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철이 최영식 상무에게서 업무를 인계받고 몇 번 경기지방 국토관리청으로 박성국 국장을 찾아갔지만 모두 문전박대를 당했다.
최영식 상무와 박국장은 선후배 사인데도 그 일을 성사시키지 못했는데 박국장과 아무 연고가 없는 기철은 더 곤란을 겪었다.
그 시기 박성국 국장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이번에 발주하는 3,500억 원대에 달하는 공사를 수주받고 싶은 간절한 생각에 무슨 정보라도 알아보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라 박국장이 비서에게 지시하여 00도로 건설공사의 입찰이 끝나기 전까지 건설회사 임원들에 출입을 모두 사절하도록 하라고 비서에게 미리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 일은 박국장이 청렴해서라기보다 한 공사 현장에 공사비가 3,500억 원대나 되는 도로 건설공사가 발주되는 일이 처음이라 한국의 10대 안에 드는 굴지의 건설회사뿐만 아니라 자기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회사에서 너도나도 군침을 흘리며 혹 무슨 수주 정보라도 얻을까 하고 덤벼들기 때문에 이 일로 박국장을 찾는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어 업무에 지장을 주기도 하지만 이렇게 3,500억 원대나 되는 큰 공사, 회사의 이윤과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는 공사가 국가 공사로 발주되는 마당이라 이름 있는 회사들이 무서운 수주 경쟁을 벌리며 눈에 부를 켜고 달려들고 있는데 이 공사를 입찰하는 과정에서 전의 관행과 같이 적당히 수주 정보를 알려주고 적당한 대가를 받았다가 혹여 잘못되어 입찰하는 과정에 불운하게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 간 문제가 생겨 시비라도 발생하면 불이익을 당한 회사에서 부정과 비리로 감사원이나 검찰에 고발이라도 하여 부정 입찰의 협의를 받아 조사를 받는 와중에 자기가 그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면 워낙 큰 공사라 세인의 주목을 받게 될 뿐 아니라 형사 문제로 비화 되어 하루아침에 죄인이 되어 교도소에 가는 수도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박국장이 이렇게 조심 하고 있는 것이다.
공사비가 적은 공사라고 그런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나 3,500억 원이 넘는 이번 대형공사는 그 위험성이 3배 이상 더 크기 때문이다.
혹 지인이나 선후배 중에 피할 수 없는 사람이 찾아와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람들과도 00도로 건설공사에 관련된 이야기는 피하고 방문자가 그 공사와 관련 이야기를 꺼내면 의도적으로 피하거나 말머리를 다른 것으로 돌린다.
그렇기 때문에 지인이나 친구라는 명목으로 00도로 건설공사에 관해서 무슨 도움이나 정보를 얻으려는 생각으로 박국장을 찾았던 사람들은 모두 쓴웃음을 짓고 방을 나올 수뿐이 없다.
이러한 형편이니 기철은 말할 것도 없다.
몇 번을 찾아갔으나 앞에 말한 것 같이 박국장 앞에 가기도 전에 모두 문전박대다.
박국장과는 일 관계로 몇 번 만나 안면이 있는 정도일 뿐이고 혈연은 따질 것도 없고 학연을 따져도 박국장은 S대 학교 출신이고 기철은 Y대 학교 출신이며 지연을 따져도 두 사람 다 지연 연고를 그렇게 귀하게 여기지 않는 경기도 출신에 박국장은 경기도 북부 출신이고 기철은 경기도 남부 출신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기철이 박국장을 백번 찾아가 봐야 만나서 제대로 이야기 한 번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답답해진 기철이 종합청사 건설교통부 과장으로 있는 대학 동기인 이철호에게 사정을 말하고 부탁을 했다.
이철호 과장의 도움으로 기철이 어렵게 박국장을 사무실로 찾아가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렇게 어렵게 만난 자리에서 박국장은 역시 인사치레로 일상적인 이야기 이철호 과장에 관한 이야기만 하고 기철이 00공사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되는 말을 하려는 낌새를 보이면 우리 만남의 자리가 원만한 상태로 끝나려면 그런 이야기는 안 하는 것이 좋다고 하며 얼른 화제를 바꾸어 아무런 성과가 없이 끝났고 기철이 사무실을 나올 때 박국장이 웃으며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를 했지만, 그 웃음에는 당신이 아무리 나의 선임인 이철호 과장과 가까운 친구라고 해도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다고 하는 비릿한 비웃음이 배어있는 것 같다.
여기서 수주 정보가 무엇이기에 이런 난리인가 하고 의문스럽게 생각하는 독자를 위해 수주 정보가 무엇인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수주에 필요한 정보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총공사비와 설계내역서의 내용을 알아야 하는 것과
둘째는 입찰방법을 아는 것이다.
첫 번째는 총공사비와 각 공종과 각 공종의 단가를 아는 즉 설계내역을 아는 것으로
총공사비는 각 공종의 수량에, 그 공종의 각각의 단가를 곱하여 각 공종의 공사비를 계산하여, 이것을 합하고 여기에 간접노무비, 이윤, 산재보험, 부가가치세 등의 제 경비를 계산하여 합한 것이 총공사비이다.
각 공종은 예를 들어 철근 콘크리트 공사를 한다면 철근을 조립하고 거푸집을 세우고 콘크리트를 치고 양생을 하게 되는데 이렇게 철근 콘크리트 공사를 시공하는데 필요한 공사의 종류 1)철근조립, 2)거푸집 설치, 3)콘크리트치기, 4)양생 5)거푸집 해체가 철근 콘크리트공사의 각 공종이 되고
공종의 단가는 각 공종 1단위를 시공하는데 필요한 공사비를 단가라고 한다.
