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 별을 따라가는 아이
저: 한은희
출: 띠앗
독정: 2025년 3월 5일 수. 7°
이 시대에 내가 존경하는 여류작가가 있다.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에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지고 나와 글만 쓰고 싶다며 작업실을 차리더니, 19권의 책을 낳았다. 작가의 책은 자식이라는데 이번에 스무 번째 책 아이를 순산했으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다산의 여인이다. 그녀 가슴에는 늘 작품의 씨앗이 발아되어 살고, 궁금증과 애정으로 자식을 키워내는 것 같다. 이번에 품어 낸 역사 동화책 이름은 『별을 따라가는 아이』 이다. 주제와 호흡이 딱 맞으면서 정겨운 이름이라 널리 사랑받을 운이다.
이번 동화 아이의 꿈 씨는 신유박해 때 천주교를 박해하며 언문(한글) 배우기를 억압했던 사회상을 파고들어 가 함께 생각해 보고 싶어 하는 작가의 의도가 잘 품어나는 작품이다.
발단은, 주인공 온이가 야소교(서학, 천주교)를 몰래 믿다가 사고로 돌아가신 엄마의 속치마를 손에 들게 되고, 거기에 새겨진 아가타라는 언문 글씨와 돌옷(이끼) 흔적에서 엄마의 사인을 찾아다니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요한이라는 이생원을 만나 세례를 받으려고 준비하던 중에 위가가 온다. 발각되어 뿔뿔히 흩어지며 잡혀가는 사람들 속에서 도망쳐 나온 남매는 북두칠성을 따라가며 속삭인다. ‘내 맘속에도 저런 보석 같은 별이 있어.’읆조리면서 희망을 심어주는 결말이지만 그 후 아이들이 잘 살아남았는지. 꿈이 이루었는지는 열린 결말로,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내가 감탄한 것들을 정리해 본다.
첫째, 기승전결로 가져온 사건 구성이 삐걱거림이나 부자연스러움 없이 잔잔히 흘러가면서 주제를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둘째, 시대상에 따른 역사적 배경을 깊게 공부하여 작품에 녹여둔 덕분에 옛 이야기 속 인물들을 삶의 현장에서 마주치는 느낌이다.
“돌옷의 삶은 민초에 비유하곤 한단다 .쓰러져도 밟아도 일어나고, 죽은 듯 엎드려 있다가도 눈을 반짝 뜨고 포자를 퍼뜨려 삶을 이어 나가거든.”
셋째, 시대 배경에 맞게 고어 연구를 철저히 해서 입말이 자연스럽게 묘사되고 있다.
“왜 또 그러고 있느냐?”
“아, 아녜요.”
“찬 가게에 가 있을 게다.”
“네 모친이 널 나한테로 인도했구나.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가 없는 인연이다. 우리는.”
“네 모친은 간자(비밀을 전해주는 사람)의 미행을 당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등
넷쩨, 행동 묘사에서 캐릭터의 성격이 잘 드러나고, 장면 묘사도 정교하다.
-선이가 싱긋 웃으며 온이 양쪽 어깨를 누르는 시늉을 했다. 가지 말고 기다려달라는 뜻이었다.
숲 사이에 자리 잡은 집이라, 매서운 겨울바람이 하루 종일 마당이며 울담을 지나다니면서 휘파람을 불어댔다
-부엌 옆 중문과 이어지는 돌담 아래에 쪼그리고 앉았다. 집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잘 보였다. 혼자서 시간 보내기에 딱 좋은 장소였다. 온이는 그곳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살폈다.
-온이가 담벼락에 기대선 나무를 딛고 올라섰다. 튼실한 데다가 담장 너머를 보는 데는 그만한 나무가 없었다. 게다가 온이 같은 어린아이가 탈 수 있도록 계단처럼 가지가 난 나무였다.
이만큼 장면을 정확하고 치밀하게 그려내려면, 그동안 연마해온 실력이 밑바탕이 되지 앟고서야…
다섯째. 심리를 꿰뚫어 보는 안목과 식견이 심리 상담을 전공했는지, 혜안의 경지에 이르러 있다.
“그러다 체하겠어. 밥 먹을 땐 밥만 먹어, 누나.“
“혹시라도 주인마님이 날 찾으실까 봐 그러는 거야.”
“그분이 누나를 그렇게 구박해?”
선이가 당치도 않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아니, 우리 주인마님처럼 좋은 분은 없을 거야. 그렇게 훌륭하신 분은 첨이거든.”
“근데 왜 그런 눈치를 봐?”
“눈치 보는 게 아니라 좋아서 그러는 거야. 내 맘이 절로 그렇게 가서 뭐든지 척척 해드리고 싶어.”
여섯째, 천주교에 대해서도 공부를 많이 했다.
-마티아는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뜻이고 등
천주교 교인들은 하느님이라 하고 개신교 교인들은 하나님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단어를 사용한, 한 사례만 보더라도 공부의 깊이인지. 신자의 체화된 입말인지?
일곱째, 무엇보다, 시대상이나 사회상 앞에 깨어있는 작가 정신은, 우리 작가들이 무엇을 꿰어보며 살아야 작가답게, 제대로 사는 것인지에 교훈을 주고 있다. 흠모를 보낸다.(13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