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이발소의 할아버지를 믿지 못해서 다른 이발소를 찾아야겠다고 얘기했더니
어느 분이 종로 4가 종묘 부근에 가면 이발소가 있다고 가보라고 하셨습니다. 거기는 이발비가 3500원이라고 해서 속으로는 '나는 아직 그런 이발소를 다닐 나이가 아닙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발을 할 시기가 되서 걱정을 했더니 또 다른 분이 종로 4가에 가면 큰 이발소가 있다고 가보라고 합니다. 이발사가 열 명이 넘는 곳이라고 해서 처음엔 많이 놀랐습니다. 요즘 그렇게 큰 이발소를 본 적이 없고 이발소에 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의문이 갔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더 놀란 얘기는 보통 두어 시간은 기다려야 머리를 깎을 수 있다는 겁니다.
어제 시간이 좀 나길래 종로 4가에 갔습니다. 지나다가 이발소 간판이 보이길래 아주 좁은 계단으로 2층에 올라갔더니 정말 다섯 분 정도의 이발사가 열심히 머리를 깎고 있었고 앉아서 대기하는 분들이 열 명이 넘어 보였습니다. 저는 다른 약속이 있어서 시간을 많이 지체할 수가 없어 나와 근처의 다른 이발소 간판을 보고 지하로 갔습니다.
거기는 두 분이 깎고 있었는데 대기자가 세 분 정도 있어서 거기서 머리를 깎았습니다. 내가 들어 간 뒤에도 많은 분들이 이발하러 들어왔는데 대부분 연세가 많아 보이는 분들이었습니다. 속으로 생각하기를 '내가 이런 이발소 다니는 사람 중에 제일 나이가 적겠구나'였습니다.
그렇게 3500원을 받고 이발을 해주는 곳이 종로 4가에 대여섯 군데가 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다 연세가 많은 분들이 다니는 곳입니다. 염색까지 하면 5000원이라고 하는데 저렴한 것도 한 몫 하겠지만 이발사도 다 연세가 많은 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없다보니 머리를 감겨주기 보다는 진공청소기로 머리카락을 털어냅니다. 본인이 원하면 물로 감겨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청소기로 털어내서 저도 그렇게 했는데 깔끔하게 다 털려서 옷 속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연세드신 분들은 어디서 이발하시나 했더니 종로 4가에 가서 하시는가 봅니다.
저도 앞으로는 계속 그쪽으로 다닐 생각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