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사태가 발생했다.
엄마가 사용한 변기가 막힌 것이다.
큰일을 본거도 아닌데,
물이 내려가질 않았다.
''뭘 넣었어요''물으니
넣은거 없다신다.
엄니가 사용한 후면 막히는 일이
종종 있었기에 또 뭔가를 넣으셨나보다 하고
압축기도 힘껏 눌러보고,
세수대야에 한가득 물을 받아
한꺼번에 부어 보아도
변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때 엄니가
"내가 뚫어볼게." 하시더니
엄니 손에는 세탁소 철사 옷걸이가 들려 있었다.
철사를 쭉 펴더니 변기 앞에 앉으신다.
문제는 그 철사가 변기 구조상 들어가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엄마, 그건 안 들어가."
"아냐, 될 거야.
요리조리 해보시더니
"안 되네." 하시고
방으로 가신 후 2분쯤 뒤.
"내가 철사 옷걸이로 뚫어볼게."
"엄마, 방금 해봤잖아."
"내가?"
"응." 맑간 표정의 엄니는
"그래?"
하시더니 다시 철사를 집어 쑤신다.
마치 인류 최초로 위대한 발명을 떠올린 사람처럼. 열심히...
"이걸 넣으면 될 것 같은데?"
"안 들어가, 엄마."
"그래도 해봐야지.2분 뒤. 또
"내가 철사 옷걸이로..."
이쯤 되자 나는
변기보다 내 인내심이 막히기 시작했다.
낚아 채듯 옷걸이 철사를 받아 접어 분리수거함에 던져놓았다.
우리 집 문제 해결사였던 엄마는
지금도 어떤 문제든 해결하고 싶어하신다.
깊은 밤에 일어난 일이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 사람을
불러야하나 하다가 좋은 방법은
아니라도 악품을 써보자 하고 약국에서
염산 한통과 뚜러뻥 한통을 구입해서
한꺼번에 들이 부었다.
독한 냄새를 풍겨서 환기 한 후
탱크 벨브를 누르니
변기 물이 소용돌이치며 내려간다.
빨려 내려가는 소리가 마치 승리의 팡빠래 같았다.
월드컵 결승골이 이보다 기쁘랴.
환호성을 지를 뻔했다.
지난밤 내내 쌓인 짜증과 절망이 함께 하수구로 내려갔다.
나는 승리한 장군의 표정으로 엄니를 불렀다.
"그래도 철사 옷걸이로 해봤으면 됐을 텐데..."
승리의 기쁨은 채 3초를 넘기지 못했다.
대한민국 난제가 해결된 듯 한,
순간의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해방감과 평화가 찾아왔다.
치매는 참 이상한 손님이다.
기억은 조금씩 가져가면서
예상치 못한 웃음거리는
남겨두기도 한다.
그래서 하루는
힘들다가도 웃기고,
웃기다가도 황당하고,
황당하다가도 측은하다.
오늘도 엄마는
같은 말을 반복하시고,
나는 같은 대답을 반복한다.
그런데 돌아보면
우리는 싸우는 것도 아니고,
대화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함께 늙어가는 법을
연습하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비록 엄마는 기억을 놓치고,
나는 인내심을 놓칠 때가 있지만,
그래도 하루 끝에 남는 건
한숨보다 웃음이고자 노력한다
대부분은...
엄니 때문에 ...😅
첫댓글 어쩜
글도 이리 잘 쓰시는지요?
변기가 막히면 젤 걱정이 되지요
치매어머니 모시고 사시는. 리진님
모습도 이뿌시지만
효심이
너무나 아름다우십니다
리야님 반갑습니다.
오랜만이시죠.?
늘 칭찬을 아끼지 않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고운 목소리로 노래하시며 노후를 아름답게 보내시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뎃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막혔던 변기 물이 소용돌이치며 내려가는 소리,
승리의 빵빠레 그 자체입니다.
맞습니다, 그 장면을 상상하니 제 속이 다 시원합니당ㅋㅋ
마치 내 눈으로 그 상황을 보는 듯, 실감나게 잘 써주셔서 단숨에 읽었습니다.
