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둥산 1208m 강원 삼척
산줄기 : 백두번지내단맥
들머리 : 하장면 숙암리 노장골입구
위 치 강원 삼척시 하장면 광동리
높 이 1208m
#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길 없는 길 찾아가는...둥둥산(1,208m)
우리나라에는 아직 산악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산들이 많이 남아 있다. 백두대간 상의 청옥,두타산 하면 산꾼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청옥산(1,402.7m) 정상에서 남릉으로 도상거리 약 8km쯤에 백두대간 상의 금대봉(1,418.1m) 검용소에서 발원한 남한강 원류에 막혀 더 이상 산줄기를 뻗지 못하고 솟은 1,208.3m봉이 아직까지 산악인들의 발길이 전무한 상태로 남아 있던 산이다. 이름하여 구름과 함께 하늘에 둥둥 떠있다 하여 둥둥산(1,208.3m)이라 한다.
둥둥산 취재에 동행한 이들은 태백여성산악회 권영희, 안순란, 이영숙, 금대봉,대덕산 생태경관보전지역 감시대원 장태순(54세), 태백시내에서 얼미아구찜 음식점을 경영하는 길기순(54세)씨이다.
가을 날씨는 쾌청한데 둥둥산은 아침안개를 허리에 두루고 앉아 광동호반을 마주하고 긴긴 묵상에 잠겨있다. 35번 국도가 광동호를 끼고 도는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 숙암리 노장골 입구가 산행들머리다. 노장골의 농가 마당으로 들어서자 먼저 강아지 한마리가 쫄레쫄레 산객을 반긴다. 몸이 불편한 이달상(79세)옹은 처마 밑 해바라진 의자에 앉아 아침상 설거지를 하는 할망구의 말동무가 되어준다.
"안년하세요? 둥둥산을 가려 하는데..."
"어째 둥둥산을 아세요. 저기 보이는 저 앞산 등강이 둥둥산인데 문바우등을 지나면 상상봉이야요. 인제는 사람이 당기질 않아 길이 험한데 우째 갈라구요. 요집 뒤란 밭으로가 쭈욱 등강만 따라가세요. 힘들텐데..."
원래 산행계획은 노장골로 정상을 밟고 광동리 큰넉골로 하산할 생각이었으나, 주민이 알려준 곳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세번째 농가 뒷밭은 더위지기를 재배한 후 수확을 끝낸 빈터다. 빈터엔 서양민들레가 파릇파릇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왼편에 보이는 작은 능선으로 올라간다. 초장부터 키작은 나무들이 앞을 막는다. 토끼길 같은 희미한 옛길을 더터 5분쯤 올라서자 시야가 확 트인다.
출하를 끝낸 여름 배추밭 뚝에 옷을 입은 노송 한그루 덩그러니 서있는 능선이다. 광동호가 내려다보인다. 호수 건너편에는 쇠뿔모양으로 특이하게 생겨 눈에 잘 띄는 찌걱산(지각산, 904m)이 어깨에 이동통신기지국 철탑을 꽂고 솟았다.
찌걱산에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금대봉에서 발원한 대박산천과 청옥,두타산에서 시원한 죽현천이 서로 만나는 곳에 조고봉(958.8m)의 산줄기와 찌걱산이 합수점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조고봉의 산줄기는 남성의 성기가 발기한 모양새고 찌걱산은 여성의 음부를 닮았다. 광동댐이 건설되기 전에는 경치가 매우 수려했던 협곡에 옛길이 있었다. 그 옛길을 가던 남녀가 여기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꼭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옷을 입고 있는 노송을 뒤로하고 능선을 따라 올라가자 하늘을 찌를 듯이 곧추선 소나무들에 둘러싸인 넓은 터에 강릉 김씨 묘가 나타난다. 묘부터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산짐승들이나 다녔던 통로를 따라 잡목을 헤쳐 가며 무작정 곧장 올라간다. 이런 오지의 산 한두번 다녀보나. 등줄기에서, 이마에서 20분쯤 팥죽 같은 땀을 쏟고 나니 쌍 소나무 우뚝 서있는 폐임도가 반긴다.
