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마크롱 혁명과 文혁명, 40% 지지율의 비밀^^
-동아일보(9/2)-
노동개혁으로 프랑스 체질 바꾼 마크롱
‘거꾸로 개혁’ 문 대통령과 지지율 비슷
임기 말 지지율이 면죄부 될 수 있나
국민을 노예처럼 만드는 국가는 반대다
2년 전 여름 프랑스로 휴가를 갔었다.
몽생미셸로 가는 길, 우리 가이드는 관광버스에서
손님들을 자게 해줄 생각은 1도 없다며 쉼 없이 프랑스 역사와 문화를 강의했다. ‘
노란조끼 시위대’가 고속도로까지 막았을 때는
“한국 관광객들은 배려해 줘야 한국도 당신들 시위에 공감한다”고 협상해
우리 버스만 통과시켰다고 했다. 정치를 해도 잘할 사람이었다.
2018년 말 유류세 인상 발표로 촉발된 노란조끼 시위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24%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감세와 공무원 감축, 대입제도 개혁을 멈추지 않은 마크롱의 지지율이 지금 40%다.
8월 셋째 주 갤럽이 조사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과 같다.
임기 말 40% 안팎인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실은 경이롭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마크롱과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7일과 9일 당선돼 5년 임기를 시작했다.
두 사람 다 ‘혁명’을 내걸었다는 점도 비슷하다.
마크롱은 대선 출마 전 ‘혁명’이라는 책에서
“21세기 번영을 이루고 싶다면 행동해야 한다”며 민주혁명을 이끌겠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 탄핵을 몰고 온 촛불시위가 촛불혁명이라며 혁명정부를 자임했다.
둘 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점도 닮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국정철학이 너무 다른 나머지 혁명적 조치의
방향부터 결과까지 거의 정반대라는 점은 경이롭다.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내세운 문 대통령이 취임 초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선언한 건 전설로 남을 일이다.
문 정권 첫 경제부총리였던 김동연이
“비정규직이 필요한 자리도 있고 취준생에게는 또 다른 불공정이 될 수 있다”고
저서 ‘대한민국 금기 깨기’에서 뒤늦게 지적했을 정도다.
사회당 정부 출신 마크롱은 달랐다.
내 노동 대가로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장벽을 제거해 주는 국가를 정부의 역할로 봤다.
이를 위해 단행한 노동개혁의 핵심이 노동시장 유연화다.
우리처럼 강성 산별노조가 나라와 경제를 잡아먹지 않게 기업 차원의 재량권과 협상권을 확대했다.
기업 부담을 줄여주자 해외투자와 창업, 40대 고용까지 획기적으로 늘었다.
우리나라 좌파세력이 끔찍하게 저주하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이다.
그 결과 프랑스의 고용률은 2016년 64.2%에서 2021년 1분기 66.43%로 올라갔다.
한국은 2016년 66.1%에서 제자리걸음하다 2021년 1분기 66.42%로 프랑스에 역전됐다.
마크롱이 근본적 구조개혁으로 성과를 거둔 반면
우리는 5년 일자리 예산 120조 원을 쏟아붓고도
노인 알바 같은 공공일자리가 고작임을 떠올리면,
왜 입때껏 문 정권의 흰소리나 들어야 했는지 울화가 치밀 판이다.
물론 문 정권은 코로나 위기 속에 우리 경제가 주요국 중
가장 빠른 회복을 기록했다며 하반기 4%대 성장률 전망을 자랑스럽게 내놨다.
하지만 프랑스 중앙은행이 최근 올 성장률 전망을
5.5%에서 5.75%로 상향 조정했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렇게 잘난 척하진 못할 것이다.
더 부러운 건 이 모든 일을 마크롱은 자유주의와 법치,
다원주의 같은 민주적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며 해왔다는 사실이다. 오만하다,
나폴레옹이냐 비판도 듣지만 국민 사이로 들어가
‘대토론’도 감행하는 정치다운 정치를 프랑스 대통령은 하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선택의 기회를 빼앗아 국민을 노예처럼 만드는 국가주의,
내로남불의 반(反)법치주의,
생각이 다르면 적폐청산이나 궤멸 대상으로 모는 전체주의가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좋은 나라로 도약할 수도 있는 거였다.
내년 대선 재선을 내다보는 마크롱의 모토가 “우리, 프랑스인(Nous, Fran¤ais)”이다.
역시 위대한 프랑스라는 자부심에 프랑스 우파의 절반이, 좌파는 세 명 중 한 명이
마크롱을 지지한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눈물나게 부럽다.
우리나라에선 스스로 진보라는 응답자의 69%가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반면 보수층은 15%만 지지한다는 갤럽 조사다.
민노총 같은 지지층만 위하는 정치로 남쪽을 또 두 쪽으로 분단시킨
문 정권은 감히 ‘우리나라’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
지금과 다른 대한민국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거꾸로 개혁으로 1000조 원 국가채무를 지고도
40% 지지율을 올리는 대통령이 경이롭다며 표현의 자유마저 잃을 때가 아니다.
