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병현 때문에 보스톤 팬들과 언론에 대해서 불만을 터뜨리는 분들
이 많은 것 같아서 좀 적습니다. 그들에 대해서 변명이라면 변명일수도 있
는데 그들에 대해서 너무 편협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 같아서 말씀을 드
려볼까 합니다.
1. 보스톤 팬들은 냄비(?)다.
그들이 냄비다 아니다를 논하기 전에 먼저 그들의 생활을 말씀드려야 될
것 같군요. 우리가 알다시피 보스톤은 '베이스볼타운'입니다. 그들의 생활
속에서 야구는 그들의 일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아침에
길거리에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면 말끔한 정장에 구두를 신고 머리에는 레
드삭스 모자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전혀 언발
런스 해보이지만 거기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고 다니기 때문에 전혀 이상
할게 없습니다. 전철 탄 신문보는 사람들 보면 10에 8은 스포츠면에 실린
전날 레드삭스 경기소식을 읽으며 댄 쉐너시 칼럼을 읽습니다. 자가운전자
들은 아침에 출근할때는 데니스 칼라한 스포츠 토크쇼를 듣고 밤에 퇴근할
때는 테드내이션을 듣습니다. 대학교 교수들도 강의에 들어가기 전에 그 전
날 있었던 경기에 대해서 말하고 넘어가는 교수들도 많습니다. 심지어 어
떤 교수는 예를 레드삭스 선수를 집어넣어서 설명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비
시즌과 정규시즌에 따라서 도시 전체가 들썩이는 동네는 아마 보스톤이 유
일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플레이오프가 아닌 정규 시즌에 게임당일날
구장 주변에 암표상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80불짜리 암표를 파는 도시는 그
리많지 않을 겁니다. 팀이 삽질을 해도 시즌 끝날때까지 구장이 꽉꽉차는
구장은 더더욱 몇군데 안될거구요. 이렇듯 레드삭스는 그들의 생활의 일부
분입니다. 그런데 그런 팀이 85년간 월드시리즈 우승 한번 못하고 명문이
라는 칭호를 옆동네에 빼앗긴채로 살아왔습니다. 그 전에는 월드시리즈 5
번 우승으로 명문의 자리를 지켜왔었는데 말이죠. 이에스피엔에 나왔던 얘
기인데 어떤 할아버지가 그랬다는군요 죽기전에 유언으로 '내 소원은 내가
살아있는동안에 레드삭스가 월드시리즈 우승하는 것을 보는것이었는데 정
말 슬프다.' 라고요. 이런 동네니 86년 월드시리즈에서 다 이긴 경기를
연속되는 폭투와 빌 버크너의 에러로인해 월드시리즈를 메츠에게 빼앗기고
그 해 보스톤의 자살율이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말이 놀랍지만은 않은 이야
기 입니다. 그럼 보스톤 팬들은 냄비인가? 미국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읍니
다. 얘네들은 'wagon'이란 말을 쓰죠. 18세기 서부개척시대의 포장마차를
말하는 겁니다. 우루루 몰려갔다가 썰물처럼 또 우루루 빠져나가는, 한마디
로 팀이 잘나갈때는 꽈꽉들어찼다가 팀이 삽질하면 구장이 또 썰렁하게 되
는 그런 표현입니다. 그렇지만 보스톤 팬들은 굳이 표현하자면 항상 너무
달아올라 터지기 일보직전의 냄비 라고해야 할것 입니다. 2000년 레드삭스
가 삽질할때도 홈경기 마지막날 매진된 펜웨이 파크에서 9회말 레드삭스공
격이 끝난 다음에 다 기립해서 'next century!!'를 연호 했습니다. 그 만
큼 그들은 우승에 목 말라있고 명문팀의 위치를 다시 찾고 싶어합니다. 그
런 그들한테 김병현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한경기 한경기 중요한 시합
에 승리를 날려버리고 팀이 패할때 그들이 김병현에게 격려와 변함없는 성
원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입니
