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들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한때는 취미에만 몰두하는 괴짜를 가리켰지만, 요즘은 한 분야에 남다른 실력을 갖춰 놀라운 성과를 이뤄내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20대 청년 10명 중 8명은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갖는 ‘덕업일치’의 행복을 꿈꾼다는 조사 결과도 이를 방증한다. 은퇴 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탐구하고 투자하는 ‘중년 덕후’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우호적이다. 이번 호에는 좋아하는 취미와 지식에 몰두해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고 있는 덕후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2년 전 부평 문화의 거리(평리단길)에 에스프레소 바를 차렸다는 조광환(70) 씨는 은퇴 후 취미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 LP판을 모으는 취미도 있어 음악 감상실을 차리고 싶었지만, 그가 내린 커피를 맛본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마에스트로 커피 랩’을 열었다.
전동석(36) 러닝 인플루언서(@jeon_ds)는 “좋아하고, 잘하는 일, 그것의 가치를 찾았다면 꿈을 포기하지 말라”며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감각은 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들보다 더 연구하고 자신만의 경력을 쌓아야 좋아하는 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내 1호 브릭 아티스트 진케이(47)는 어려서부터 레고 마니아였다. 성인이 된 후에도 월급의 반을 쏟아부을 만큼 레고에 진심이었다. “블로그에 제 작업물을 기록하곤 했어요. 그걸 본 전시 관계자한테 출품 제의 연락을 받았죠. 그는 첫 전시 후 과감히 회사를 그만뒀다. 올해로 브릭 아티스트 10년 차. 전국을 종횡무진하며 아이들을 대상으로 클래스를 운영하는 등 ‘브릭 아트 전도사’ 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엔 시청 앞 인천애뜰에 폐블록을 활용한 작품을 만들어 전시 중이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작품을 남기는 게 꿈”이라는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작고 네모난 세계를 뛰어넘기 위해 도전 중이다. 빡빡한 회사 생활에서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승부를 건 덕후들, 성공한 덕후의 뒤에는 치열한 열정과 노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