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추운 바람이 대세를 이루며 몸이 움츠러드는 매서움의 시기이다. 설날이 지나고 입춘에 정월 대보름때지만 들녘에는 사나운 바람이 날선 몸짓를 계속하고 있다. 그래도 2월이 지나면 뭔가 봄이 그렇게 멀지 않았다는 것을 조금씩 느낄 수 있다. 이제 오후 6시에도 빛이 존재함을 감지할 수 있다. 12월만해도 오후 5시부터 어둑어둑했는데 말이다. 아무리 매서운 추위도 계절의 항상성 앞에서는 맥을 못춘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지금 이 지구상에서 가장 고민이 많을 개체가 무엇일까. 아마도 식물 그가운데 나무가 아닐까 한다.
나무는 지난해 11월부터 나뭇잎을 다 떨구고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동물들은 지금 굴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겠지만 나무는 두팔 두손을 위로 하고 벌받는 자세로 몇달을 견디고 있다. 사람들이 일부 나무들에게는 이런 저런 덮을 것을 마련해 주지만 대부분의 나무들은 홀로 혹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나무들은 겨울내내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바로 뿌리는 겨울철에도 상당히 정상 가동을 한다. 물론 땅위 기온이 영하 7도 이하로 떨어지면 아무리 땅속에 있다해도 그 여파가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지상의 기온이 급락하면 뿌리도 활동을 중단하고 최악의 상황을 준비한다. 뿌리로 물기를 빨아들이지 않고 스톱을 한다. 그래야 뿌리 동파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겨울은 예년에 비해 혹한이 심하고 오래 지속되었기에 나무들의 뿌리 관리가 더욱 힘들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그래도 나무는 지금쯤 뿌리와 줄기에 존재하는 수많은 정보망을 총동원해 올해 연중 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뿌리가 나무의 머리라는 것은 너무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 헤드쿼터 즉 본부에서는 지금껏 축척된 정보를 총망라해 연중 로드맵을 작성한다. 나무에게는 꽃을 피우는 시기가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하다. 일년 장사를 이때 하는 것이다. 다른 나무들의 정보도 잘 파악해야 한다. 언제 꽃를 피워야 전략적으로 가장 효율적일까 노심초사한다.꽃을 피워 벌나비를 부를 적시를 찾는 것이다. 뿌리에 있는 본부에서 잘못 계산하거나 잘못 예측할 경우 일년 장사 다 망치는 것은 물론이고 나무의 생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아마도 지금 나무의 뿌리는 골치가 아플 것이다. 아직도 꽃피울 때까지는 시간이 꽤 남았는데 요즘 기상상황이 예측불가하기 때문이다.
이럴때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가 개화시기를 예측해 냈다. 올해 봄꽃이 평년보다 3~6일 정도 빨리 필 것으로 보이며 서울은 3월 후반인 24일쯤 개나리가 개화할 것이라고 한다. 나무와 교신이 가능하다면 나무에게 꼭 전하고 싶은 정보가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나무는 이미 더 빨리 이런 정보를 파악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봄꽃 개화 시기는 2월과 3월 날씨에 영향을 받는다. 강수량과 일조시간, 개화 직전의 날씨 변화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올 2월은 차가운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다가 점차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아져 기온의 변동 폭이 크고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하고 있다. 또 3월은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을 때가 많아 기온이 평년보다 높겠지만 기압골 통과 후 일시적으로 남하하는 차가운 공기 영향으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때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2023년 개나리 개화 예상시기 케이웨더 제공
일반적으로 봄꽃의 절정 시기는 개나리 진달래 개화 후 일주일 정도 지난 뒤이기 때문에 제주는 3월 17일 이후, 남부지방에서는 3월 17~31일, 중부지방은 3월 29일~4월 11일쯤에 상당수의 나무들이 활짝 꽃이 핀 것을 볼 수 있겠다고 케이웨더는 전망하고 있다.
하여튼 이제 봄꽃 피는 시기가 언급되는 것을 보니 봄이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남부에서는 이달 말 그리고 중부에서도 한달 반 정도 있으면 개나리 진달래가 꽃핀 것을 볼 수 있고 조금 더 지나면 벚꽃이 만개한 것도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봄이 오기전에 이번 겨울에 해야 했던 이런 저런 일들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새로운 봄을 더욱 활기차게 더욱 멋지게 맞이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2023년 2월 4일 입춘날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