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일류팀으로서 몇십년동안
우승못한 도시에 한 외국인 선수가 트레이드 되와서 처음 한달동안 승승장
구 하다가 중요한 시점에서 연속모드로 삽을들면 격려해주고 성원해줄 팬들
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우리한테야 김병현이 조그마한 체구에 야구선수로
서는 최고의 무대라는 메이저리그에가서 거구들을 삼진을 잡는 대한민국의
영웅으로 보이지만 그들에게는 그냥 단지 동양에서 온 조그마한 체구의 투
수이상의 눈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보는 시각은 이방인으로선 감
당해야 할 몫인 것입니다. 그리고 보스톤 팬들은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이
소원입니다. 그런 그들한테 중요한 몇 경기가 김병현의 실투로 말아먹혔다
면 당연히 눈이 뒤집어 질 것입니다. 반대로 김병현이 날라다녀서 그들의
소원에 일조를 했다면 그들은 김병현을 영웅 대접을 할 것입니다. 그들은
한 선수한테는 뜨겁게 끓어올랐다가 차갑게 식어버리는 냄비일지는 몰라도
팀에 대해서는 항상 폭발해버릴 것같은 뜨거운 냄비이니까요. 그런데 우리
가 단지 김병현을 비난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보스톤 팬들의 자질을 깎아
버리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지 않나요? 그리고 팬포럼의 올라오는 글들은 항
상 극단적일수밖에 없습니다. 열불나는 감정을 그렇게라도 표현을 해야지
분이 풀리니깐요. 대다수의 보스톤 팬들은 아직도 김병현에게 믿음을 갖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양키스 전에서 불펜에서 나올 때 쏟아진 야유는 누구라
도 듣는 겁니다. 클레멘스가 빌빌거릴때도 사람들은 우~~라고 그랬고 하다
못해 노마도 들었습니다. 그건 그만큼 보스톤 팬들이 김병현에 대해서 기대
가 컸었고 그 기대만큼 못해주니깐 실망감의 표현을 그렇게 밖에 표현 못하
는 겁니다. 그때 그들에게 성원과 격려를 바랬다면 그것은 우리의 지나친
욕심일 겁니다.
2. 보스톤 신문은 우리나리 스포츠 찌라시와 동격(?)이다.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보스톤 헤럴드'는 그렇습니다. 그 신문은 소
위 말하는 '타블로이드'신문으로 우리나라 지하철에서 파는 스포츠 찌라시
와 같은 급입니다.(그래도 글의 질은 찌라시보다 엄청 높죠) 하지만 보스
톤 글로브지는 다릅니다. 보스톤 글로브지는 스포츠 섹션에 한해서는 미국
에서도 초 일류급에 속합니다. 거기에서 활동하는 칼럼리스트 들은 미국 스
포츠 언론에서도 막강한 파워를 자랑합니다. 보스톤 글로브지는 미국에서
도 악명이 높은 만큼 하드코어한 칼럼으로 유명합니다. 파크 게시판에 어
떤 분이 보스톤 팬들의 입맛에 맞추려고 글을 그따위로 쓴다는 투로 말씀하
셨는데 그건 틀린 말씀입니다. 오히려 보스톤 팬들이 글의 영향을 받아서
하드코어하게 변한 겁니다. 피터 게몬스역시 보스톤 글로브 기자출신이고
이에스피엔으로 옮기고 나서도 매주 일요일 신문 두 페이지 짜리 장문의 글
을 기고 했습니다. 그리고 야구 칼럼리스트인 댄 쉐너시는 메이저리그에서
도 제일 영향력이 큰 언론인입니다. 그가 쓴 책 '밤비노의 저주'는 미국의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로도 쓰일 만큼 유명하며 그가 쓴 칼럼중에도 유명한
것들이 많습니다. 특히 01년 초에 쓴 'Goodbye Yankee Magic'이란 칼럼은
이에스피엔의 스포츠 토크쇼에도 인용 될 만큼 유명했습니다. 그런 글로브
지가 단지 김병현을 비난하고 페드로와 매니를 씹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나
라의 허접한 찌라시들과 비교된다는 것은 좀 너무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
은 충분히 비난 받을 행동을 했기 때문에 하드코어적인 보스톤 언론이 비난
을 한 것입니다.(김병현은 예외구요. 그는 게임을 말아먹은 죄(?)밖에 없으
니까요.