세상을 제대로 볼 줄 아는 대통령을 만나면, 우리는 다시 신바람 나게 도약할 수 있다.
^^[김순덕 칼럼]윤석열 ‘돌고래 대접’은 공정한가^^
-동아일보(8/19)-
“멸치 고등어 돌고래는 다르다” 주장에
당 대표-예비후보 다투는 국민의힘
당내 검증·토론으로 경쟁력 못 키우면
정권교체 실패해 역사에 죄가 될 것
18일 국민의힘 예비경선 정책토론회가 열렸다면 볼만했을 것이다.
윤석열 예비후보 측 입장 차이 등으로 취소됐다지만 안 나와도 괜찮았다.
12명 주자 중 한두 명쯤 빠져도 열 명이 넘는다.
정권교체 희망이 안 보이던 제1야당에 대통령감 풍년이 들었음을
국민 앞에, 그것도 한목에 보여준다는 의의는 작지 않다. 윤석열만 ‘쫄보’ 된 느낌이다.
국민의힘에선 누가 먼저, 더 잘못했느냐를 놓고 연일 콩가루를 날리고 있다.
이준석 당 대표부터 윤석열,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등등 따지고 들자면,
대선에서 질 때까지 물고 뜯어도 끝나지 않을 성싶다.
어제 의총에서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이 “이 대표를 흔들지 말아 달라”고 하자
성토가 터지는 모습은 거의 도로한국당이었다.
암만 돌려 말해도 핵심은 야권 지지율 1위이자 후발 당원인 윤석열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의 문제다.
어제 국회부의장으로 추대된 정진석 의원은 이달 초 “멸치 고등어 돌고래는 생장조건이 다르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윤석열은 돌고래인데 젊은 당 대표는 가두리 양식장 지킴이고 나머지 주자들은 멸치나 고등어로 보이는 모양이다.
야권 지지층 중에는 될 사람을 밀어줘야 한다며 왜 1위 주자를 흔드냐는 ‘윤파’도 적지 않다.
불온한 조짐이다. 현재 윤석열 지지율이 높다고 같은 당 후보들을 멸치 고등어로 보는 캠프라면,
지지율 40% 문재인 대통령의 제왕적 통치나 내로남불은 당연하다고 해야 한다.
대통령이 된대도 지금 같은 불통의 ‘청와대 정부’를 만들까 겁난다.
무엇보다 윤석열이 출마선언 때 강조했던 공정과 상식에도 어긋난다.
더 위험한 건 돌고래 다칠까 두려워 수족관 내부에서 싸고도는 권위주의적 행태다.
문 정권의 ‘문파 전체주의’도 끔찍한데 묻지 마 지지를 요구하는 윤파 밑에 또 살 순 없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47%의 여론(갤럽 8월 첫째 주 조사) 속에는
마음 놓고 윤석열을 지지하기 어려운 찜찜함이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최근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 등이 출간한 ‘윤석열과 검찰개혁’ 책에는
청와대 인사검증에서 윤석열은 문제가 많은 축에 속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두 달 전 다시 불거진 부인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이 한 예다.
윤석열 장모 측 변호사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명확히 설명된 내용을 재탕 삼탕한 것”이라며
이미 특혜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입장문을 내놨다.
그렇지 않다. 윤석열은 어떤 설명도, 자료 제출도 하지 않았다.
2년 전 청문회에선 집권당이 기를 쓰고 감싸는 바람에 제대로 검증도 하지 못했다.
당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2013년 후보자의 배우자 주식 매수 관련 서면답변에선 공모절차에 참여했다고 하는데
금융감독원 공시 사이트 자료를 다 검색해도 공모에 대한 공시는 전혀 없다”고 했을 정도다.
2013년이면 윤석열이 결혼한 이후다.
‘쥴리 의혹’에 대해선 결혼 전 일이어서 알 필요도 없다고 본다. 하지만 결혼 뒤는 다르다.
그의 장모가 2013년 요양병원을 불법 설립했고,
2015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9000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된 것도 불편하다. 사위도 자식이어서다.
물론 윤석열은 대변인실을 통해 “누누이 강조해왔듯이
법 적용에는 누구나 예외가 없다는 것이 제 소신”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적 문법을 모르는 검찰총장 출신이라 해도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민들께 송구하다” 한마디는 했어야 했다.
그에 비하면 “대한민국은 연좌(제) 없는 나라”라고 해준 이준석이 훨씬 어른스럽고 정치인답다.
두 달 전 이준석이 당 대표에 당선된 것도 이런 쿨함과 획기적 변화를 원하는 민심 때문이다.
아무리 윤석열 캠프가 ‘돌고래 대접’을 원한다 해도,
당 안팎 일각에서 30대 당 대표를 가볍게 본다 해도
이준석과 손잡는 시너지 효과 없이 국민의힘은 정권교체 성공하기 어렵다.