그러니까 총공사비는
예를 들어 철근 콘크리트 공사를 할 때 철근 2ton, 거푸집 10m², 콘크리트치기 2,5m³ 양생에 3일(이상은 각 공종과 그 공종의 소요수량) 그리고 철근1ton을 조립하여 세우는데 4,000원, 거푸집 1m² 설치하는데 70원, 콘크리트 1m³를 치는데 2,000원, 양생을 1일하는데 50원 그리고 거푸집을 1m² 해체하는 데 30원이 든다면(이상은 그 공종의 단위당 단가)
각 공종의 소요수량과 그 공종에 단위당 단가를 곱하여 낸 것이 각 공종 당 공사비이고 각 공종 당 공사비(철근조립비 2*4,000=8,000, 거푸집 설치10*70=700원, 콘크리트 공사비 2.5*2,000=5,000, ,양생비 3*50=150, 거푸집 해체비 10*30=300)를 합계( 14,150원)한 것을 순공사비이라 하고 여기에 제경비 즉 간접노무비, 이윤, 산재보험, 부가가치세 등을 계산하여 합한 것이 총공사비이다.
이들 제 경비는 국가를 상대로 한 계약에 관한 법률에 제 경비에 대한 각각에 그 비율이 지정되어 있어 그에 따라 계산하면 된다.
설계내역이란 이렇게 하여 총공사비가 작성된 내역서를 말한다.
참고로 입찰시 단가를 기재하지 않은 공내역서(공종과 그 공종의 소요 물량만 나열하고 단가가 기재되지 않아 공사비가 계산되지 않은 내역서 이를 공 내역서라고 한다)와 시방서, 도면 및 현장설명서가 함께 입찰자에게 주어지는 데 이 도서를 입찰 도서라고 한다.
입찰시 총공사비를 알 필요가 있는 것은 낙찰률을 얼마로 할 것인가를 정할 때 필요하기 때문이다.
발주청에서 위와 같이 계산하여 책정된 총공사비를 예가라고 하는데 총공사비와 내역서를 알면 각 공정의 단위당 단가를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자재와 장비와 인원을 동원해서 시공할 때 얼마로 할 수 있는가를 계산하여 회사 나름대로 총공사비를 내어 자기들이 계산한 총공사비와 예가를 비교하여 얼마까지 공사비를 낮추어서 공사를 수주할 것인가 하는 것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현장을 공사하는데 위와 같이 하여 발주청에서 계산한 예가가 1000원이고 시공사가 나름대로 계산한 총공사비가 900원이라면 낙찰률을 90%까지 낮출 수 있다. 다른 시공사는 850에 할 수 있다면 그 시공사의 낙찰률은 85%까지 낮출 수 있게 되어 낙찰 율이 90%인 회사보다 입찰에 유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낙찰률을 결정하는데 총공사비와 내역서가 중요한 것이다.
두 번째는 입찰을 어떻게 할 것인가 아는 것으로
여기에는 입찰자격을 어떻게 규정하고 입찰방법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입찰자격의 규정을 알아야 자기 회사가 입찰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현재 상태로 자격이 안 되면 다른 회사와 죠인을 하여 자격을 갖추거나 그것도 아니면 로비를 해서라도 입찰자격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바꾸든지 할 수 있고
입찰방법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공개경쟁 입찰을 할 것인지 제한 경쟁입찰을 할 것인지 등의 입찰방법을 알아야 그 방법에 맞추어 입찰의 작전을 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설계내역을 알고 입찰방법을 미리 안다는 것은, 공사를 수주 하는 데 크게 유리해지는 것이다.
이것을 모르면 입찰도서만을 보고 총공사비를 계산하여 입찰에 응해야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불명확함으로 입찰을 얼마로 하여야 적정한지 막연하기 때문에 낙찰율의 결정이 어렵고 때에 따라서는 예가보다 높게 공사비로 입찰에 응하는 경우도 있어, 자기 회사가 입찰에서 낙찰될 가망성이 아주 낮다.
다시 말해 총공사비와 내역서 그리고 입찰방법을 알고 입찰을 하면 낙찰될 가망이 40%라면 총공사비와 내역서와 입찰방법을 모르고 입찰하면 10% 정도뿐이 안 된다.
그래서 공사에 입찰을 하고자 하는 회사는 이 두 가지를 알려고 많은 노력을 경주한다.
기철이 맡은 임무가 바로 이 두 가지 정보를 알아보는 것이고 지금까지는 통례적이고 관행적으로 인맥을 동원해서 대부분의 공사에서는 별 어려움 없이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공사는 공사비가 워낙 큰 관계로 경쟁이 심하여 입찰 시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고 혹 부정이 밝혀지면 큰 형사사건이 될 우려가 있어 박국장이 극히 조심해서 통제하여 입찰 정보를 알 수가 없다.
답답한 마음에 밑에 있는 공사과의 과장이나 계장을 만나보았지만, 국장이 얼마나 엄하게 지시해 놓았는지 00도로 건설공사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게 한다.
공사과 과장은 기철이 현장소장을 할 때 같은 현장에 감독으로 삼 년이 넘게 같이 일하였던 사이라 서로 잘 아는 사이고 현재까지도 그때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지금도 가끔 만나 정을 나누는 처지인데도 기철이 찾았을 때 국장을 핑계를 대며 정보를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고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사실 기철이 업무를 인계받을 때 과장과의 친분 관계에 희망을 걸었고 사장도 기철과 과장과의 사이를 알고 있어 최상무가 못하겠다고 하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기철에게 업무를 맡긴 것이다.
첫댓글 즐~~~감!
잘 보고 갑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재미있게 잘 보고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