착한 치매를 앓으시는 어머니, 착하다 해도 치매는 치매..
그 곁에서 불평없이 조용히 돌보시는 리진님은 복을 쌓고 계시는 겁니다.
화창한 화요일 아침이네요.
또 종일 삶아제끼겠지만 아직은 집안에서는 견딜 만하군요.
리진님 모습처럼 정갈하게 인테리어하신 보금자리에서 평안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
늘 엄니와 같은 일상을 보내니 글감도 이런 이야기 밖에 없군요.
뻔한 이야기라도 단숨에 읽으셨다니 다행이어요.
너무 이른 더위지만 아직 집안은 시원한편이니 지낼 만 하지요.
가급적 한낮 외출은 삼가하셔요.^^♡
리진님
참 보기좋았어요
엄마와 딸만이 겪을수 있는 애피소드
짠하면서도 함께 하는 마음이 너무도 ..
착한딸 인정해요
고맙구요
고맙다니요.
제가 할말입니다.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착한 따님 이시네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또 반성이 됩니다.
착하지 않으니요.
감사합니다.^^
읽다 보니 막힌 건 변기보다 그 밤을 버티는 마음이었겠다 싶습니다.
치매가 가져가는 것들과 남겨두는 것들이 함께 하루를 만들고
그럼에도 웃음을 남기려는 모습이 오래 남네요.
심란하고 짜증나는 밤을 안고도 잠을 자야 내일 또 뭔가를 시작해 볼 수 있으니요.
매일 소소한 일들을 만드십니다.
어제는 냄비랑 후라이팬을 태우시기도 하고.^^
친정엄마 살아게실때
큰딸이
엄마 할머니하고 대화는
걱정이 없어
같은말 무한 반복이니깐~~
이런적이 있었네요.
공감가는 글입니다.^^
같은 경험을 하신 파란여우님이군요.
아마도 많은 딸들 또 아들들에게 닥치는 일일겁니다.
우리의 미래일 수도있구요.^^
휴지가 뭉쳐서도 그렇고 비누조각이 들어가도 우리 손자가
칫솔을 넣었는데 어린이용 칫솔을 말이지요 참 안 내려 가더군요
뜯을까 하는 중에 간신히 리진님 인낸심 쟁여 두셨던 거 이제
다 꺼내 쓰시는 거지요? 어느 땐 어? 내가 이렇게 잘 대처하고
참을성이 있었던가 하기도 하지요? ㅎㅎ 요양사 하면서
자식들에게 들었어요 옛날에요 그리고 사회복지 공부 하면서요
리진님 행복하시려 노력하세요 ~~ 고마워용
물어보면 늘 아무것도 안 넣었다 하십니다.
물어보는 제가 잘못이죠.
염산 사러가는 길에 동생에게 하소연했더니 회전시켜서 뚫어주는 도구가 있다고.
드릴이 집에 있느냐고 하면서 집에 오겠다고 전화가 왔어요. 이미 뚤었다고 하니 엄마가 좋아하는 참외만 한 박스 어깨에 매고 들어왔어요.
그래도 동생이 가까이 사니 이렇게 와주네요.
힘이 되기도 합니다.
행복도 노력이 필요하긴 하죠.감사합니다.^^
기억을 놓치시는 어머니와
인내심을 놓치기도 하는 리진님.
글 읽는 저는 오히려 따뜻하고
든든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장하신 모습, 늘 응원합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가까이 돌보던 멀리 있어 마음만 있던,
노부모가 계신 자식의 마음은 항상 죄스러움일 겁니다.
함께하는 저도 늘 죄스러움 뿐이에요.^^
천사가 따로있나요
바로 리진님이 천사이십니다
엄마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는데
가끔씩 화가나서 차갑게 대한 나는 죄인입니다 각인이 되어 언제나 가슴이 무겁습니다
이젠 돌이킬수도 없지만 반성하고 또 반성하면서 리진님처럼 따스한 사람들을 보면
부럽고 부끄럽습니다
천사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5년이면 돌아가시려나 걱정했는데 12년째이긴 해도 제 마음속은 불평도 가득할 때가 많습니다.
