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을 걷는 것은 동시대를 기억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이다. 그 안에 우리네 삶의 오늘과 내일, 어제가 있다. ‘골목길 TMI’는 골목의 새로운 변화와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번 호에는 인천 사람이라면 누구나 젊은 날의 낭만과 추억이 별처럼 박혀있는 ‘부평 문화의 거리(평리단길)’를 거닐었다.
부평 문화의 거리(평리단길)의 저녁 풍경. 골목엔 대를 이어 한자리를 지켜온 노포, 낭만과 추억, 새 시대를 열어가는 젊은이들의 일상이 공존한다.
광복이 되던 해 부평시장 골목에 문을 연 ‘남창문구사’는 70년 넘는 시간 동안 대를 이어 온 오래된 가게다. 창업주 임덕용 사장은 부평시장에 좌판을 깔고 화장품인 ‘딱분’을 팔다가, 장사가 잘 돼 점포를 매입해 문구점을 시작했다. 처음엔 노트를 팔다가 점차 품목을 늘려 문구류뿐 아니라 벽지, 장판 심지어 단추, 실까지 팔았다.
부평에 학교가 하나둘씩 생기면서 20여 개의 문구점이 성업했던 시절도 있었다. 명절이면 부평수출산업공단 직원들도 죄다 학용품을 사들고 고향에 내려가 물건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골목 상권이 살아나 뿌듯해요”
평리단길의 유일한 철물점인 ‘강남철물’. 1998년도에 문을 열어 올해로 25년째 영업 중이다. 평범한 주부였던 박미애(60) 사장은 사촌 동생 내외가 운영하던 철물점을 6개월간 교육받고 인수했다. 철물의 ‘철’자도 모르고 사업을 시작한 그는 이제 부평시장상인회 평리단길의 부회장으로 골목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한 땀 한 땀 행복을 염원하는 한복”
장인의 손길 따라 비단 옷감의 직선과 곡선이 이어진다. 정성을 들인 꼭 그만큼 맵시가 드러나는 한복. 저고리 앞자락의 단아한 깃과 섶, 소매 아랫부분이 넓고 둥근 곡배래에서 그의 정교한 솜씨가 묻어난다. 장혜원(68) 선생은 10대 시절부터 옷을 지었다. “한복은 결혼이나 잔치 등 경사로운 날에 입잖아요. 입는 이의 행복을 염원하며 한 땀 한 땀 진심을 새겨 넣었어요.”
그는 요즘 전통을 지키며 실용성을 높인 한복 디자인을 연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