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니 한국시간으로는 어제 제가 사는 노르웨이에 한국여자핸드볼국가대표들이 와서 친선경기를 했어요.
150키로나 떨어진 곳에 30여분의 교민들이 응원을 갔지요.
어릴적부터 스포츠로 단련되었고 유소년클럽도 수백개되는 세게 최강의 노르웨이팀을 이기는건 쉽지않아
비록 경기에 패했어도 우리 선수들 완전 멋졌지요.
인구는 우리의 10분의 1이나 될지 모를 이 나라는 우울한 기후에 대항하듯 스포츠광들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날씬하고 긴 기럭지들이 딱 붙는 레깅스같은 운동복을 입고 조깅하는 모습은 완전 기죽어지요.
북도 두드리고 징도 동원하고 태극기도 달고 몇 년만에 목이 터져라 외치다 경기운영자가 강남스타일을 틀어주자
경기장은 완전 날아갈듯했어요. 우리 응원단도 그렇지만, 이 나라 여자얘들까지 불러대는 통에.
근데 전 지금 잠이 안옵니다.
경기장에서 만난 한 소녀때문에...
이 나라에 와서 종종 만나는 입양아들때문에 가슴이 멍해지는 일이 있긴했지만,
오늘 노르웨이 부모를 따라 경기장에 온 그 소녀의 표정은 잊을수가 없네요.
부모는 니가 때어난 나라의 경기니 데려왔을텐데 이 13살쯤 된 소녀는 어느팀도 응원할수 없는 벌을
받는것처럼 그 시끄러운 경기장에서 한번도 웃지도 말하지도 않고 그냥 멍하게 앉아있는겁니다.
우리 골대를 본다고 비스듬히 앉아 있으니 자꾸 내 눈에 띄는 소녀의 표졍에 뭐가 내 가슴을 꾹 누르는 것 같은
동통을 느끼게 했습니다.
경기내내 응원봉을 두드리다가도 그 소녀만 보면 나도 그 애의 정지화면의 같은 컷에 잡힌것같이....
잠이 안 오네요.
우리나라가 참 나쁘다는 생각이 드네요.
내가 참 나쁘다는 생각이 드네요....
첫댓글 아~!!!!!!..읽는 순간 가슴이 먹먹...ㅠㅠ
저도 먹먹 ......
그 소녀의 마음이 되는 듯 합니다.
탁월한 묘사의 글 솜씨 때문에 경기장에 함께 앉아
그 소녀를 보고 있는 듯 했어요.
어느 나라도 응원할 수 앖는....
소녀를 입양한 양부모님이 상대적으로 훌륭해보입니다.
글을 통해 읽는 저희들도 이렇게 짠한 마음인데
그 10대 소녀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방황은 조금만 하고 올바른 어른으로 클길 기도해봅니다.
이도 저도 아닌 소녀의 입장을 생각하니 맘이 참 애잔해지네요