자유롭지 못한 내 신세도 불만일 때도 있어요.
그러나 내 운명이겠거니 합니다.
어머니와 함께 하시네요.
저도 98세 노모와 함께 살아갑니다.
아침 8시 노치원 가셨다가 오후5시 넘어
귀가 하시지요.
변기가 막히는 원인은 화장지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사용하신거 같습니다.
뚫어뻥 효과 좋아요^^.
힘내시기 바랍니다.
무악산님도 노모를 모시는군요.
저의 엄니는 92세셔요.
노치원은 가시기 싫어하셔서 하루종일 함께 지낸답니다.
염산 효과인지 뚜러뻥 효과인지 어쨋든 효과 봣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런~ 두 모녀가 애 쓰셨네.
그저 묵묵히 마음으로 화이팅~!!
고마워요.적토마친구.^^
앞으로 더한 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치매 환자 모시는 일이 고되고 어려운 일임을 잘 알기에..
미리 마음을 다지는 연습이라 생각하세요.
더운 여름..힘내세요.
네. 김포인님의
조언 잘새기겠습니다.
그러나 조금 겁나기도 하네요.
왠만하면 압축기가
해결을 해주는데
뭔일로 그리 애를
먹일까요?
저도
이런 난감하고 답답
하고 그런적 있답니다.
해결이 되서 좋으네요.
그러게요. 그동안은 압축기로 해결했는데 이날은 안 되어서 난감했지요. 댓글 감사해요.^^
변기는 물 내려가는 곳이 일직선이 아니라 중간에 한 번 휘어져 있어 일반 철사로는 넣기가 힘듭니다.
스프링으로 된 와이어로 넣어야 구부러지지 않고 넣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어머니 때문에 하나 준비하셔야 할 것 같네요.
화학 약품은 몸에 해로우니.......
저는 하수구가 막혀 1.7미터 짜리 샀었는데 안돼서 10미터 짜리를 다시 샀기에 부동재고.
염산이 위험한 걸 알기에 쓰기를 망설였답니다. 그래도 이번만 쓰자 했어요. 다행히 동생이 뚫는 기구가 있다니 다음엔 동생에게 부탁해야죠. 감사해요.^^
잠시 짜증났겠네요
잘 해결되어서 다행입니다.
그래도 인내심은 잡고 있어야지요. 리진님 보니까, 제 어머니에게 너무 무심했던걸 반성하게 됩니다.
2주에 한번씩 모시고 외식하고
카페가는게 전부거든요.
돌아가시면 많이 울것 같아요.
제가 알기로는 충분히 잘하시는 겁니다. 원체 어머님께서 건강하신 건 자녀분들이 부족함 없이 효도를 하시니 그 연세에도 독립된 생활을 하시는 거죠. 저는 엄니 돌아가시면 눈물이 안 날 것 같기도 합니다.^^
치매 어머니를 두셨네요
일단 걱정과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근데 어머니 세대에는 변기가 막히면 무조건
철사 옷걸이로 변기를 뚫으라고 그렇게 학교에서 또는 사회에서 배웠답니다 ㅋㅋ
한밤중에 변기가 막혀서 당황하셨겠어요^^
시원하게 뚫리셨다니 저 역시 기분이 시원합니다
요즘 치매노인이 많이 생긴 건 다들 오래 사시니 뇌가 퇴화 되서 치매가 오는거라고 의사가 말하네요.
예전엔 치매 오기전에 모두 세상을 떳기 때문에
치매환자가 적은거라고.
철사로 뚫으려하는게 모든 어머니들의 공통된 행동이군요.