3. 보스톤 사람들은 인종차별주의자다(?)
보스톤은 굉장히 복고풍의 도시입니다. 사람들도 새것을 다시 만드는것 보
나는 옛것을 가꾸고 보존시키는 성향이 강합니다. 그런 성향 때문에 펜웨
이 파크를 다시 짓지 않고 리모델링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사람들
의 반대가 워낙 심해서요. 그리고 파크 유저님들 중에 보스톤은 백인들만
의 동네로만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것은 잘못 아신 겁니다. 중산층이상
의 백인들은 외곽지역에 살면서 도시로 출 퇴근 하고 보스톤 시안은 소수
민족이 많이 삽니다. (그것은 미국 대부분의 대도시가 다 그렇지요. 하다못
해 뉴욕도) 이런 편견 때문에 보스톤은 백인동네고 인종차별이 심하다고 그
러시고 저번에 어떤 님이 쓰신 클레멘스는 백인이어서 상대편 선수지만 기
립박수를 받고 김병현은 유색인종이어서 우리팀이지만 야유를 받는다. 그래
서 보스톤 사람들은 인종차별주의자다 하고 아주 초딩보다도 못한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보스톤 사람들은 미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보수주의자이고 옛
것을 좋아하지만 사상만큼은 진보주의 적인 성향이 강합니다. 우리나라의
표밭이 한나라당은 영남, 민주당은 전남인것 같이 미국 민주당의 대표적인
표밭이 메사츄세츠입니다. 그만큼 그 동네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뚜
렷하고 사람들도 진보주의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대다수 입니다. 미국에서
낙태를 허용하고 사형을 반대하는 주중에 하나이니까요. 그리고 보스톤의
대표적인 대학이라고 할 수있는 하버드도 진보적인 학풍이고 미국에서 최초
로 소수민족학생
에 대한 프로그램을 시작한 학교중에 하나이니까요. 사람들의 정서가 보수
적이고 옛것을 좋아하다보니 보스톤은 백인들 동네고 인종차별 주의자다 라
는 편견이 생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정치적인 성향은 미국에서도
손 꼽히는 진보주의자들입니다.
4. 결론
파크유저님들 중에 단지 김병현에 대해서 잘할때는 치켜올려주다가 못하니
깐 비난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팬
으로서의 자격이 없고 언론은 저질 쓰레기다. 라고 보스톤 팬들과 언론에
대해 많은 편견을 가지고 계신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팬
으로서의 자질을 폄하하고 깎아내리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들은 김
병현의 팬으로서는 빵점의 자질을 갖고 있을지는 몰라도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로얄 팬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김병현에게는 달아올랐다가 차갑
게 식어버리는 냄비일지는 모르지만 보스톤 팀 한테는 팀이 삽질해도 항상
뜨겁기 때문이니깐요. 그래서 우리가 그들을 수준낮은 팬이라고 욕할 자격
이 없읍니다. 팬포럼 누구 말대로 보스톤 팬들을 폄하하는 대다수의 사람들
은 김병현이 다른데로 팀을 옮기면 같이 옮길 거니깐요. 이 사람들 표현대
로 하자면 'wagon'같이요. 우리가 레드삭스를 바라보는 관점하고 보스톤 팬
들이 바라보는 관점하고 많은 차이가 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김병현을
통해서 레드삭스를 보고 그들은 레드삭스를 통해서 김병현을 보니깐요.
카페 게시글
김병현 2 0 0 3
보스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엠팍펌)
특급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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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9.14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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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자알 보았습니다! 근데 엠팍펌이면 님의 글인가요,아닌가요? 어쨋든 참 유익하게 잘 보았는데 '넥스트 센츄리'라고 성원보낸건 분명 고차원적이군요. 감동적! 그러나 BK에 대해서 좀 세련된 모습을 못 보여주는건 부인하기 어렵겠네요. 페드로같이 산전수전 다 겪은 대선수도 삽질하는데 하물며 빅리그 경력이 아직은...