이준석이 주도한 대변인 토론배틀 흥행에 놀라고 절박해졌다며
당초 두 번 예정이던 예비경선 TV토론을 9명이 4번이나 해내는 무서운 정당이 집권 더불어민주당이다.
대세는 없다. 이회창 대세론부터 반기문 대세론까지 통계적으로만 봐도 대세론의 80%는 무너졌다.
예비경선토론이든 진짜경선토론이든 윤석열은 어쩐지 불안한 일부 지지층에 조속히, 성실히 답할 책무가 있다.
그래야 윤석열도, 국민의힘도 대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김순덕 칼럼]차라리 ‘문정권 수호법’이라고 하라^^
-동아일보(8/5)-
“가짜뉴스에 당한 盧 대통령”이라고?
집권세력이 퍼뜨린 가짜뉴스다
이스타 창업주에 놀아난 민주당
‘언자완박’으로 언론자유 완전 박탈
이것은 거의 천기누설이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지난달 말 언론 ‘개혁’을 강조하다 말해 버리고 말았다.
“‘논두렁 시계’ 같은 가짜뉴스, 수사정보를 흘리는 검찰의 인권침해와
그것을 받아쓰기하던 언론의 횡포에 당하셔야 했던 것이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고인의 죽음을 언급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왜 정권 말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물리는 언론중재법을 서두르는지 이제 확실히 알 것 같다.
그들은 두려운 거다. 검찰을 고분고분하게 만들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권력비리 수사를 마비시키고,
사법부와 헌법재판소까지 모조리 제 사람으로 채워 놓고도 불안한 것이다
아직도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한줌 언론이 남아 있어서.
그러나 집권세력이 간과한 사실이 있다.
권경애 변호사의 ‘무법의 시간’을 인용하면,
정상문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횡령한
12억5000만 원의 대통령 특수활동비는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됐다.
유시민은 “권 여사가 노건평을 통해 박연차에게 받은 명품시계를
대통령 퇴임 후 갖고 있었고 노 전 대통령이 망치로 깨버렸다”고 2017년 밝힌 바 있다.
즉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은 가족 관련 부패 때문이지 가짜뉴스 때문이라고 할 순 없다는 얘기다.
집권세력의 이런 불안을 귀신같이 이용한 사람이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이었다.
2월 25일 국회 문체부 소위 1차 회의 때 정부여당이 언론중재법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자 그는 흥분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여기 앉아 있는 분들이 가짜뉴스와 싸울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 장치”라며
“망신 주기나 아니면 자살을 유도하는 가짜뉴스도 온라인상에 돌아다닌다”고까지 했다.
당시 이상직은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 사태에 회삿돈 555억 원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초읽기에 몰린 상태였다.
그는 보통 기업인이나 정치인이 아니다.
‘대통령 저격수’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2019년 “문 대통령 사위 서모 씨가 이상직과 관련된 ‘타이이스타젯’이라는 회사에
2018년 7월 입사해 3주간 근무했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폭로한 바 있다.
이상직 구속 직후인 5월 초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이상직과 타이이스타젯 대표 등을 전주지검에 고발했다.
이스타항공 자금 71억 원이 타이이스타젯 설립 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의심된다는 거다.
문 대통령 딸 일가족의 태국 이주와 수상한 자금 흐름,
이상직의 2018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취임과
2020년 민주당 단수 공천 등을 김어준 식으로 말한다면 ‘냄새’가 나는 것이다.
느긋했던 민주당이 5월 말 돌연 미디어혁신특위를 꾸리고
강경파 김용민 의원을 내세워 언자완박(언론자유 완전박탈)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본다.
대통령 가족 비리 보도가 터져 나오는 것을 막고, 터질 경우
‘허위·조작보도’로 인격권 침해 또는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최고 5배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언론사와 기자들은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다.
문 정권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 점일 터다.
전두환 정권 시절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안기부에 붙잡혀가서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이에 비하면 손해배상 따위가 대수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21세기이고 민주주의 시대다.
그래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를 불렀다는 문 정권의 위선이 더 가증스러운 거다.
“진실과 허위는 일도양단 식으로 선명하게 나눠지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 적시, 공표, 유포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공적 인물인 경우에는 법적 제재를 가동하는 것은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비교법적으로 볼 때도 허위사실 유포를 형사처벌 조항으로 보유한 민주주의 나라는 한국뿐이다.”
조국은 2012년 서울대 교수 시절 ‘일부 허위가 포함된 공적 인물 비판의 법적 책임’이라는 논문에서 이렇게 썼다.
이 정권의 내로남불이 하나둘도 아니지만 실제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적 인물 비판은 고의적 명예훼손이 아니면 민사적 책임도 묻지 않는 추세다.
암만 헌법재판소에 코드인사로 가득해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위헌 결정이 날 수밖에 없다고 나는 확신한다.
친문 적자(嫡子)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대선 여론조작을 한 죄로 수감되면서
“문 대통령을 지켜달라”고 집권세력 모두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그래서 문 정권이 기어이 위헌적 언론악법을 만들겠다면 ‘문정권 수호법’이라고 개명이라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