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매 및 공매입찰을 대리할 수 있는 권한을 공인중개사에게 부여하는 방안을 둘러싸고 국회의원들이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일각에선 의원들이 본질은 외면한 채 업역(업무영역)을 놓고 이해관계에 따라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는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개정안을 발의한 건설교통위원회 위원들은 부동산중개업과 연관성이 많고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변호사 및 법무사 편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인가=연간 10조원대에 이르는 부동산 경매?공매 입찰대리 수수료 시장을 놓고 기득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변호사 및 법무사단체와 시장개방 추세에 발맞춰 관련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상호 선의의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보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부동산 중개업자간에 업무영역 확보 싸움이다.
경매 및 공매 입찰대리권을 공인중개사에게 부여하는 방안은 당초 지난해 정부차원에서 마련한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안 입법예고안에 반영됐으나 변호사·법무사단체의 반발로 삭제됐다. 하지만 이번에 의원입법(부동산중개 및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안)으로 전환되면서 다시 추가됐다. 그 이면에는 법률안의 핵심이 되는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을 전제로 부동산중개사들을 달래기 위한 일종의 ‘빅딜’용으로 이를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조원균 연구원은 “경매 및 공매 입찰대리는 지난 99년까지만 해도 거의 대부분의 중개업자들이 해왔으며 당시까지는 별다른 무리가 없었다”면서 “변호사 및 법무사들이 주장하는 관련 법률의 전문지식이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조연구원은 “지금도 현장에선 경매 및 공매 입찰 참여 희망자들이 불법인줄 알면서도 중개법인 등을 찾아가고 법원까지 동행하는 만큼 문호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매?공매 대중화를 통한 소비자들의 권익향상과 관련 서비스 제고차원에서도 공인중개사들에게 반드시 개방해야 한다”며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의원들을 설득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경매 및 공매 입찰 대리권을 공인중개사에게도 부여하자는 취지는 근본적으로 경매 및 공매의 대중화를 통해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경매 및 공매 입찰과 관련해 부동산 중개업자들 중 상당수가 권리 및 시장분석 업무를 대행하고 있지만 현행 경매 및 공매 입찰 대리권이 모두 법무사에게 부여돼 있어 소비자들은 수수료를 이중부담하고 있다”면서 “중개사들에게 권한이 부여될 경우 선의의 경쟁을 통해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서비스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한법무사협회 하현대 총무과장은 “부동산 경매 및 공매입찰 대리는 엄연한 법률행위로 변호사 및 법무사의 고유권한에 해당한다”며 “이를 공인중개사에게 맡겨선 안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과장은 “오는 4월 열릴 임시국회에서 이 조항이 삭제되도록 총력을 모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대안은 없나=건교부와 열린우리당은 부동산실거래가 신고제의 제때 시행을 위해서라도 오는 4월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번에 발목이 잡힌 부동산 경매 및 공매입찰 대리 업무에 대한 보완책을 내놓고 관련 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벌일 방침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경매 및 공매 입찰 대리 업무를 공인중개사에게 허용하는 방안을 고수하되 변호사 및 법무사 단체가 주장하는 전문성 확보를 위해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과목에 민사집행법을 추가하는 방안 ▲일정기간 관련 교육과정을 이수한 공인중개사에게만 경매 및 공매 입찰을 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한적으로 관련 업무를 맡기는 방안에 대해서도 변호사 및 법무사단체가 실효성이 없다며 ‘불가’입장을 밝히고 있어 진통이 빚어질 전망이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국회 건교위원들이 법안처리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고 일부 보완책을 내놓으면 4월 임시국회에서는 통과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법무법인 산하의 강은현 실장은 “관련 업무의 수요자들이 대다수 국민인 만큼 특정업무 전문가들의 이익을 앞세우기보다는 소비자들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4월 임시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의 처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 1월로 예정된 부동산실거래가 신고제 도입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