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에게 편지를 보냈다. 2. 한국이 일본에 패하였다. 3. 독재 정권에게 김수환 추기경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1과 2는 옳은 문장이다. 사람이나 동물을 나타내는 유정명사의 여격(행동이 미치는 대상을 나타내는 격)에는 ‘에게’를, 무생물을 나타내는 무정명사의 여격에는 ‘에’를 쓴다. 2의 경우 ‘일본에게’로 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유정명사인지 무정명사인지 구분하기 애매한 것도 있다.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맡든 사람’을 뜻할 때도 있고, ‘대통령에 취임하다’에서처럼 직책 자체나 정치 기구를 뜻할 때도 있다. 이 때문에 간혹 신문 등에서 ‘대통령에 회부된다’라는 식으로 쓰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단어 자체는 무정명사인데 유정명사인 것처럼 인식될 때도 있다. 3이 그러하다. ‘독재 정권’은 무정명사다. 따라서 조사로는 ‘에’가 와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에’를 넣으면 의미 흐름이 이상해진다. ‘에게’를 넣어야 자연스럽다. 왜 그럴까. ‘독재 정권’이 ‘독재 정권을 휘두르는 사람들’의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 바라보면 ‘에게’를 넣는 게 합당해 보인다.
-<우리말 문장 바로 쓰기 노트>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세 가지만 생각해본다.
유정명사에는 ‘에게’, 무정명사에는 ‘에를 붙인다는 것, 의외로 많이 틀린다. 어찌 해야 하나? 규칙이라 생각하고 외워두는 수밖에 없다. 나는 식물에도, 바람에도, 정부에도 감정이 있다고 생각하면 어찌 되나? “장미꽃에게 말을 걸었다.” “장미꽃에 말을 걸었다.” 문법상으로는 “장미꽃에 말을 걸었다”가 맞는데, 나는 장미꽃이 감정이 있다고 여겨 “장미꽃에게 말을 걸었다”라 주장하면 어찌 되나? 그래야 서로 대화가 될 것 아닌가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보면 말이 된다. 그냥 그렇게 쓰는 것도 허용하면 될 것 같다. 그러면 문법 규칙은 왜 따지나? 그러게 말이다. 언젠가 또 변할 것인데 말이다. 거참!
다음으로 문법이 너무 어렵다. 간편하게 할 수는 없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 문법은 단어 연결을 잘 해나가기 위한 보조 장치이다. 우리는 아직도 더 많은 것을 연결해 가야 한다. 우리의 정신세계를 만들어내는 물질의 연결(뇌의 뉴런, 감정의 분자, 정신성의 원자, 내 몸과 우주 등)들에 대한 완벽한 이해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이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의 연결도 허용해야 한다. 그 연결을 우리는 언어를 통해서 이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문법 용어가 입에 익지 않아 당황할 때가 많다. 말하면서도 헷갈린다. 오늘 같은 ‘에게’와 ‘에’를 여격조사라고 한다. 나는 수업 시간에 ‘부사격조사’라고 했다. 틀린 것인가? 얼른 찾아보았다. 여격조사는 부사격조사의 한 부분이었다. 이렇게 공부해 놓아도 또 잊을 것이다. 나는 무엇을 기억하며 살려는 존재일까?
그래도 공부를 위해 인터넷에서 검색한 것을 여기에 옮겨 놓는다.
“'부사격 조사'를 세분화하여 아래와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1. 처소격 조사: 장소나 시간의 의미를 나타내는 부사격 조사. 예) 애, 에, 예...
2. 원인격 조사: '~로 인하여'의 의미를 갖는 부사격 조사. 예) 애/에, (ㅇㆍ/으)로
3. 지향격 조사: '~로 가다, ~로 향하다'의 의미를 갖는 부사격 조사. 예) ㅇㆍ로/으로, 애/예
4. 여격 조사: '~에게 주다, ~에게 말하다'의 뜻을 갖는 부사격 조사. 예) ㅺㅢ, 다려
5. 도구격 조사: '~을 가지고'의 뜻을 갖는 부사격 조사. 예) (ㅇㆍ/으)로
6. 공동격 조사: '~와 ~하다'와 같이 '함께 함'을 나타내는 부사격 조사. 예) 와, 와로
7. 탈격 조사: '~로부터 받다'의 뜻을 갖는 부사격 조사. 예) ㅺㅢ
8. 비교격 조사: '~와/과 같다, ~와/과 다르다'의 의미를 갖거나(동등 비교) '~보다 낫다, ~보다 못하다'의 뜻을 가지는(차등 비교) 부사격 조사. 예) 다히, ㄱㆍ티, 처로, 에, 이, 라와, 도곤, 에게, 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