이 폐임도는 노장골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여기서 잠시 땀을 들이고는 능선사면으로 이어져 가는 폐임도를 따라간다. 가시를 엉크렇게 세운 산딸기나무들이 빼곡히 진을 치고 들어차있다. 조심스럽게 산딸기나무들을 피하여 보지만 가시는 옷을 잡아당기고, 팔뚝에선 선혈이 흐른다. 뒤를 돌아보자 광동호의 그림이 아까보다 더 멋지게 펼쳐보인다. 아침 역광을 받은 찌걱산 넘어 조고봉, 삼봉산, 삿갓봉, 시무대산, 노봉산, 해당봉, 앞산, 대덕산 등의 태백시 산들이 파노라마를 연다.
사면으로 이어지던 길이 S자를 그미ㅕ 능선으로 올라가는 너덜지대에 아침 햇살에 몸을 말리던 뱀들이 사람들 발자국 진동에 슬그머니 몸을 숨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더니 뱀을 만난 후부터는 발밑을 조심하며 가시밭길을 계속 1시간쯤 따른다. 어느새 폐임도가 슬그머니 사라지며 신갈나무 빼곡히 들어찬 능선이다.
이제야 숨통이 조금 트이는 것 같다. 도토리나 산열매를 주워 먹느라고 멧돼지들이 사방 밭을 일궈놓았다. 버섯종류들도 많고 오미자나무 덩굴도 많다. 나무들을 칭칭 감고 오른 오미자 덩굴에는 포도송이 마냥 붉은 색의 오미자가 주저리 달렸다. 신맛, 단맛, 매운맛, 쓴맛, 짠맛의 5가지 맛을 갖고 있는 오미자를 보니 입안에 침이 한가득 고인다.
사방 두리번거리면서 가던 길기순씨가 "엇! 이게 뭐야!" "손대지 말고 가만 나둬. 증명사진 찍어주게. 이거 식용 가능한 노루궁뎅이 버섯이야."
신갈나무 군락지 능선을 30분쯤 따르자 숲에 가려 암봉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문바우등이다. 오른편으로 우회한다. 음습한 곳에 빠져나갈 틈이 없다. 그대로 바위 아래 넝쿨을 뚫고 전진한다. 넝쿨이 점점 더 심하다. 왼편에 빤히 보이는 능선으로 올라친다.
10여m를 올라 마루금에 닿으니 평평한 능선이다. 여기에도 맷돼지가 산돌배나무 열매를 주워 먹느라 사방 파헤쳐 놓았다. 물론 길이라고는 없는 문바우등을 뒤로하고 약 40분 소요에 나무들을 베어놓아 오래된 땅에 산딸기나무들이 빼곡이 자리를 차지한 이곳 저곳을 뒤져 찾은 삼각점(77.6 건설부 308 재설)이 있는 둥둥산 정상이다.
하산은 오르던 코스를 되잡아 내려간다. 문바우등을 만나자 이번에는 오른편으로 우회하니 올라올 때보다 훨씬 수월하다. 정상을 떠난지 25분쯤에 문바우등을 지난 후 능선 삼거리다. 여기서 왼편 남동쪽 능선을 찾아 마루금을 놓치지 않고 내려간다. 하늘도 보이지 않는 숲터널 미역줄나무가 발목을 잡기도 하고 목을 조이기도 한다. 오늘처럼 이런 두메의 산 몇 번만 산행하면, 옷이고 신발이고 등산장비 하나도 남아날 게 없겠다.
능선 삼거리를 떠나 25분쯤 하산한 지점에서 노장골로 내려서기로 하고 능선을 버린다. 오른편 길도 없는 급사면을 타고 나무를 꺾어가며 부시워킹한다. 길기순, 안순란, 이영숙씨는 얼마나 빨리 내려 쏘았는지 보이지 않는다. 에코를 외쳐보니 노장골 바닥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장태순, 권영희씨와 기자도 천천히 산천을 구경하며 내려서다 왼편 비스듬한 사면을 따라간다.
그렇게 사면의 숲을 뚫다가 산머루, 다래나무도 만난다. 더 뚫고 나가자 의외로 자작나무들이 가로수처럼 조림되어 있는 오래된 산판길을 만났다. 손전화 신호음이 요란하다. 권영희씨 전화다. 먼저 하산한 안순란씨 전화인 듯하다.
"어디여, 우린 벌써 차 세워놓은 노장골 입구에 도착했는데."
