리서치 조사(10월 14~15일)에 따르면 이 대표에 대한 비호감(56.4%)이 호감(41.2%)보다 훨씬 높았다. 선거 승부처인 중도층과 무당층에서도 그에 대한 비호감은 각각 56.1%와 60.2%나 됐고, 호감은 40.3%와 31.7%에 불과했다. 이런 여론 흐름 속에서 검찰의 이 대표 관련 각종 의혹 수사 결과는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이미 분열의 씨앗을 잉태했다. ‘이재명 사퇴론’도 나왔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당에 혼란을 몰고 오는 가운데 향후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넘어 정계 은퇴 요구가 분출될 수도 있다.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 달라”고 요구했다.
정계개편이란 현재의 정치판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다. 기존의 정치판이 대선이나 총선에서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정치세력이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구조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당·분당 등을 추진한다. 일반적으로 정계개편은 선거에 의한 개편 또는 인위적인 개편을 통해 이뤄진다.
V O 키 교수의 ‘재편성’ 이론에 따르면, 정당의 지지 기반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면서 선거에서 정당 간의 힘의 균형이 크게 바뀌면 새로운 정당체제가 만들어진다. 구체적으로 이슈, 정치 지도자, 정당의 지역적·사회 배경적 기반, 그리고 정치체계의 구조 또는 규칙 등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때 정당(정치) 재편성이 일어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에선 인위적인 개편이 정치 재편성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역대 야당 발 정계개편의 특징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정치 노선 충돌이나 대선·총선을 앞둔 주류·비주류 간 주도권 경쟁에서 비롯됐다. 둘째, 통합보다는 분열이 주를 이뤘다. 셋째, 정계개편의 핵심 동력은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강력한 리더의 존재다.
1987년 평화민주당 창당이나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창당에는 호남의 맹주 DJ가 존재했다. 2016년 총선 직전 국민의당 창당도 당시 호남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았던 안철수 전 대표의 영향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대표에게는 세 가지가 없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대표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사람이 없고, 지역 기반이 없고, 각종 비리 의혹에 따라 도덕성이 없다. 이런 ‘3무 정치 상황’에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계속되면 민주당의 분열은 거의 필연적이다.
향후 민주당의 분열이 일어나면 그 형태는 ‘스노볼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꺼번에 대거 탈당이 이뤄지기보다는 형사사법 처리 과정과 법원의 판단을 보면서 의원들이 하나둘 탈당을 선언하면서 가속도가 붙게 되는 형식이다.
정당의 생존 조건은 말할 것도 없이 총선 승리다. 정치인의 제1 목표는 당선이다. 이재명 리스크가 계속되고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세력이 수도권 친문 세력과 결합해 신당을 창당하면 정계개편은 상당한 속도와 파괴력을 갖게 될 수 있다.>문화일보. 김형준 명지대 특임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서로가 상대에게 믿음을 주고 확실하게 믿을 수 있다면 ‘죄수의 딜레마’가 아니라 서로에게 큰 이득이 되기 때문에 눈앞에 큰 손실이 오더라도 입을 다물 수 있겠지만 상대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털어놓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좋을 때는 서로 형님, 아우 하면서 ‘우리가 남이가’를 외쳤지만 사건에 부딪치면서 ‘모르는 사람’, ‘행실이 안 좋아서 자른 사람’으로 치부해버리니 누가 믿고 비밀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다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합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