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에 한국 직격탄
'차량 배선장치' 와이어링 하네스'
중국 업체 휴업 연장에 공급 끊겨
재고 3일치뿐...'대책 쉽지 않다'
쌍용차는 4~12일 가동 중단 결정
현대.기아차의 일부 자동차 부품이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수급 차질을 빚으며,
이번 주 중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재고가 거의 소진된 상태인 차 부품은 차량 내 통합 배선장치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mess)'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신종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현대차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승용차 20종의 와이어링 하네스 재고 확보량은 6일 오후 3시까지이며,
상용차 6종은 길어야 11일까지 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승용차 20종은 현대.기아차 전 차종에 가깝다.
3만여 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완성차는 1개 부품만 차질을 빚어도 조립 공정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팰리세이드 등 인기 차종 생산이 차질을 빋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말 출시한 더 뉴 그랜저 등 인기 차종의 신차 생상과 고객 인도 시기는 더 늦춰질 수 있다.
또 쌍용자동차가 오는 4~12일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한 가운데,
현대차 그룹도 수일 내 생산 라인을 중단해야 하는 상항에 직면했다.
현재차 그룹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 3곳으로부터 와이어링 하네스를 공급받고 있다.
이 중 2개 업체 점유율은 약 87%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수급이 어려운 부품이 아닌 데다 부피가 커 현대.기아차의 경우 보통 재고분을 일주일치만 비축해 왔다.
하지만 중국 현지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춘제 연휴에 이은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문을 닫아 제품 공급이 끊긴 상태다.
와이어링 하네스를 현대차그룹에 공급하는 국내 부품업체인 경신 관계자는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상황은 그렇다
(6일 소진될 것)'며 '긴급 물량 확보를 위해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 3사가 국내 공장을 돌리는 방안에 대해
계획을 수립 중이며 3일 구체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가동 중단에 대비해 긴박하게 움직이는 중이다.
현대차 그룹 관계자는 공장 가동 중단에 대해 '이번 주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부품을 동남아.한국 공장으로 돌려야 하지만, 당장 물량 완전 대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노사 협의도 진행 중이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지난달 31일부터 사용자 측과 이번 주부터 조업을 중단하는 것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며
'와이어링 하네스 재고가 바닥나는 6일 이후 생산라인을 휴무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과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완성차 업체의 생산 중단에 대해 긴급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하지만 현황 파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업체들이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어 파악이 쉽지 않다'며
'지금 와이어링 하네스만 외부에 알려졌지만, 다른 부품도 수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기아차가 중국에 진출하며 관리.조달 비용 때문에 부품 공급망을 (중국으로) 통합한 측면이 있다'며
'글로벌 업체와 비교하면 현대.기아차 협력사가 중국에 몰려 있어
이번처럼 중국 내 돌발 변수가 있을 때 대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쌍용차도 와이어링 하네스 재고가 바닥나 이번 주 평택 공장을 가동하지 않기로 했다.
쌍용차는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코리아 중국 옌타이공장에서 전량 공급받았지만, 휴업으로 물량이 끊겼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한국GM.르노삼성은 '이번 주까지 와이어링 하네스 등 부품 수급에 문제없다'고 밝혔다.
글로벌 공급망 덕에 당장 휴업은 피했지만,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현대차를 비롯해 르노삼성 등은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책으로 지난 1일 '주말 특근'을 하지 않는다.
스마트폰 중국서 70% 생산...올 출하량 3000만대 줄어들 것
신종코로나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도 적잖은 타격을 가하고 있다.
당장 올해 스마트폰 판매가 3000만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에 공장을 둔 국내 기업들은 중국 내 물류 시스템이 마비되다시피 해 부품 수급과 출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스틱스(SA)는 2일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신종 코로나 변수로 기존 전망치보다 2%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업계난 올해 5G 통신 상용화가 본격화하면서 전년 대비 2~3% 늘어난 15억대가량의 스마트폰이 판매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SA는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약 3000만대 (2%)가 덜 팔릴 것으로 예측을 수정했다.
이 같은 전망은 중국이 세계 스마트폰이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SA는 '중국은 세계 스마트폰 제조의 70%를 책임지고 있어 글로벌 스마트폰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검역과 여행제한으로 공장 운영이 지연되고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우선은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업체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지난해 690만대의 5G 스마트폰을 판매했고,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은 1위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다.
SA는 올해 중국 시장에서만 스마트폰 판매가가 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 역시 신종 코로나의 직접 영향권에 있다.
애플은 대만 폭스콘에서 아이폰을 납품받는데, 폭스콘은 신종 코로나의 발원지인 우한을 비롯해 중국에 부품과
아이폰 조립공장을 두고 있다.
폭스콘은 현재 다음 달 중순까지 우한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직원들의 회사 복귀도 연기한 상태다. 김영주.장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