"으응 알았어. 우리도 곧 내려갈께."
계곡으로 내려서자 오미자 달린 덩굴을 만났다. 한웅큼 따먹으며 노장골에 떨어지니 계곡에 시멘트포장을 해놓았다. 무슨 용도로 포장을 하였을까? 사람이 살지 않는 계곡인데. 물도 맑고 수량도 풍부하다. 물강에는 궁궁이, 구릿대가 흰꽃을 피고 보라색의 개쑥부쟁이, 노오란산국, 당단풍나무도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
콧노래 흥얼거리며 20분쯤 노장골을 빠져나오니 헤어진 일행들이 1시간이나 먼저 하산해 기다리고 있다. 둥둥산은 구름따라 바람따라 여전히 둥둥 떠가고 있었다.
*산행길잡이
노장골 입구-(35분)-임도-(1시간40분)-문바우등-(40분)-둥둥산 정상-(25분)-문바우등 삼거리-(40분)-남동 능선-(20분)-노장골 입구
강원도 삼척에 위치한 둥둥산은 항상 구름과 함께 하늘에 둥둥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둥둥산이라 한다. 둥둥산은 길이 전혀 없다. 잡목과 수풀을 뚫고 힘들게 오르는 산이다. 둥둥산 산행을 하고자 한다면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노장골을 중심으로 서쪽 능선으로 정상까지 오른다. 하산은 동쪽 능선으로 한다. 문바우등 길은 서쪽으로 우회하는 것이 훨씬 쉽다. 독도에 신경 쓰고 긴바지와 긴팔상의는 필수다. 등산복 중 아끼는 것은 입지 않도록 한다.
*교통
태백시외버스터미널(033-552-3100)에서 1일 8회(06:10, 07:40, 09:50, 12:20, 14:45, 17:50, 19:00, 19:30)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조탄행 버스로 조탄에서 하차하여 1.7km쯤 걸어 노장골 입구로 간다. 또는 하장행 버스를 이용해 노장골 입구에서 하차한다.
태백에서 하장행 버스는 1일 8회(06:15, 07:20, 09:10, 10:50, 11:05, 14:00, 16:50, 18:00) 운행한다. 하장버스터미널(552-0553)에서 태백행 버스는 1일 7회(08:25, 09:00, 09:20, 11:05, 12:50, 14:40, 17:40), 하장에서 삼척행 버스는 1일 3회(08:30, 14:50, 18:00), 하장에서 강릉 임계 방면 버스는 1일 4회(08:40 임계, 10:30, 15:25, 19:40) 운행한다.
*잘 데와 먹을 데
하장의 숙소로 하장현대식당민박(552-0046)이 있다. 태백에 식당과 숙소가 많다. 맛나분식(552-2806, 016-348-5770), 일미아구찜(553-2959, 010-2832-0626), 분비네해물탕(552-1632, 011-9792-7049), 성류각(552-9020), 평화반점(552-2154), 동경여관(552-6624), 태백고원자연휴양림(550-2849).
*볼거리
검룡소 한강의 발원지다. 금대봉 기슭에 있는 제당굼샘과 고목나무샘, 물골의 물구녕 석간수와 예터굼에서 솟아나는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이곳에서 다시 솟아난다. 1987년 국립지리원에 의해 최장발원지로 공식 인정되었다. 둘레는 약 20m이고, 깊이는 알 수 없으며 사계절 지하수가 하루 2,000~3,000톤씩 석회암반을 뚫고 솟아 폭포를 이루며 쏟아진다. 오랜 세월 동안 흐른 물줄기 때문에 깊이 암반이 구불구불하게 패여 있다. 소의 이름은 물이 솟아 나오는 굴속에 검룡이 살고있다 해서 붙여졌다.
물은 정선의 골지천과 조양강, 영월의 동강을 거쳐 단양, 충주, 여주로 흘러 경기도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합류, 한강을 거쳐 서해로 들어간다. 금대봉 일대는 환경부가 정한 자연생태계보호구역으로 희귀 동식물이 많이 살고 있어 물놀이나 취사,야영이 금지되어 있다. 매년 음력 6월15일 유두절이면 태백문화원 주최로 한강대제가 열린다.
글쓴이:김부래 태백주재기자 참고:월간<사람과산> 2006년 11월호
***********************************************************************
- 산 벗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