일천한 선수에게 그 선수가 영입당시 찌그러져가는 보스통의 팔자를 화악 불지핀 것이라든가 선발과 중간계투및 마무리를 들락거리며 엄청 혹사당한것, 그리고 빛나는 피칭을 한것 등을 과히 염두에 두지않은 일희일비성 비판은 분명 잘못된거죠! 그들의 sports culture가 어찌되었건 간에요. 페드로가 어이없이 ...
삽질할 때와는 비교되는 바 자못 큽니다! 그리고 제가 대학때 아버님의 유학겸 이민권유를 뿌리치고 대신 형과 누이를 보낸 탓도(둘 다 시카고 거주) 미국인들의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이 드라이하다고 여긴 탓도 있지만 종국에는 그들의 인종차별이 께림칙해서였습니다.
뭐, 안그런 휴머니스트들도 많겠지만 6,70년대만 해도 백인여자를 쳐다봤다는 이유 하나로 멀쩡한 흑인남성을 다리에서 교수형을 처하고 신기한 물건보듯 하며 끼득거리던 그네들의 뇌리속에 인종차별적 색안경은 영원하리라 여겨집니다. 겉으로는 스마트한 듯 싶지만 물욕과 색정을 밝히는 점 또한 동양철학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하기야 울 나라도 요새 보면 미국보다 더하다 싶지만요. 그리고 낙태허용이 진보주의 사상인가요? 아닙니다. 그건 윤리상 원초적 죄악입니다. 허허, 이거 참 횡설수설했군요. 님한테 어긋나고자 하는 뜻은 없었습니다. 제가 모르던 점들도 깨우쳐주셔서 고맙지만요, 그저 제 의견을...
약간의 이해는 가지만 우리가 꼭 그쪽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는 왠만하면 보스톤 포럼글은 읽지 않습니다..포럼글 보고 일희일비 할 필요야 없지요.. 우리야 김병현 선수 잘하든 못하든 응원하면 그뿐입니다.. 그리고 금년도만 마치고 보스톤 떠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선발 보장된 텍사스로~
엠엘비파크의 storioni 님의 글입니다. 글쓰신분 이름도 밝혀주셔요 퍼오신분은요 ^-^
저희야 보스턴 팬 이전에 김선수 팬이니 보스턴 언론이나 팬들 극성과 상관없이 격려하고 응원만 하면 되지요.
그런데 펌글은 나름대로 경청할 만한 구석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쓴분이 아마도 현지에 계시거나 계셨던 분 같은데 심증은 가지만 확언하기 어려운 문제(예컨대 인종차별이라든지, 팬들의 태도가 유독 병현선수에게만 가혹한 것이 아닌지 하는 억하심정)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다는....
그리고 껀수만 되면 텍사스로 옮기라는 님들. 선수가 반시즌만에 팀 옮기면 져니맨의 시작을 알리는겁니다. 글구 남부 텍사스의 인종 차별은 동북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답니다. --; 텍사스 구단주의 정치적 성향은...말도 하기 실타.
결론은 병현선수 어제처럼만 해주면 보스턴 팬들은 금새 이뻐라할거라는 겁니다. ^^
이적은 절대 반대입니다. 일부 언론과 팬들의 자세는 섭하지만 그래도 리틀과 모든 선수들간의 화합된 팀 분위기는 최고입니다. BK가 이렇게 활짝 웃는 모습을 전엔 별로 못 본것 같아서요! 지금 보스통 성적의 원천은 얼마전부터의 절묘한 팀분위기에 의한 전력 극대화에 있잖습니까!
좋은 글이군요 우리 카페 유저분들도 좀 더 포용적인 차원에서- 확장된 사고로 보스턴과 병현선수를 응원해야할 필요를 종종 느끼는데 도움이 되는 글이군요.
정말 좋은 글입니다. 스포츠 신문 사설로 실려도 손색없을만한 글이군요
텍사스로의 이적은 아마 천하를 잃는 처사가 될 것임..백인 놈들만 사는 텍사스는 버러냄새나는 역겨운 곳임..잠시 찬호가 가엽워진다..ㅠㅠ..그리고 위 유저님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