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서 찾아오는 권태,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나이가 들수록 웃을 일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주변을 보면 꼭 저만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스님은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텐데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이런 권태를 이겨내며 살아가고 있는지 스님의 빅데이터에 기반한 답변이 궁금합니다.”
“권태를 느낀다는 것은 별일이 없다는 얘기예요. 좋은 일입니다. 만약에 갑자기 아이가 병이 나서 차에 실려 가거나, 교통사고를 당했다거나, 나에게 암이 생겼거나, 남편에게 암이 발견됐다거나, 회사에 불이 났다거나 하면, 권태를 느낄 수가 있을까요?”
“없습니다.”
“권태를 느낀다는 말은 요새 외부적으로 별일이 없고 편안하다는 얘기입니다. 한마디로 심심하다는 얘기예요. 이렇게 심심하면 반드시 무슨 일이 생깁니다. 왜냐하면 심심함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심리 상태는 무의식적으로 재앙을 자초하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 생겨야 권태로움이 없어지거든요. 그래서 아이들도 공부 잘하고, 남편도 문제없고, 아내도 문제없고, 사업도 잘 되는 때일수록, 즉 별일 없는 때일수록 수행도 더 열심히 하고, 남에게 더 많이 베풀고, 봉사도 더 많이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재앙이 반드시 안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를 나눠 가지는 태도를 가져야 재앙을 막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정진을 하다가 별일 없으면 ‘에이, 정진 안 해도 잘 사네’ 하면서 정진도 그만두고, 봉사도 그만둡니다. 그러다가 재앙이 닥치면 또 죽느니 사느니 하면서 매달리면서 다시 절 한다고 난리를 피웁니다. 건강하려면 병이 났을 때 치료하는 게 좋아요? 예방하는 게 좋아요?”
“예방하는 게 좋습니다.”
“예방하는 게 제일 좋은 거예요. 예방의 핵심이 뭘까요? 아예 병원균이 없는 상태에 있으면 예방이 되나요? 어떤 병원균이 있던지 나의 면역력을 키워서 능히 이겨내도록 해야 예방이 되나요?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진정한 예방입니다. 그것처럼 여러분에게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게 복이 아니에요. 오늘은 여기에서 사고가 나고, 내일은 저기에서 사고가 나고, 이런 일이 생기고 저런 일이 생겨도 이건 이렇게 처리하고 저건 저렇게 처리하고, 그럴 때 면역력이 생깁니다. 어떤 날은 좀 늦게까지 일하고, 어떤 날은 좀 일찍 일을 끝내기도 하고, 이런 모든 상황이 별일이 아닌 인간사의 그냥 하나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바라볼 수 있는 내면의 힘이 바로 면역력입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무슨 일이 생겨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면역력이 없는 사람은 그중에 한 개만 자기 뜻대로 안 되면 난리를 피웁니다. 여러분들이 점 보러 가서 비는 내용들을 보면 대부분이 ‘무균 상태가 되게 해 주세요’ 하는 겁니다. ‘아무 일도 안 생기도록 해주세요’ 하고 빌잖아요. 그러나 아무 일도 안 생기면 인류 문명이 발전할 수 있었을까요? 홍수가 나거나 가뭄이 들었기 때문에 지하수를 파는 기술도 나오고, 댐을 만드는 기술도 나오고, 둑을 만드는 기술도 나온 겁니다. 비가 항상 적절하게 온다면 인간이 문명을 개발할 필요가 없잖아요. 주어지는 대로 살면 되죠. 토인비가 말했듯이 역사란 도전에 따른 응전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약간의 자극이 있는 게 좋아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게을러서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 자꾸 이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또 아무 일도 없으면 권태를 느끼고 심심해합니다. 그래서 권태기에 들면 여자든 남자든 바람이 나거나 도박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심심하니까 ‘뭐 재밌는 거 없나?’ 하다 보면 사고가 생기게 됩니다. 그럴 때일수록 정진을 더 하거나, 교회나 절에 가서 봉사를 더 해야 합니다. 심심할 일이 없도록 책도 보고, 정원도 가꾸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재앙을 막을 수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