변기가 뚫리니
하루가 평화로운 것 같아요.^^
@리진 평화를 빕니다 샬롬
우리집 서방님
점점 심해지는데도
등급이 안나와서
혜택도 못받고
겉으로는 멀쩡하니
나만 나쁜년 됩니다
리진님은 정말 천사십니다
힘내세요^^~
저희 어머니는 5등급 나와서 아침에 한 시간 색칠하기, 가벼운 체조하기 등을 하십니다. 담당 의사는 4등급 나올 거라는데, 사회복지사가 오면 더 똑똑해지려고 대답을 잘하시니 그 이상 등급은 안 나오네요. ㅎ
요요님도 고생많으세요.
충분히 그맘 헤아려집니다.
저도 엄니에게
제일 많이 듣는 말은 ''너는 거짓말도 잘한다'' 입니다.^^
@리진 제일 많이 듣는 말이
거짓말도 잘한다라니ㅠ
소통이 얼마나 어려우실지
진심으로 대단하셔요
세상에 한밤중 한바탕 소동이 염산에 뚫어뻥으로
뻥 뚫으셨으니
그 속앓이도 함께 쓸려내려 갔지만
엄니와의 소통은 또 다시 그자리지만
함께 늙어가는 법을 배운다니ㅠ.ㅠ
엄마는 요양원 계시지만
각자 가정 사정 있으니
어쩔수 없고
가끔 당일로 대구가서 뵙고 오는것조차
다녀오면 넉다운입니다ㅠ
노노케어의 현실
리진님 글도 잘쓰시고
지극정성 효녀십니다
딱히 효녀는 아닙니다.
엄니께서 저와 있는 걸 편안해하시고,
또 제가 젊을 적 엄니 애간장을 무던히도 태워드렸기에 조금이라도 값고자 자원을 했었어요.
모실 땐 오년을 가실까? 했는데,벌써 12년이네요.
뚫어뻥과 염산을 같이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뚫어뻥은 알칼리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산과 알칼리가 만나면 중화 반응이 일어나죠.
중화 반응이 일어나면서 효과는 반감되며 유독 가스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제게 있는 스프링 와이어를 드릴 방법이 없나 고민해봤는데 동생분이 갖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평범한 집은 스프링 와이어 사용할 일이 거의 없죠.
동생의 사업장에서 필요해 사둔 것 같아요.
자세한 뎃글 참고할께요.감사합니다.
정말 힘들수있는 동뱐이지만, 천사같은 마음씨로 효도하신다는게 느껴지네요..
드디어 인사동님 뎃글을 받아보네요.
반갑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상황들이 훤히 그려져
읽어내려가면서 눈물이 날라하네예ㅠㅜ
고생하셨어요
리진님같은 딸이 있는
엄마는 복받으신거같아요
예쁜리진님도 건강 잘챙기시구예
복된하루 되세요
엄니가 저와 지내시는걸 무척 편하게 생각하시니
치매도 천천히 진행되는 듯 해요.
갑갑한 일이 많아도 아직은 지낼만 합니다.
더 진행만 안되고 하늘 부름받으셨음 하고 늘 기도한답니다.
공감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어쩌면 이렇게
고운 심성을 지니셨을까요.
리진님께 많이 배웁니다^^
심성이 고운 게 아닙니다.
일찍 혼자 되어도 험한 세상 맛보지 않고 지금까지 곱게 살게 해주셨으니 조금이라도 갚으려는 마음뿐이어서요.
참으로 효녀 심청이가 따로 없는 듯...
가까이 있으면 따뜻한 맛난 식사래도
융숭(隆崇)히 대접(待接)하고픈 마음이
굴뚝 같은지라..,하하
어쩜, 글흐름이 아다지도 물흐릇듯
자연스레 하고픈 뜻을 독자에게 글 한자한자
꼼꼼히 탐독열중(耽讀熱中)하게 하다니...
리지님 필력의 매력이 대단대단, 엄지척~~!!.,
고(故)로, 얼릉 3번째로 추천(推薦) 드립니다.,^&^
과한 칭찬을 받기엔 그리 착한 딸이 아니어요.
가끔 짜증도 내고
속으로는 불평도 합니다.
식사 대접 말씀은 황송한 말씀이구요.ㅎ
글도 막글입니다.
여하튼 칭찬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엄니께 더 잘 해드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